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댓글로만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푸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서 실천하는 게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올해도 나는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다.
셔틀버스에서 진행자님이 장난으로 기후정의행진에 한번만 참여한 사람은 없다고 하셨는데
내 얘기 같아서 피식하고 웃었다.
버스타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족히 3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다.
특별한 활동이 없는 그 긴 시간 동안 버스에서 숙면을 취하기 위해
전날부터 일부러 잠을 안자고 밤 늦게까지 버티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과도한 숙면은 두통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난 아직 한참 젊을 때니까 컨디션 조절을 이런 방식으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 내에서
마이크를 돌리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개하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안하고 넘겨도 되지만
나는 날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야 된다는 것과
내 소신을 밝혀서 나를 알리고 모두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을 갑자기 말로 꺼냈다가는
횡설수설하고 말 뜻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앞좌석부터 차례대로 소개하는데 우린 중간 좌석에 앉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자 서울에 도착하면 구호를 외칠 때 목소리를 크게 내어 모두가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내 다짐을 알렸다. 환호와 박수소리에 난 더 강해진 의지와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만든 피켓 메시지는 "위기인지 알면서 모른척 지긋지긋"이었다.
기후위기인지 뻔히 아는 정부와 대기업들을 향한 비난 메시지였다.
때마침 올해는 강남에서 행진을 하는데 이쪽 지역은 대기업이 많은 곳이다.
내 메시지는 대기업의 책임을 질타하는 의미도 있기에 장소와도 딱 들어맞다.
기후정의행진의 의미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이 더운 날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그것도 주말에 시간을 내어 행진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에 생각을 갖게 해주고
정부와 대기업에게는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를 가졌다고 난 생각한다.
작년 923기후정의행진과 비교했을 때 아쉬웠던 점이 많았는데
부스 통로가 좁아서 사람들이 너무 붐볐다.
그래서 모든 부스를 골고루 참여하지 못했다.
바닥에 앉아 집회할 때는 본무대와 멀리 떨어져 앉은 탓에
발언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발언자가 구호를 외칠 때 우리도 같이 따라 구호를 외쳐야 하는데 잘 안됐다.
주변 분위기까지 술렁이는 것 같아서 내 열정은 식어만 갔다.
무대 앞쪽 뿐만 아니라 뒤쪽에도 스피커를 배치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행진할 때는 그 아쉬움을 풀고자 발언을 따라할 기회가 있으면
큰소리로 악지르며 원없이 목소리를 질러댔다.
같이 행진하는 이들에게 내 큰 목소리가 힘이 되었기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기후위기는 전세계적인 문제로 인류가 경각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표어가 나온 것 같다.
내가 그 표어에 걸맞게 세상을 바꾸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첫댓글 고맙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