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식 이틀 전야.
진솔이가 고마운 선생님께 장문의 감사편지를 썼다.
자기만의 선물도 준비했다.
도자기 찻잔 세트였다.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그 박스 안에 편지를 끼워넣었다.
편지를 쓰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제지간에 물질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감사의 마음이라면 스승님께 드리는 최고의 졸업선물이 되겠구나"
선생님께 드리는 긴 편지.
그 속에서 주저리 주저리 영글어가는 스승과 반장의 속 깊은 얘기들.
두 사람만의 소중한 기억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싱그럽게 샘솟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특하네. 녀석"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사는 세상.
돈도, 능력도, 권세와 명성도 중요하지만 이런 따뜻한 마음 하나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기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10년에 대학생이 되는 딸이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 가기를 바란다.
또한 늘 오픈 마인드로, 배려가 무엇인지를 잘 헤아리며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선생님께는 선물보다 진솔이가 고3 때 반장을 하면서 선생님과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반을 좀 더 멋진 학급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던,
그런 기억과 땀의 편지 한 통이 더 소중한 졸업선물이 아닐까 싶다.
교정을 떠나는 마지막 시간까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딸에게 다시 한번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뛰어난 능력, 스펙, 할벌이 중요한 건 아니다.
올바른 태도와 균형잡힌 자세 그리고 잔잔한 배려심.
장기적인 관점에선 바로 이런 정성적 요소들이 인생을 결정 짓는 주춧돌이라고 믿는다.
늦게 가더라도 바른 가치관으로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애들을 낳고 지금까지 지난 20여 년 간, 매일 새벽마다 애비로서 그리 기도했었다.
2월에 교정을 떠나는 이 땅의 모든 졸업생들의 앞길에 신의 가호와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해 본다.
미래의 주역인 스무살 새내기들.
그대들의 앞길에 큰 영광 있으라.
브라보.
2010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