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 '아니오'라는 상서를 올린 고려의 위계정에서 유래되었다. 왕이라 할지라도 잘못하면 '불가합니다'라고 아뢰는 지조 있는 선비의 충언으로 '고려사절요' 등에 전한다.
고려 13대 선종(宣宗) 때 문신 위계정(魏繼廷?~1107)이 송나라에서 돌아와 예부시랑으로 있을 때였다. 왕의 애첩 만춘(萬春)이 집을 크고 화려하게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누구도 부당함을 말하지 못했다. 이에 위계정이 아랑곳 하지 않고 직언했다.
"폐하, 만춘이 폐하를 속이고 사가((私家)를 크고 화려하게 짓고 있습니다. 청컨대 그것을 헐게 하소서."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거리낌 없이 아뢰었다. 과(過)하면 중지시키고 가(可)하면 흔연한 그의 성정은 저울과 같이 평정했다. 상원 연등에서 선종이 계정에게 술을 권하고 취하자 춤을 추어 보라고 명하였다. 그러자 계정은 주저하지 않고 소신을 밝혔다.
"궁에는 광대가 있는 데 대신의 몸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춤을 출 수 있겠습니까? 전하의 말씀이지만 이만은 못하겠습니다(不(可)." 옆에서 대신들이 계정의 행동에 참견했다. "폐하의 말씀에 '아니오'란 신하된 도리가 아니오. 전하의 말씀대로 춤을 추어야 옳은 일이오. 그러자 계정이 예를 표하고 정색을 하며 말하였다.
"일찍이 선대인들은 전하의 말씀이라고 '예예'만 하면 그 나라는 정녕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소(尙書)."
끝내 춤을 추지 않은 계정은 숙종(肅宗)을 지나 예종(睿宗) 때는 문하시중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차 퇴관할 것을 청하였으나 200일의 휴가를 주면서 국무를 보게 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고려의 선종과 위계정을 보면서 닭이 소 보듯 하는 여계망우(如鷄望牛)의 속담이 맴돌았다. 우리가 어쩌다 좌우로 갈라져 돌아서고, 남북관계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멈출 줄 모를까?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이 왜 분단된 채 남아지게 되었는지 되묻고 싶다. 이제 4월이면 총선을 통해 선량들이 뽑히고, 그 다음 최고 권력자가 등장할 것이다. 권력은 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그 힘은 바닷물의 조수를 움직이는 중력처럼 강력한 흡인력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끌어 모아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선종이 당(唐)태종과 위징(魏澂)의 예를 더듬어 위계정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어떤 군주가 현명한 군주고, 또 어떤 군주를 어리석은 군주라 하는가?" 위계정이 그 뜻을 알고 아뢰었다. "밝고 현명한 군주는 각계각층의 언론에 귀를 기울이는 군주이고, 어리석은 군주는 한쪽말만 듣는 군주입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옛 상황을 오늘에 비길 때 한쪽 말만 듣고 패스트트랙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까지 밀어부친 것을 뭐라 할까? 그래도 위계정처럼 '불가합니다'와 같은 소리가 먹혀들지 않았다.
충직한 위계정이 위징의 옛 말을 선종에게 고담(枯淡)하게 아뢰었다. "백성 중에 폐하를 비방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위계정의 말을 들은 선종은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나에게 덕이 있어 비방을 듣는다면 언짢을 게 없다. 그러나 내게 덕이 없으면서 칭찬을 듣는다면 도리어 그게 탈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