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이해]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자본의 사유화' 사이에는 선순환되는 건강한 시장에 파괴자가 끼어든다.
독점과 사기와 조작이 횡행하면서 점차로 시장을 교란해서 병들게 하고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시장을 붕괴시키고 만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면서 나타나는 국제 투기자본들은 밀물처럼 몰려와 시장 시스템을 황폐화시키고는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시장의 붕괴는, 때론 디폴트(국가부도)의 항복 선언을 끌어내서 초토화시키고, 때론 초인플레나 디플레를 야기시켜 실직자들을 양산하고, 기업들의 의욕을 꺾어버린다. 그 사이에 거대한 알짜배기 이익을 챙겨간다.
그게 버릇처럼 일상으로 나타나더니 기업 활동보다는 부동산 투기로 눈을 돌려버리게 하거나, 코스닥 우회상장 같은 주가 조작을 통해서 망외의(의문의) 부당이득을 노리게 된다.
그렇게 기업들도 노동자들도 빠져나가버린 텅 빈 시장엔 사채 광고 찌라시들만 바람에 도시를 떠다닌다.
시장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보다는 이벤트 마케팅들로 채워지고, 지속적 성장도 아예 포기한다. 모두가 치고 빠지는 식이 된다. 그리고 그걸 투자라 부른다.
내가 채팅에 빠졌던 시절, 한사코 자기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려 하며, "내 이름을 알면 다쳐."라는 투로 자기 이름을 알면 자기가 누군지 금방 알게 된다며, 자신을 상류사회 사람이라던 여성 채팅 친구 하나가 있었다.
이 친구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만 소개하면,
"어제 혼자 몰에 갔는데, 상점들을 둘러보며 걷다가 갑자기 그게 막 하고 싶어지는 거야. 참느라고 혼났지."
생경하고도 처음 듣는 이런 고급스런 성적 농담에 황당하면서도 놀랍고 신선하고 재미나게 흥분됐었다.
그녀에게 당시 내가 하려던 프렌차이즈 사업 아이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자, 그녀는 대뜸 돈은 그렇게 버는 게 아니라며, 대충 사업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 즉시 팔아버리라는 조언을 하더라만, 역시 치고 빠지는 방법이다.
이걸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당시는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겠다. 시장은 언제나 내편이 아니기에, 시장을 잘 이용(악용?)하라는 거라고 본다.
주식도 살 때보다 팔 때가 어렵다는데, 기업도 성장시키기 보다는 팔 때를 놓치지 말고 시기를 잘 맞춰야 된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시장이라는 판떼기를 그렇게 자주 쉽고 가볍게 바꾸다보면 시장은 언제 크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누군가 대신 빠져나간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채운다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폭탄 돌리기겠다.
무기 시장도 무기상인들이 모여 전쟁 일으킬 궁리만 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쌓인 재고들을 몽땅 처치해버려야 다시 생산 기계가 돌아가서 새 시장이 생길테니까.
코인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치고 빠지기가 쉬우니까 모두들 코인 시장으로 달려드는 것 아닐까?
하나의 시스템이 시장에 자리잡기도 전에 이미 다른 새 시스템을 요구하거나 아예 새 시장을 찾아서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어찌보면 시장이란 게 요물처럼 보인다.
시장이 만능이라는 사람들은 아마도 치고 빠지는 데 선수들 아닐까? 시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 없다는 식의. 오로지 목적은 '자본의 사유화'에 있으니까. 그래서 또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게 아닐까?
이런 먹튀들 때문에 정부의 '균형 의지'가 또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각자도생'이라는 말 속에는 다 죽어도 자기만 살면 된다는 생각이 깊숙히 배어 있으니까.
오늘 생각은 여기까지~
kjm / 202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