|
트레킹개요
- 언 제 : 2020. 10. 19(월) – 10. 20(화)
- 누 가 : 끼리끼리 4명
- 어 디 : 대이작도 / 인천 옹진군 자월면 소재
- 회 비 : 100,000원
- 날 씨 : 맑음
트레킹여정(앨범)
첫째 날(10. 19/화)이야기
[오형제바위 - 부아산 - 삼신할미약수 - 장골마을 - 작은풀안해수욕장]
가보고 싶은 섬(인천지방 49선)
'보물섬여행본부'에서 인천지방 168개 섬들 중 49개를 골라 가보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습니다.
힘주어 훑어대던 눈알이 한곳에 꽂혔는데요, '이작'항로(자월도, 승봉도, 이작도)에서 골라낸 '대이작도(大伊作島)'입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짜증스런 여행지는 가라!
혼자이면 어떻고, 또 여럿이면 어떠리.
햇살 좋은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는 섬으로 가자.
잔뜩 하늘 찌푸려 흐리면 운치로 덧셈하고, 빗방울 세차게 내리면 그마저도 즐기리라.
덜컹거리는 시골버스를 타도 좋고, 혹여 발품을 판다해도 어이 좋지 않겠는가.
짠 내 가득하여 고급스럽진 못해도 멋진 바다 View가 있는 테라스가 있고, 흰 구름 흐르던 새파란 수평선에 밤마다 별들이 쏟아지면 그만 아닌가.
보이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자.
그리고 Healing하자.
여름 내내 꾸었던 꿈이 가을인데도 가시지 않습니다.
지난 6월 굴업도탐방 후 섬 여행중독으로 끙끙대던 이들이 왠지 허전하다며 다시 뭉쳤습니다.
'코로나19'와 몇 번 티격태격 밀당하다가 드디어 집구석 나섭니다. (05:30)
대부도(여객터미널)
새벽부터 구석구석 픽업하여 경기도 안산을 향해 달립니다.
이번에도 '대부도(大阜島)'를 이용합니다.
출근시간과 겹쳐 가마꾼은 심란한데도, 가마 탄 사람들은 즐겁습니다.
5개월여 만에 다시 들린 '방아머리'인데요,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소규모 어항(漁港)입니다.
원래 디딜방아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대두도(碓頭島)'라 불렸으나, 1900년대 중반에 염전이 생기며 대부도와 연결 흡수되었습니다.
이제는 선착장이 생겨 근해를 오가는 여객선들까지 품었습니다.
미리 예약해 뒀더니 Ticketing은 편하네요.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수산물직판장에 횟집들이 많지만, 이른 아침이라 '자스민'표(^^) 김밥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고는 이작도행 '대부아일랜드'에 몸을 구겨 넣습니다. (08:30)
스르르~ 배가 선착장을 밀어냅니다. (09:00)
해상이 뿌옇지만, 그래도 날씨는 포근합니다.
가자 추억의 이작도로~!
기다렸다는 듯 갈매기들 간식주기(?) 퍼포먼스(Performance)가 시작됩니다.
새우깡깨나 던져본 사람에 의하면 반드시 포물선으로 던져야 한다는데요, 그래야 갈매기들이 비상하며 째려보는 눈초리를 볼 수 있다죠. ㅎ
요놈들이 배고픈 오전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것도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인간과 갈매기의 만남 -.
하찮은 새우깡 하나가 이렇게 반가운 인연이 될 줄은 몰랐네요.
섬 여행은 설레어 좋습니다.
2개의 섬으로 구성된 '이작도(伊作島)'는 인천으로부터 약 44km 떨어져 있습니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하는데, 큰 '대이작도'와 작은 '소이작도'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고려 말부터 왜구들이 은거하며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稅穀船)을 약탈하던 근거지였다는데, 조선시대엔 해적집단이 은신처로 삼았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적(夷賊)'이라 불리다가 '이작(伊作)'으로 개명되었답니다.
지금도 전략적 중요성으로 소이작도엔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70년대 중반, 참 어려운 여건 하에서 6개월여 근무한 기억이 슬슬 꿈틀댑니다.
가난한 시절이었음에도 주민들의 인심은 후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ㅎ
섬마다 해수욕장이 많아 가족휴양지로도 알려진 섬입니다.
수줍은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훼손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에 총각선생과 섬마을 처녀의 사랑이야기가 숨겨있다니 기대가 큽니다.
(승봉도)
'승봉도(昇鳳島)'에 잠시 기착합니다. (10:20)
옛날 '신(申)'씨와 '황(黃)'씨 두 어부가 풍랑으로 대피 정착해 '신황도(申黃島)'라 불렸으나, 봉황이 하늘로 올라가는 지형이라 하여 '승봉도(昇鳳島)'가 되었답니다.
해안산책로에 자생해송이 넓게 분포되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촛대바위와 남대문바위 등 볼거리가 많아 Healing 여행지로 일찍부터 알려진 섬입니다.
'서해의 신기루'로 불리는 풀등이 길게 펼쳐진 섬으로 유명한 승봉도와 대이작도를 연계한 탐방계획을 세웠으나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여 대이작도만 찜했습니다.
천혜의 비경을 지녔다는 승봉도와 사승봉도 -, 아무래도 또 와야겠죠.
"콜~!"
최근 풀등투어가 탐방객부족으로 제외됐다는데, 내년 봄쯤 산악회를 한번 꼬드겨볼까요? ㅎ
(풀등)
대이작도
여객선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사이로 비집고 들어섭니다.
천혜의 하트형 포구로 예부터 중국과 교역하던 배들의 피항지(避港地)였다고 하네요.
짠~!
드디어 대이작도를 밟습니다. (10:40)
대부도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환영아치에 이어 '대이작도'란 커다란 문패(^^)와 함께 '섬마을선생님' 노래비 표석이 반깁니다.
남들처럼 인증 샷도 남깁니다.
해안도로 방벽에 그려진 영화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또 설렙니다.
민박집(풀등펜션)
인원이 적어서일까요, 펜션 미니버스대신 트럭입니다. ㅎ
엄청 착하게(^^) 생긴 민박집 아들이 선착장까지 마중 나왔습니다.
12월에 결혼한다는데요, 신혼집을 이곳에 마련해놨다고 은근히 자랑합니다.
예전 가거도 여행이 생각나네요.
마을이 3개(큰 마을, 장골마을, 계남마을)나 되는데, 장골마을로 향합니다.
주변의 멋진 풍광들을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 팀이 하룻밤 묵을 민박집 '풀등펜션'입니다. (10: 50)
엎어지면 바다가 보이는 곳입니다.
시골집에 놀러 온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한데요, 탁 트인 전망에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습니다.
후덕한(^^) 사장님의 친절한 말씨와 웃는 얼굴 또한 노인네들을 심쿵하게 만듭니다.
'1박 2일' 촬영도 했다는데, 지금은 경인방송에서 섬마을 먹거리 촬영 중이라고 하네요.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을인데도 아직은 푸릇푸릇하네요.
테라스(Terrace)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상상하니 덩달아 좋습니다.
2층(^^)으로 된 특실을 찜했는데요, 넓은 화장실에 비데(Bidet)도 있고 하룻밤 보내기엔 큰 부담 없습니다.
(펜션주인)
바다생태체험(오형제바위)
펜션에 짐 풀고 점심식사 전까지 섬 맛보기에 들어갑니다. (11:00)
때마침 대조기(大潮期)라서 해루 질에 안성맞춤이라 오형제바위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인적도 드물어 모처럼 잠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곤, 대자연의 향기를 흠뻑 들이킵니다.
해안에 들어서는 순간 멋진 풍광에 모두들 입이 벌어집니다.
소이작도도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나무사이로 바다가 보일 무렵 갯바위에 올라앉은 팔각정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곳에 '오형제바위'가 있습니다.
하늘 향해 다섯 손가락을 펼친 듯 5개의 바위가 한 몸통에 붙어있는데요, 고기잡이 나간 부모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던 다섯 형제가 지쳐 돌이 되었다는 애잔한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집 떠난 남편을 산마루에서 기다리다가 돌이 된 망부석(望夫石)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무사안녕과 만선을 빌며 오형제의 넋을 기리는 기원제사를 지냈더니, 그 후로 섬에 불상사들이 일어나지 않았다죠.
해루 질 & 산책 겸해서 찾아온 오형제바위가 강인한 인상을 남깁니다.
와~ 참 멋집니다!
모두들 '섬에 오길 참 잘했다'로 의견일치 -.
널려진 모든 것들을 다 담아보겠다는 듯 '정이품'형도 무척 바쁩니다.
나야 초라한 '똑딱(?)'이지만, 여기저기 아무데나 막 들이대도 화보가 될 것 같네요.
("야~ 카메라 빠진 거 하나 줏었는데, 이거 사용 가능할까?" / "일단 갲구 와봐유~" ㅎ)
오찬
펜션으로 돌아와 점심상을 받습니다. (12:30)
집 떠나서 직접 챙겨 먹는 것도 묘미지만, 늙으면 발동하는 '귀차니즘'(^^) 때문에 서로 눈치 볼일 없는 패키지(1박 4식 100,000원)를 택했습니다.
주인장의 정성이 돋보이는 섬 밥상입니다.
마음을 비웠다고 해도 삶의 현장에 휩쓸리다보면 다르게 마련이거늘,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는 듯 객들을 살갑게 대합니다.
집(?)밥처럼 반찬 하나하나가 맛있습니다.
농어건탕 -, 입에 착 달라붙네요.
약간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속 풀이에 끝내줄 것만 같습니다.
거기에 꽃게 장까지 포개지니, 평소에도 남 공깃밥을 탐내던(^^) '여울목'형의 손가락질이 오늘 따라 더욱 바삐 움직입니다.
왠지 조짐이 좋습니다. ㅎ
부아산정 트레킹
섬 트레킹에 나섭니다. (13:50)
대이작도는 곳곳에 만(灣)과 갑(岬)이 이어져 대체로 드나듦이 심한 편인데요,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게 뻗은 산지사이에 취락농경지가 분포합니다.
그러나 울창한 해송사이로 맑은 물과 깨끗한 백사장들이 있어 노닐기도 좋습니다.
섬엔 4개의 '갯티'길이란 생태탐방로도 있는데요, 1코스 '부아구름다리'길부터 접수합니다.
오솔길 따라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3.5km코스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죠.
'부아정(負兒亭)'에 올라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작도의 절경과 만납니다.
뭉그적거리다가 '천국의 문'을 통해 부아산정으로 오릅니다.
- 구름다리
빨간색 구름다리를 건넙니다. (14:00)
이른 새벽에 천상(天上)을 향하던 신선들이 걷던 다리랍니다.
산 정상부근에 설치된 길이 68m, 높이 7m의 부아구름다리는 트래킹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설치했지만, 전망 좋고 풀등과 태안반도가 한눈에 들어와 유명한 포토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과연 대이작도의 명물답게 멋지네요.
연인들이 구름다리를 건너면 신선들의 축복으로 백년해로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지라시성(^^) 이야기도 전합니다.
부부관계가 시원찮은 늙은이들이 혹여 나아질까하고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ㅋ
덤으로 보여주는 풍경 하나하나가 몽땅 그림입니다.
오늘 안구정화(眼球淨化) 확실히 하네요. ㅎ
- 봉수대
해안방어의 최전선이었다던 '부아봉수대'입니다. (14:10)
봉수(烽燧)는 불빛(밤)과 연기(낮)를 이용해 한양 적침정보를 전하던 군사신호체계입니다.
한반도 최고의 해상요충지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5기의 연변봉수(沿邊烽燧)가 늠름하게 서있습니다.
예서 서해5도가 위치한 NLL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오늘도 수고하는 장병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고함 한번 외칩니다. ㅎ
"김정은, 네 이놈~!"
과연 우리나라의 안보는 어이될까요?
정물처럼 고요한 바다는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톤(Tone)의 빛깔입니다.
인근 섬들이 거의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도 가본 섬 보다 안 가본 섬이 더 많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섬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살아있는 동안 어쩜 집구석 나갈 궁리만 해댈지 모릅니다. ㅎ
- 부아산
쉬엄쉬엄 올라 섬 한복판에 우뚝한 '부아산(負兒山, 159m)'을 터치합니다. (14:15)
대이작도의 대표적인 산으로 천혜의 바다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아(負兒)'란 백성을 품는 뜻이라는데요, 멀리서보면 마치 여인네가 아기를 등에 업고 서있는 모양과 흡사하다죠.
고구려를 떠난 '비류'가 이곳에 올라 백제건국의 기초가 되는 '미추홀(彌鄒忽)'이란 나라를 세웠다는 설화가 전해질 정도로 기(氣)가 센 산이라네요.
기상이 넘치듯 우뚝 솟은 바위에 영험한 기운이 흘러 예로부터 건강과 출세를 기원하던 장소였다죠.
100m대의 산이지만 섬 산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준다기에 188m의 송이산행은 아예 포기했는데, 이곳도 날선 바위들로 이어져 있습니다.
산정에서 360도 한 바퀴 돌며 여러 섬들을 꿰맞춰봅니다.
입도(入島)할 때 기착했던 승봉도를 비롯하여 풍도, 육도, 대난지도가 동쪽으로 손에 닿을 듯 가깝고, 서쪽으론 자월도, 소야도, 덕적도, 문갑도, 굴업도, 각흘도 그리고 남쪽엔 선갑도, 백아도, 울도 등이 지척입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속이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부아(^^)나서 부글부글 끓었던 속을 확~ 열어 제치니, 그동안의 피로와 힘겨움이 가시는 듯합니다.
부아산정에 올라 모두 바다에 내던졌으니, 이젠 이 갈등이 사라질까요? ㅎ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가 그려내는 하트형 해변의 위로를 받는 나그네들이 떠날 줄을 모릅니다.
- 부아산정 전망대(풀등)
마음속 그리움, 풀등이 보입니다.
대이작도탐방의 하이라이트인데, 분하게도 상륙하질 못합니다.
출발 전 확인해봤더니 안타깝게도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는답니다.
예전에 발생한 인사사고 여파도 남았겠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낚시꾼 싣고 한번 나가면 50만원씩 받는데, 그거 몇 푼 받아 할 수 있겠어요?"
퉁명스런 선장의 말에 그만 꼬리를 내렸습니다. ㅎ
대이작도 앞바다에는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 때마다 나타나는 동서 2.5km, 남북 1km의 규모의 거대한 모래섬이 있습니다.
하루 3~6시간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가 물이 차오르면 순식간에 감춰지길 반복하는데요, 마치 용왕의 마술쇼를 보는 듯합니다.
100% 모래언덕인데요, 고동을 비롯하여 조개류(맛, 바지락, 비단 등)를 잡으며 일광욕과 해수욕도 즐깁니다.
모래섬인 풀등(풀치)은 '하벌천퇴(下伐川退)'라고도 하는데요, 인천에서 유일하게 해양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74년부터 해온 서해안 모래채취로 침식되어 면적과 높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데요, 이로 인해 해양생물도 자취를 감추는 실정이라니 안타깝습니다.
계속되면 풀등도 없어지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절벽이 무너져 해변은 을씨년스럽게 변해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척박한 섬으로 변할 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 먼 곳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름다운 섬 이면에는 이렇듯 비장한 면도 숨어있네요.
뭍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모래사막 -.
아름다운 자연유산 풀등이 소실되지 않도록 이제는 풀등을 지켜야할 차례입니다.
2003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행정안전부주관 전국 10대 명품 섬으로 선정되고(2010년), 인천시 섬 특성화사업선도마을이 되어(2016년) 주민 모두가 자연을 보전하면서 관광과 접목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생태마을로 발돋움하고 있다는데, 응원합니다.
- 하산
터덜터덜 내려갑니다.
옛날 옛적에 해적들이 은신하여 세곡선(稅穀船)을 약탈하던 곳 -.
조선이 개국할 때 이곳 도둑들이 '이성계'를 도와 나라를 만들었다하여 이작도(伊作島)라 불리게 되었다는 곳 -.
부아산정에 올라보면 한강하구로 이어지는 뱃길이 손금처럼 훤하다.
한때는 왜구들의 출몰장소였고, 우투리(윗도리) 같은 자식들이 물줄기를 거슬러갔지만 아무도 옛 자취를 기억하지 못한다.
고기떼마저 희미해진 연안에는 은빛모래들만 쌓이고, 썰물 지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바다의 원시성이 길러온 은빛 나신들 -.
신기루처럼 드러났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태백산 어느 골짜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이곳 바다에 이르기 까지 바윗돌이 뒹굴며 부서진 노래의 속살들이 굽이굽이 여울목을 흘러와 풍랑의 바다 속에서 울고 있었으니, 풀등은 이름 없이 사라졌던 무명소졸의 최후를 보는 듯하다.
온전히 모래 알갱이들로만 이루어진 섬 -.
더러는 검은 산의 잔해였거나 농부의 호미 끝에 드러난 산밭의 돌멩이였을 터.
수레바퀴처럼 거친 세월 속에서 목숨을 버리고 부서진 이야기들이 '쿠시나가르'에 쏟아졌던 성자의 사리처럼 순결하다.
알 수 없는 시간의 미래가 우리 곁에 서성이고 있듯이, 풀등에는 파도가 새기고 간 신서(神書)들만 가득하다. ('이형권'/풀등에서)
- 삼신할미약수터
거의 다 내려와, 아기를 점지해준다는 '삼신할미약수터'에 들립니다. (14:50)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병을 치유하고 소원을 이뤄주는 정화수(井華水)이자 생명수로 여겼답니다.
부아산정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맛을 제공해준다던데, 늙은이들이 와서인지 영 물발이 시원찮습니다. ㅋ
그래도 노인네들은 입을 들이댑니다.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욕심 없이 즐겁게 남은 생 살다가야겠다는 다짐이겠죠.
나만의 생각이었을까요? ㅎ
- 장골마을
정겨운 시골길을 걷습니다.
장골마을로 나왔습니다. (15:00)
온통 펜션입니다.
우리가 묵은 집도 시누이, 올케 등 온가족이 펜션패밀리를 이루고 있다죠.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여러 개의 장승이 서있는 장승공원입니다.
운동시설 및 쉼터가 조성되어있고, 주민들이 체육대회를 벌이기도 한답니다.
깨끗한 생태환경을 홍보할 목적으로 옹진군에서 조성한 대이작도 해양생태관인데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휴관 중이라네요.
대한민국 최고령 암석이 눈에 띱니다.
궁금하여 서둘러 작은 풀 안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 작은풀안해수욕장
대이작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은 풀 안'해수욕장입니다. (15:10)
대이작도 중앙에 위치한 대표적 해변으로 '풀등(모래 둑) 쌓이는 안쪽의 벌 안'이란 뜻이랍니다.
수심과 경사도가 완만하여 해수욕장으로 최적이란 평인데요, 해변 뒤쪽 소나무 숲에 지정캠핑장도 있습니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습니다.
간조 시에는 해루 질(바지락, 고동, 낙지, 게 등)도 할 수 있는데, 편의시설이 많고 풍광이 아름다워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죠.
동쪽해안으로 조성된 Deck산책로 중간쯤에 최고령 암석이란 안내문구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요, 대이작도에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라는데 놀랐습니다.
한반도의 수많은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섬이라니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깊은 땅속에서 암석일부가 뜨거운 열에 녹아 생성된 혼성암(混成巖)이라네요.
누가 계산했는지 25억 1천만년이 흘렀다는데요, 백년도 못 사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 같다며 한바탕 웃습니다. ㅎ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의 정자[正大亭]에서는 큰 풀 안 해수욕장, 풀등, 사승봉도 등 주변 절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해변을 걸어봅니다.
만찬
펜션에 복귀하여 꼬랑내 & 찌린내 닦아내고 성대한(^^) 만찬을 맞이합니다. (18:00)
현지에서 제공되는 싱싱한 회를 비롯한 해산물이 그득하게 올라왔습니다.
도회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칠맛에 정신까지 혼미해졌습니다.
'정이품'형이 로또 맞은 기분이랍니다.
어느 때는 밀원의 꽃밭 같은 설렘이었다가, 어느 때는 막장의 어둠 같은 절망이었다가,
어느 때는 귀엣말의 다정함 속에 머물렀다가, 어느 때는 가시 돋친 악다구니 속에 갇혀 있다가...
저녁하늘이여 -.
때가 되니 모두가 붉은 빛으로 스미어 부둥켜안고 저물어가는 하나의 풍경이었음을,
늙은 여우처럼 고향 길에 돌아와 깨닫는 시간이다.
그리 미워할 일도, 그리 애달파 할 일도 아니었음을... (펌)
(OBS '맛 있으니 섬이다!' 촬영 중 -)
이작도의 밤
서해낙조 감상하기 좋다는 부아산정 전망대를 만지작거렸지만,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멋진 View를 보며 한잔했더니 고만 퍼지고 말았습니다. ㅎ
장엄한 일몰과 바다를 끓일 듯 이글대는 노을은 숙제로 남깁니다.
고요한 해변풍경이 신기하게도 근심걱정을 차단해 주는데요, 밤이 익을수록 빛깔이 달라집니다.
장소가 바뀌니 저마다 묻어두었던 얘기들이 쏟아집니다. ㅎ
불 앞에서 원적외선 쬐면서 담소를 나누던 캠프파이어(Campfire)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타오르는 불꽃은 없지만, 파도소리 들리는 밤바다는 마음을 여는 마법이 있었습니다.
웃고 떠들다가도 한순간 멍 때리며 말없이 불멍하던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최소한의 장비로 하룻밤을 보내던 '비바크(Biwak)' -.
노인네들 말로 '노숙'인데요, 서해의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에서 '비바크 캠핑'을 꿈꿉니다.
잠자기가 아쉬운 밤이지만, 내일을 위해 이부자리를 폅니다. (22:00)
다음날로~!!
♡ 자투리
↓ 방아머리 선착장 -.
↓ 조나단의 꿈 -.
↓ 선실 -.
↓ 대이작도 입도 -.
↓ 트레킹 -.
↓ 오형제바위 -.
↓오찬 -.
↓ 부아산 -.
↓삼신할미 -.
↓ 해양생태관 -.
↓작은 풀안 해수욕장 -.
↓만찬 -.
꿀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