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4] 미 연준은 ‘고금리’로 ‘고물가’ 잡을 수 없다

[김정호]

미 연준은 ‘고금리’로 ‘고물가’ 잡을 수 없다

― 우크라이나 전쟁의 달러 패권에 대한 영향

1) 달러와 위안화 경쟁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지만, 만약 그것이 장기화 하게 되면 반드시 미국 패권의 기초인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 국제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흔들 것이다.

국제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하나는 보편적 교환과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가치보존 수단으로의 기능이다. 만약 미국 국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특히 가치보존 수단에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지금처럼 물가인상이 7%에 달할 경우, 기준금리가 현재 ‘제로’이고 시중금리가 2%대에 불과한 상태에서 달러 소유자는 가만히 앉아서 5%의 손실을 입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손실분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나라들도 보편적으로 인플레이션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타국 화폐를 보유한다고 해도 손실은 마찬가지여서 (물론 각국마다 인플레이션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달러를 보유한다고 특별히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달러가 ‘안전자산’의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기축통화인 달러의 보편적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과 관련되는데, 특히 국제정세가 불안한 시기에는 부각 된다.

보통의 경우 이 두 가지 사정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감내하고서라도 달러보유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달러와 경쟁할 만한 다른 화폐가 없을 때 유효할 수 있다. 지금은 중국 위안화의 존재 때문에 이러한 논리가 뒤집힐 수 있다.

첫째, 중국 위안화는 국제기축통화로서 가져야할 보편적 교환과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에 상당정도 접근하고 있다. 위안화는 2015년 IMF 특별인출권(SDR) 준비통화에 편입되어 정식 ‘5대 기축통화’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은 또한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위이며 세계 제일의 제조 강국이다. 그런 만큼 자국화폐의 국제적 교환과 지불기능을 기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축출하였다. 이 같은 제재 조치는 지불수단 기능의 의미가 외환 보유고나 상품 공급 능력 외에도, 그 나라가 독자적인 국제결제시스템(SWIFT)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도 관련됨을 보여준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도 중국은 자체 결제시스템(CIPS)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위안화는 교환과 지불 기능을 계속수행 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 최근 인민은행이 자체 ‘전자화폐’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기에 앞으로 이 지불수단 기능은 더욱 보강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위안화의 가치보존 기능과 관련해서 살펴보자. 이점 역시 각국 중앙은행이 주목하고 있는 측면이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물가인상률은 아직까지 1~2%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2022.3.9 중국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보다 0.9% 올라 상승률이 2개월 연속 1%를 밑 돌았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2.3%까지 오른 뒤, 12월 1.5%, 올해 1월 0.9%로 3개월째 둔화세를 지속했다. 이 같은 안정된 중국 국내 물가 탓에 달러에 대해 위안화는 줄곧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2020년 중미 간 무역 전쟁이 한창일 무렵 1달러=7.0위안 대까지 올라갔던 위안화 환율은, 최근에는 1달러=6.3위안 대로 10% 가량 절상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코로나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대부분 ‘제로’ 금리를 실시한데 반해, 중국은 2015.10.24. 한차례 기준 금리를 조정했을 뿐 이후로는 줄곧 평균 2%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표1 참조). 따라서 예금금리를 통해서 물가인상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상태이며, 이는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보유할 경우 가치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1> 중국의 예금금리 (단위: %)

예금 금리	2015년8월26일	2015년10월24일
1년	1.75	1.50
2년	2.35	2.10
3년	3.00	2.75

자료: https://bank.cngold.org/c/2022-03-23/c8020845.html

중국이 이처럼 물가인상을 억제하고 자국화폐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사태를 맞이하여 다른 나라들처럼 ‘양화정책’을 쓰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경제운영을 해온 덕택이다. 중국은 그간 몇 차례 은행 지불준비금을 낮추고 최근 들어서는 대출금리의 소폭 인하를 단행했을 뿐이다 (표2 참조). 이처럼 중국이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가능한 것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과, 진작부터 추진해온 내수위주 성장 정책이 효과를 본 덕택이다.

<표2> 중국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변화 (단위: %)

	기존	2020.4.	2021.12	2022.1
대출금리	4.05	3.85	3.80	3.70
비고		0.2% 인하	0.05% 인하	0.1% 인하

자료: 한겨레신문, 2022.1.20. 보도에 기초해 작성.

그동안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해 오던 중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이탈하기로 결심하였다. 미국시장에 의존하는 기존 성장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지속 발전을 꾀할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소비중심-공급중심’ 이원화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성장전략 전환이야말로 이번 코로나사태 하에서 ‘위안화 강세’가 출현한 진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기존처럼 값싸고 저렴한 상품의 대량생산이라는 구태의연한 성장방식에 의존했더라면,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선 자국 상품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양화정책으로 인해 이미 실질 가치가 크게 저하된 달러에 대해서조차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부턴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만큼 ― 이 점은 트럼프 정부 때 중미 간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 중국은 미국의 ‘양화정책’에 맞서서 ‘위안화 절상’을 감내할 수 있는 뒷심을 갖게 되었다.

이 부분 역시 미국 내 스태그플레이션 억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소비자들로선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가격이 상당히 인상된 중국 제품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결정권을 이미 일정 정도 획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국제교역에서 지불수단의 기능과 ‘가치보존’ 수단으로서의 기능까지 갖춘 위안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자국 내 악성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할 경우 달러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국제기축통화로서의 몫 중 상당부분은 위안화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세계는 이로부터 유로화를 포함한 ‘삼분천하’의 시대를 맞게 되고, 그것은 진정한 국제통화의 다원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와 함께 달러패권의 종식을 의미한다.

2) 우크라이나 전쟁과의 관계

이상과 같은 결과를 막고 달러패권을 지키기 위해선, 미국은 반드시 자국 내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화 하는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그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한 가지는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근저에는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의 심각한 파괴가 있으며, 그 본질은 과잉생산이다. 따라서 파괴된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선, 과잉생산의 주범인 ‘한계기업’을 도태시켜 자원에 대한 초과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써 금리인상은 필수적이며, 그 폭은 최소한 물가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만큼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로 금리’인 상황에서 물가는 이미 7%대로 진입하였다. 만약 이 차이를 한꺼번에 메꾸려 한다면, 지금과 같이 대량의 한계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마도 대규모 부도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는 다시 은행 부실로 이어져 또 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설령 한꺼번에 7%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최소 3~4%대의 금리인상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처럼 경제 체질이 취약한 상태를 고려한다면, 미 연준으로선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남은 방법은 달러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나 전쟁 등 큰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국 투자가들은 안전한 대피처인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경제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국지전을 발발케 하여 투자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발동시킴으로써 달러의 지위를 보존하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미국은 다음 세 가지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각국으로 하여금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부추켜, ‘달러 강세’를 실현시킴으로써 국내의 물가인상 압력을 낮추려는 것이다. 국내 물가를 인상시키는 주요인인 유가와 원자재 등 대종 상품 가격은 국제 무역거래 시 대부분 ‘달러’로 표시되고 결제된다. 그 때문에 만약 달러가 강세를 실현하면 상대적으로 이들 대종 상품 가격은 하락하게 되어 물가 인상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은 물가인상을 억제하는 데 있어 가장 신속한 방법이다.

둘째, 안전한 도피처를 찾아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 달러를 이용해서, 미연준은 유동성의 추가적인 확대 없이 시중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얼마 전 바이든 정부는 5G, 친환경차, 반도체,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경제 부흥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해외로부터 새로 유입된 자금들은 미국의 국채 및 주식시장에 투자됨으로써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1990년대 ‘IT호황’과 같은 성공을 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만약 위의 두 가지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미 연준은 단계적 금리인상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서 이제는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서도 한계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으며, 금번 스태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인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의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부분적인 달러 강세의 실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가는 1배럴 당 130달러에 근접하였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농산물 가격을 크게 올리고 국제 공급망을 교란시켜 당장 미국의 국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러 강세’는 다른 화폐와의 상대적인 대비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기에, 달러와 실제 상품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지금의 ‘고물가’ 현상은 전쟁이 지구전화 하면 장기적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달러 강세와 함께 위안화 강세가 병행한다는 점이다. 위안화는 2020년 무역전쟁 당시 1달러=7.0원 대에서 현재 1달러=6.3원대까지 상승한 상태이다. 이는 달러가 계속해서 위안화의 견제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과거처럼 안전자산으로 기능할 수 없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최근 달러의 향배와 관련한 몇 개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하나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3월 15일자 보도한 것인데, 중국과 사우디 정부가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은 1990년대에는 사우디산 석유를 하루 200만 배럴까지 수입했으나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0만 배럴까지 줄었다. 그 대신 중국은 사우디산 석유를 하루 176만 배럴씩 수입하여 최대 고객이 되었으며, 중국은 또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개발, 원자력 프로그램, ‘미래 도시’ 건설을 도우면서 양국 관계가 밀착되었다. 소식통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선물거래에도 위안화 가격 표시제인 ‘페트로 위안’을 적용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에 미보다 더 ‘큰손’ 된 중국…달러패권 도전 ‘위안화 결제’ 논의”, 한겨레신문, 2022.3.16.)

다른 소식은 러시아 관영 매체 <스푸트니크>의 보도에 기초한 것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단일 화폐 추진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스푸트니크의 일본지사는 3월 16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들이 중국과 함께 자유로운 국제통화 재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단일 통화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EAEU와 중국의 협력에 관한 온라인 회담의 성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연료 에너지 △정보기술 △상품 매매 분야에서의 EAEU와 중국의 실제적인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데, 새 통화의 가치는 회원국의 통화지수 및 상품가격지수를 통해 매겨지게 된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달 말까지 해당 협의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세계가 놀랄 소식 떴다… 러시아-중국, 급기야 단일 화폐 추진한다”, 위키트리, 2022.3.18.)

이상의 최근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체계에 관한 논의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만간에 달러 패권의 종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