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은 공짜 밥이 아닙니다. 공적 조달체계로 건강한 급식 만들 수 있습니다.”
인천 학교급식 시민모임 박인숙 공동대표
서부학부모기자단 이희영, 이혜연, 고지혜
올 하반기 인천 교육계 최대 이슈는 ‘2017학년도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행’이다.
당초 중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 될 거라는 관계자들의 예상을 깬 획기적인 결과다.
이런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숨은 공로자가 있다.
인천 학교급식 시민모임 박인숙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시월의 마지막 날 아침, 커피 향 그윽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 중학교 무상급식이 내년부터 실행된다. 소감이 어떤가?
기쁘다. 예상보다 전폭적인 지원이다.
사실 난공불락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청연 교육감이 올린 무상 급식 안이 시의회에서 3차례 부결되고, 유정복 시장도 소극적인 모습이어서 비관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인천만 무상급식이 안되는 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부채감을 덜 수 있게 됐다.
끈질기게 노력한 덕에 문제가 해결된 거 같다.
2. 학교 급식 시민모임이 급식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어떤 노력이 있었나?
2003년 인천 학교 급식 조례제정운동본부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위탁급식으로 인해 식중독, 저질급식 문제가 심각했다. 수입농산물 개방으로 농민들의 어려움도 컸다.
전남, 나주에서 우리 농산물을 먹이자는 주민발의 조례운동이 시작돼 2004년 4월, 인천 학교급식 우수농산물 조례가 재정됐다. 쌀, 한우, 달걀, 장류 등이 해당되는데 16개 광역 220개 기초단체 조례가 이때 만들어졌다.
이후에는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꾸는 활동을 했고, 2010년부터 무상급식으로 전환하는 운동을 계속해왔다.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1인 시위, 기자회견, 서명운동, 단식, 촛불 집회, 캠페인은 물론이고, 시와 교육청, 시민들이 함께 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급식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3. 무상급식을 하면 혹시 급식의 질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분들이 가진 편견이라 생각한다. 급식심의위원회를 통해 우리의 세금으로 물가인상분을 예상해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현장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유상급식을 하는 곳에서 식중독사고가 더 많이 나는 걸 알 수 있다. 공공재원을 통한 공적인 급식조달시스템이 오히려 투명하기 때문에 더 믿을 수 있다고 본다.
4. 급식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공적조달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해 달라
현재 학교급식은 eaT(전자조달시스템), 개별 학교별로 입찰을 통해 재료를 납품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전자방식으로 입찰하다보니 유령업체가 생기기도 하도 가격 담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별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책변화를 통한 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한다. 같은 예산으로도 지역별로 공동구매를 하면 질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학교급식네트워크를 만들어 학부모가 학교급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검수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한다.
영양교사의 경우, 급식재료조달에 투여되는 시간을 줄이고 식단과 조리과정을 연구 할 수 있는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5. 급식 관련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96년부터 우리나라 GMO 상용화 비율이 세계1위다. 콩, 옥수수, 유체, 면화 등이 주 재료인데 성장기 아이들과 여성들에겐 치명적이다. 현재 원재료 GMO를 가공해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으면 GMO표시를 하지 않게 되어있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GMO완전 표시제를 위한 법개정 운동을 하고 있다.
친환경 우수식재료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의 관심이 절실하다. 인식이 부족하거나 행정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차액을 시에서 지원해 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식재료를 쓰지 않는 학교들이 있다. 인천교육청에서도 가공품 11개를 지정해 좋은 식재료로 품질을 향상시키라는 지침을 일선학교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안다. 교육청 차원의 새롭고 적극적인 교육이 자주 있어야 한다.
6.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들은 급식이 ‘맛’먼저냐 ‘질’먼저냐를 놓고 의견이 많다. 조미료를 쓰지 않은
급식이 좋다는 걸 알지만 아이들이 먹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다.
‘맛’이란 바뀔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만든 밥을 맛있다고 하나? 맛없다고 한다.
아이들의 오감을 회복시켜야한다. 감각적인 맛이 전부가 아니다. 첨가물과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급식이 정착되기 위해선 학교와 가정에서의 식생활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7. 현재 무상급식 지원예산이 59.4%로 교육청 부담비율이 높다. 무상급식 지원하느라 학교현장의 다른 부분에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개선책이 있다면?
사실 인천 교육 재정 부담의 주범은 누리과정이다. 예산의 규모가 훨씬 크다.
큰 그림에서 생각해 본다면 교육재정부담금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서 학교급식법개정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
중앙정부에서 50% 지원하고 교육청에서 25%, 지자체25% 부담하도록 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8. 30년간 여성, 교육, 복지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는데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
젊을 때는 법, 제도, 정치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컸다. 거시적인 것, 세상을 바꾸는 것.
지금은 땅을 만지는 정서를 갖게 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있다.
내가 먹는 것에 대한 감사, 수고, 과정의 중요함을 느끼면서 ‘길게 사는 삶’을 생각하게 됐다.
‘지속적이면서 함께 나누는 청초한 삶’을 살고 싶다. 꾸준하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삶을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