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은 메밀꽃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할 만큼 메밀향이 가득한 고장이다. 오죽하면 메밀꽃이 만발하는 여름에는 평창군이 아닌 봉평군이라는 말이 나올까. 그런 곳을 북풍한설 몰아치는 한겨울의 추천길로 소개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2월의 추천길 테마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의 ‘누적 검색 BEST 10’] 이었고, 이 길이 강원도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길을 찾으며 여름에 만발하는 메밀꽃을 싹 걷어낸 겨울의 봉평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궁금했다.
자작나무가 거대한 메밀꽃 기둥으로
강원 동부의 교통요지인 장평 버스터미널에 내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15분 거리의 봉평면소재지에 닿는다. 길 출발지는 면소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나 이곳부터 걸어가는 것이 순리에 맞다. 면소재지 남서쪽 가산공원에서 남안교를 건너면 곧 길의 출발점인 평창군관광안내센터가 나온다.
이효석 문학관 뒷길 입구에 자리한 안내센터에서 산길을 조금만 돌아가면 이효석문학관 입구에 닿는다. 성인 기준 2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문학관에는 지금의 메밀꽃 봉평을 있게 한 천재작가 가산(可山) 이효석의 육필원고를 비롯한 다양한 기록전시물들이 자리한다.
이효석 문학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효석문학100리길 1코스인 ‘문학의 길’로 접어든다. 한여름에 내리는 함박눈 같던 메밀꽃 없는 이 길은 고독하고, 쓸쓸하고, 적막하다. 그러나 응달에 미처 녹지 못한 눈송이가 메밀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뽀드득뽀드득, 감출 수 없는 겨울의 발자국은 디딜 때마다 소리로 흔적을 남기며 따라온다. 이 길의 곁을 지키는 흥정천도 하얗게 얼어붙어, 메밀 꽃밭이 되었다. 그렇게 겨울의 봉평 메밀꽃은 하얀 길 위에 눈송이로 피어나고, 단단하게 얼어붙은 흥정천의 얼음 위를 뒤덮는다. 심지어 큰 산에는 자작나무가 하얀기둥을 세워 거대한 메밀꽃 기둥을 연상케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필경 이럴 때 필요한 것일 것이다.
시각적인 즐거움에 청각과 촉감마저 행복한 겨울 봉평
‘문학의 길’ 주변에는 챙겨볼 곳이 많다. 서두에 이야기한 이효석 문학관을 비롯하여, 이효석 생가 복원지, 그리고 평양의 집필실을 재현해 두었다는 평양 푸른집도 생가 복원지 뒤에 함께 있다. 그 밖에도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조형물에 새겨진 이효석 선생의 글들은 현란함과 단백함이 하나의 문장 속에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길 주변에 만들어 놓은 다양한 조형물들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스마트폰 셀카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나름의 재미를 선사해 줄 수도 있을 듯싶다.
메밀꽃을 볼 수 없는 계절일지라도 그 맛은 메밀막국수와 메밀전병으로 몸 깊숙이 넣어볼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겨울에 맛보는 메밀칼국수는 이 지역의 계절 별미다. 순백의 메밀꽃밭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는 여름도 좋지만 겨울에도 상상력만 동원할 수 있다면 하얀 눈길의 촉감과 청각을 메밀꽃밭의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대체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더라, 상상하는 자여 언제나 즐거울 지여라.
●걷는 거리: 7.8㎞
●걷는 시간: 3시간 내외 (쉬는 시간 포함)
●걷는 순서: 봉평면 평창군관광안내센터~흥정천교~평촌2교~금산교~백옥포마을~흥정천 봇도랑길~노구목고개~용평여울목
▶걷기 TIP
-화장실: 평창군관광안내센터 외 다수
-식수: 사전 준비 필요.
-식사: 이효석 문학관 입구 식당가
-길안내: 다양한 안내사인들이 있으나 길 찾기에 약간 미흡하므로 GPS트랙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함.
-코스문의: 평창군관광안내센터 (033)330-2771
첫댓글 메밀꽃이 한창일 때 가면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겠지요. 좋은 길 소개 감사합니다.
봄 아니면 가을
일년에 한번씩은 그리운님과의 추억찾듯 친구 셋이서 들러보는
이효석 문학관을 사진속에 겨울을보니 또다른 정취가 풍겨납니다 ~
메밀꽃은 없지만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드문드문 만나는 이효석선생의 글을 읽으며 조용히 사색하기도 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봇도랑길 눈밭에 찍힌 고라니의 발자욱을 보며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났던 고라니는
아직 살아있을까...등등...힘들이지 않고 산책 삼아 고요히 걷기 좋았던 길입니다.^^
좋은 길 걸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좋으셨겠다!
좋으셨겠다! 222222
이 좋은 길을
발도행에서 걷고싶습니다~~
이 좋은 길을
발도행과 함께 걷고싶습니다~~ 22222
메밀꽃 필 무렵.
거닐어 보길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시골의정취가 물씬 느꺼지는 고즈넉한 사색의길~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