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준 전국인민대표자대회의 내각과 소련군정이 만든 임시 내각
일본이 패망하고 한반도에서 물러간 지 어느덧 77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남북 교류와 화합, 일치와 통일의 문제에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방 직후에는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들이 있었다. 비록 그들의 뜻이 좌절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그 큰 그림은 건준의 내각 구성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1945년 9월 6일 서울 경기여고서 건준은 전국인민대표자대회를 열고 조선인민공화국을 구성하고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이 고루 참여하는 거국 내각을 조직하였다. 내각은 아래와 같다.
주석 이승만,
부주석 여운형,
국무총리 허헌,
민족주의 계열 각료
김구, 김규식, 김원봉, 김병로, 조만식, 신익희, 김성수,
사회주의 계열 각료
김철수, 강진, 이승엽, 이정윤, 홍남표, 무정, 조동우이다. 1)
그러나 1945년 10월 10일에 서울에 진주한 주한미군 사령관 하지가 ‘남한에는 미군정만 있을 뿐 다른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조선인민공화국은 정부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큰 그림은 아니지만 소련 군정이 만든 임시 내각 구성안이 있다.
1946년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어 3월 소련군정은 임시 내각 구성안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신탁통치가 시작되고 통일임시정부가 성립될 것에 대비해서 마려한 것이다. 당시 각료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수상 여운형,
부수상 김규식, 박헌영,
외무상 허현,
내무상 최용건,
국방상 김일성,
노동상 홍남표,
공업상 무정,
교육상, 김두봉,
선전상 오기섭,
계획경제위원장 최창익
체신 •통신 부상 안기성,
재무부상 박문규,
상무부상 이두엽,
농림부상 명재억,
교통부상, 한희진,
보건부상 이상숙 2) 등이다.
소련군정이 선발한 인물 중 여운형, 김규식은 민족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을 설득해서 거국 내각을 조직하고자 몸부림을 친 중도계열의 지도자이고 김두봉 역시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연안파, 국내파, 만주파 공산주의자들로 박헌영, 최창익, 허현, 김일성을 제하고는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런데 남북 양쪽 내각의 명단에 이름이 실린 네 분이 있다. 양쪽에 이름이 실렸다는 것은 남북에서 그 분들이 인정되고 있었다는 뜻일 거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그 분들에게 들으면 길이 보일 것 같다.
여운형, 김규식, 허현 그리고 무정!
앞의 세분은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마지막의 무정은 우리에게 아주 생소한 이름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연변에서 독립운동사적지를 답사하는 분에게 무정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다. 그는 동북의용군의 사령관이었으며 팔로군과 함께 항일전쟁을 치룬 포병사령관으로서 조선족의 명장이라고 소개하며 중국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명장이라고 칭찬해마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분은 한국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1950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종파분자로 당에서 숙청당하였으며 1951년 병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 후 무정에 대한 공부를 단편적으로 하며 포병으로 전술에 뛰어난 분이라는 인지를 하였다.
안문석 저 ⌜무정평전⌟에 의하면 무정은 누구보다도 철저한 민족주의자였고 좌우이념을 막론하고 한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민족통일전선론을 주장하였다. 제국주의의 침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소국이 힘을 합쳐서야 한다는 국제연대주의자였고, 직업과 신분 등에 따른 차별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평등주의 노선을 견지하였고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론을 주장하였다. 3)
무정의 민족통일론은 여운형, 김규식의 통일론이기도 하였다. 여운형과 무정은 독립운동과 독립준비를 위한 의견을 계속 주고받으며 각자 남과 북에서 민족전선통일론을 주장하였다. 여운형은 북한을 방문할 때 마다 무정을 만나서 생각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운형은 1947년 7월 19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지근에 의해 암살을 당하였고 무정은 소련을 등에 업은 만주파들의 권력투쟁의 희생물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지름길을 여운형, 김규식, 허현, 무정을 연구하면 찾아질 것 같다.
2022.4.20.수
우담초라하니
미주
1) 안문석저, ⌜무정평전⌟, 168쪽, 일조각, 2019
2) 안문석저, ⌜무정평전⌟, 184쪽, 일조각, 2019
3) 안문석저, ⌜무정평전⌟, 333쪽, 일조각, 2019
참고서적
안문석저, ⌜무정평전⌟, 일조각, 2019
박영실저, ⌜8월 종파사건⌟백년동안, 2015
최삼룡편, ⌜승리의 기록⌟, 연변인민출판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