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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편백나무가 부챗살처럼 빽빽한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이 바로 그곳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산책로를 걷다 만나는 편백나무 숲은 피톤치드가 상큼한 치유의 장. 부챗살을 빠져나온 청량한 바람이 도심에서 탈출한 도시인들의 심신을 초록색으로 채색한다.
최근 편백나무 숲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전북 완주군 상관면의 공기마을은 가는 길부터 시골스럽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상관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 방향으로 700m쯤 달려 우회전하면 야산에 둘러싸인 공기골을 따라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옥녀봉과 한오봉 자락에 둘러싸인 마을의 생김새가 밥공기를 닮았다는 공기마을은 50여 가구가 이웃사촌인 한적한 산촌. 공기마을은 땅이 척박해 농사 대신 묘목을 심어 생계를 유지하던 마을로 한때 나무시장으로 유명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도 텃밭에서는 묘목이 자라고 있다.
'사리문에 개 짓거늘 동자불러 너 나가 보아라/ 이러한 궁벽한 마을에 어느 벗이 나를 찾을 건가/ 아마도 가을바람에 낙엽 소릴까'
공기마을은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더불어 조선후기 3대 명필로 꼽혔던 창암 이삼만(1770∼1845)이 만년을 보냈던 곳이다. 창암체로 유명한 이삼만은 스스로 결혼과 학문은 물론 벗 사귀기 등 세 가지가 늦어졌다며 중년에 이름을 '삼만(三晩)'으로 개명했던 인물. 전원생활을 좋아해 한적한 시골을 전전하던 창암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조차 그리운 공기마을에서 여생을 보냈다.
편백나무 숲은 마을 주차장에서 10분쯤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1976년 조림사업으로 탄생한 공기마을의 편백나무 숲은 60여만 평 규모. 수령 36년의 편백나무 10만 그루를 비롯해 잣나무, 삼나무, 낙엽송, 오동나무 등이 울울창창 깊고 푸른 숲을 이루고 있다.
사유지인 편백나무 숲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마을 주민들이 2009년 희망근로사업과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산책로와 주차장을 설치하면서부터. 외부인이라고는 우편배달부만 오가던 한적한 공기마을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됐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주말에는 2000여명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농특산물과 편백나무 제품 판매장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임도를 겸한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는 자동차 한 대가 다닐 정도로 넉넉한 흙길이라 일행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책로가 산허리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왼쪽 고지대로는 편백나무 줄기를, 오른쪽 저지대로는 편백나무 가지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여느 편백나무 숲과 다른 점.
산책로는 곳곳에서 숲과 연결된 오솔길을 만난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숲 속은 온통 거친 돌로 뒤덮여 기괴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른 아침부터 편백나무 숲을 찾은 노인들이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이곳에서는 쉽게 목격된다. 산책로가 햇살에 노출돼 잠시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편백나무 숲 속은 바람 한 점 없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남이(박해일)가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명대사와 함께 청나라 명장 쥬신타(류승룡)에게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숲에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세트장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남아 있다.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이 꼭꼭 숨겨둔 보석은 유황족욕탕. 본래 온천을 개발하기 위해 굴착했으나 수온이 낮아 방치했던 샘에 족욕탕을 만들었다. 족욕탕은 산책로 7㎞와 오솔길 2㎞ 등 9㎞를 걸은 탐방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탕에 발을 넣으면 피로가 말끔하게 가신다.
완주는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을 비롯해 고산자연휴양림 등 다양한 휴양레저시설을 갖추고 있다.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고산면 오산리의 고산자연휴양림은 숲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사계절 휴양지로 오토캠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휴양림의 에코어드벤처는 자연의 품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와이어와 목재구조물, 로프 등으로 연결했다. 어린이, 가족, 어른이 즐길 수 있는 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의 밀리터리테마파크는 신개념의 익스트림 레포츠 시설. 온라인 슈팅게임인 스페셜포스의 지도를 재현한 공간으로 현실에서 모의전투를 벌일 수 있다. 시가지전투경기장, 러닝슈팅경기장 등이 갖춰져 온라인게임 마니아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근의 무궁화테마식물원은 120여종의 무궁화를 보유한 국내 최초의 무궁화 테마식물원. 무궁화 품종원, 무궁화 전시관 등과 함께 무궁화를 관찰할 수 있는 무궁화동산과 야외학습장이 조성돼 있다. 무궁화는 7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는 꽃으로 8월에는 무궁화축제도 개최한다.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개장한 고산면 삼기리의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포장해 값을 매겨 판매하는 곳으로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 믿고 살 수 있는 게 장점(완주군 문화관광과 063-240-4224).
완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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