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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도 내 마음대로 막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어요 만약에 듣기가 싫다면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상책이죠 내 입으로 가슴의 울분을 터트려야겠어요 그것을 숨겨두면 내가슴이 터질거예요 가슴이 터지느니 내 마음대로 한껏 속시원히 말이나 하겠어요
페트루키오: (일부러 딴전을 부린다.) 그렇소 당신 말이 맞았소 이 보자는 시시껄렁한 것이요 계란 껍대기요 어린아이 사탕 발림이요 비단만두요 이것을 싫다고 하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사랑할만한 아내요
까따리나: 날 사랑하건 말건 난 그 모자가 좋아요 난 그 모자를 가질래요 다른 것은 싫어요
피트루키오: 가운은 그래그래 재봉사 그걸 보여주게 오 이게 뭐야 가면 무도회엘 나갈 옷인가 이건 뭐야 이게 소매야 대포구멍이지 여기도 싹둑 저기도 싹둑 가위질을 하고 여기도 쭉 저기도 쭉 찢어놨으니 이건 마치 이발소의 향로 구멍아냐 이 고얀 놈의 재봉사 이게 대체 뭐라는 거야
호텐쇼: (방백) 이래서야 모자고 옷이고 여편네 손에 들어 가기는 다 틀렸군
재봉사: 최신 유행으로 잘 만들라고 하셔셔요
페트루키오: 그래 그렇게 말했지 그러나 생각해 보게 난 이렇게 형편없게 만들라고는 안했어 어서 가게 개천이라도 건너뛰어 집으로 돌아가 팔기는 다 틀렸으니까 그런 것은 하나도 안 살 테니 어서 썩 물러가
꺼따리나: 난 이런식으로 이렇게 기분좋게 이보다 더 좋은 유행옷을 본일이 없는 걸요 이만하면 그만이죠 당신은 날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그러는 거죠
페트루키오: (딴청을 부리며) 참 그렇소 저자는 당신을 꼭두각시 취급을 하는구료
재봉사: 부인 말씀은 주인님께서 부인을 꼭두각시 취급을 하신다고 말씀하시는 데요
페트루키오: 오 원 이런 고약한 건방진 놈 봤나 원 이런 거짓말장이 실밥같은놈 봤나 내 집에와서 실타래를 가지고 뽐내려 드는 거야 없어져 이 누더기같은 베다남은 헝겊 조각같은 놈아 안나가면 네 자막대기로 때릴테다 주둥이가 살아 있는한 수다를 떨테니까 그래 이렇게도 시시껄렁하게 옷을 만들어 올 수가 있어
재봉사: 그건 주인님의 잘못입니다 이 가운은 주문하신대로 지어 온 것이죠 그루미오가 와서 이렇게 하라고 주문을 한 것이죠
그루미오: 난 주문 한 일이 없어 옷감만 갖다 주었지
재봉사: 그렇지만 이리저리 만들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루미오: 그래 바늘과 실을 사용하라고 말했지
재봉사: 그럼 재단을 하라고 말씀을 안했단 말인가요
그루미오: 이것저것을 꿰매 붙여서는 안되지 자넨 여러 사람의 옷을 만들어 주겠지만 남의말을 만들어 주어서는 안돼 자네주인한테 가운을 재단하라고 말했지 언제 이렇게 산산조각으로 싹둑질하라 했나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거짓말장이라는 거야
재봉사: 그렇다면 여기 증거로 어떤식으로 하라고 적어놓은 것이 있죠
페트루키오: 그걸 읽어 보게
그루미오: 만약에 내가 그렇게 하자고 적어 놓은 것이 있다면 그 적어 놓은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지
재봉사: (읽는다.) 첫째 가운을 뭄에 넉넉하도록 만들것
그루미오: 주인 나리 내가 만약에 가운을 몸에 넉넉하도록 만들라고 했다면 절 그 스커트 끝에다가 꿰매 넣고 실바퀴로 때려 죽이십쇼 난 가운이라고만 했어
페트루키오: 그 다음을 읽어보게
재봉사: 둥글린 조그만 케이프를 달고
그루미오: 케이프란 말은 내가 했지
재봉사: 소매는 트렁크 형으로
그루미오: 소매는 두개라고 확실히 말했어
재단사: 소매의 재단은 색다르게 하고
페트루키오: 그렇지 그것이 협잡이야
그루미오: 적어 놓은 것이 틀렸어요 난 말하기를 소매는 한번만 재단해서 다시 꿰매 붙이라고 했지요 자 그럼 흑백을 가려야지 새끼손가락에다 골무로 무장을 했다 할지라도 겁날 것 없다
재봉사: 제 말엔 틀림이 없습니다 알만한 장소로 가면 알게 되겠지요
그루미오: 내가 맞바로 상대해 주지 넌 그 적어놓은 공책을 들고 네 자막대기는 이리 내라 자 덤벼라
호텐쇼: 원 저런 그루미오 그러면 재봉사가 질것은 뻔하지 않은가
페트루키오: 어쨌든 잘라 말해서 이 가운은 내 비위에 안 맞아 (호텐쇼에게) 호텐쇼 나중에 돈은 치러 준다고 재봉사에게 말해주게 (큰 소리로) 가지고가 암말도 말고 어서 없어져
호텐쇼: (조용히) 재단사 내일 옷값은치러 줄테니 저분의 잔말을 언짢게 생각마오 자 어서 가서 주인한테 말 잘해주오 (재봉사 퇴장)
페트루키오: 자 케이트 우리 장인어른께 갑시다 입던옷이지만 깨끗이 차려입고 갑시다 돈지갑이 두둑한데 옷차림이야 빈약한들 어떻겠소 그러니 기운을 내요 우리 이제 곧장 아버님집으로 가서 연회를 베풀고 힘껏 떠듭시다 자 가서 내 하인들을 불러라 곧 떠나겠다 말은 두필을 끌어다 놔 가만 있자 벌써 일곱시가 다 되질 않았어 그럼 아마 저녁식사 때까지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겠지
까따리나: 원 참 두시가 다 된걸요 저녁식사때까지 못 대어 갈 거예요
페트루키오: 말 있는데까지 가자면 일곱시는 되겠지 이것봐요 어째서 당신은 내가 말하려면 내가 무엇을 하려고 생각을 하면 일일이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거요 이봐 난 오늘 안가 내가 그렇다고 하는 시간이 될때까지는 안 갈테야 (모두 퇴장)
막: 제 4막
장: 장
노상 (페트루키오, 까따리나, 호텐쇼, 종복들 등장)
페트루키오: 자 가자 드디어 우리 장인어른집에 가까와지는구나 야 달빛이 찬란 하구나
까따리나: 달이라구요 태양이예요 지금 이 시각에 달이라니요
페트루키오: 달이라니까 찬란하게 비치는 것이
까따리나: 아니예요 태양예요 찬란하게 비치는 것은
페트루키오: 어머니의 아들 나 자신을 두고 맹세하지만 저건 달이야 별이야 내가 무엇이라 하든 그것이야 적어도 장인어른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래야해 에잇 말들을 뒤로 물려라 언제든지 내말이라면 쌍지팡이야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것밖에는 아무런 재주도 없지
호텐쇼: (까따리나에게) 저사람 하는 대로 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 까지 있어도 못갑니다
까따리나: 여기까지 왔으니 어서 가야죠 애원합니다 달이든 태양이든 무엇이라도 좋아요 골플로 만든 양초란들 어떻겠어요 앞으로 나도 그렇게 부르겠어요
피트루키오: 틀림없는 달이야
까따리나: 그래요 달이예요
페트루키오: 그럼 당신은 거짓말장이지 저건 명백한 태양이야
까따리나: 그럼 명백한 태양이죠 그러나 당신이 아니라면 태양이 아니죠 달은 당신의 마음처럼 여러가지로 변하죠 당신이 불러 섬기는 대로 그렇게 변하죠 그러면 나도 그대로 부르겠어요
호텐쇼: (방백) 페트루키오 이젠 갈길을 가야지 승리했으니
페트루키오: 자 전진이다 전진 가만있자 저기 오는 게 누구지 (빈센쇼 등장, 빈센쇼에게)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어디로가시는 길이지요 이것봐요 케이트 정말이지 이렇게도 신선하고 어여쁜 처녀를 당신은 본일이 있소 양볼은 마치 흰 빛과 붉은 빛의 전쟁이요 저 반짝이는 두 눈은 어떤 별들이 저렇게 아름답게 하늘의 얼굴을 빛나게 하겠소 어여쁜 아가씨 다시 한번 인사를 하겠습니다 케이트 너무도 어여쁘니 한번 끄러안아 주구료
호텐쇼: (방백) 할아버지를 처녀로 만드니 저 노인은 암만해도 머리가 돌겠군
까따리나: 풋싹같이 포근한 아가씨 신선하고 귀여운 처녀아가씨 어디로 가시는 길이지요 댁은 어지지요 이렇게 어여쁜 따님을 가지신 부모님은 참으로 행복하시겠어요 아가씨를 잠자리의 벗으로 동반할 행운의 남자는 또 더욱 행복하겠어요
페트루키오: 아니 어떻게 된 거요 케이트 미치지나 않았소 이분은 남자요 주름투성이에 말라 빠진 늙은이야 당신이 지금 말한 그런 처녀가 어디 있어
까따리나: 노인 용서하세요 햇빛에 눈이 현황해져서 그만 잘못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초록 빛으로 뿌옇게 보여서요 이제야 겨우 존엄하신 노인장이란 것을 알겠습니다. 용서하세요 엉뚱한 잘못을 저질러서요
페트루키오: 용서해 주시오 노인 별지장이 없으시다면 어디로 여행하시는 길인지 말씀해 주실수 없을까요 같은 방향이라면 기꺼이 동행해서 모시겠습니다.
빈센쇼: 당신이나 재미있는 부인이나 괴상망측한 인사를 해 주셔서 어찌나 놀랐는지요 나로 말하면 빈센쇼란 사람으로 피사에 살고 있지만 지금 파두아로 가는 길이지요 오랫동안보지못한 아들을 만나려고요
페트루키오: 아드님의 이름은요
빈센쇼: 류센쇼라 합니다
페트루키오: 마침 잘 만났군요 아드님께는 더욱 다행한 일이고요 이렇게 되면 법률상으로나 연세로나 아버님이란 칭호로 모셔야겠습니다 나의 처가 되는 이 사람의 동생과 댁의 아드님과는 지금쯤은 아마 결혼을 했을 겁니다. 놀라실것도 탄식하실 것도 없습니다 그 여성은 칭찬을 받을 만한 사람으로 지참금도 충분하고 집안도 훌륭합니다 어떠한 귀인의 아내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니까요 빈센쇼 노인을 한번 껴안겠습니다. (껴안는다.) 자 이로부터 우리가 모두 댁의 아드님을 방문하러 떠나도록 합시다 노인께서 도착하시면 아드님이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빈센쇼: 그러나 이것이 정말인가요 농담인가요 장난을 좋아하는 길손이 잘 하듯이 길에서 만나는 대로 아무에게나 장난하는 농담은 아니겠죠
호텐쇼: 노인 정말입니다 제가 보증하죠
페트루키오: 그럼 같이 가셔서 거기서 산 증거를 목격하세요 처음부터 장난을 해서 믿어지지가 않는 모양이시니 (호텐쇼만 남고 모두 퇴장)
호텐쇼: 그래 페트루키오 덕택으로 용기를 얻었네 그 방법을 과부한테 써 먹어야겠어 만약에 그 과부가 고집을 피운다면 이쪽에선 한층 더한 고집으로 이것이 자네한테 배운 것이야 (퇴장)
막: 제 5막
장:
파두아. 류센쇼 집의 한방 (밥티스타, 빈센쇼, 그레미오, 류센쇼, 비앙카, 페트루키오, 까따리나, 호텐쇼, 미망인, 비온델로, 그루미오, 등 등장)
류센쇼: 꽤 시간은 걸렸지만 덧난 음조가 이제야 조율이 되었습니다 격전이 끝난 후에 위험한 고비를 모면한 얘기로 웃음의 꽃을 피울 때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비앙카 나의아버지를 환영해 드리오 나도 같은 심정으로 당신의 아버지님을 환영해 드릴 것이니 페트루키오 형님 까따리나 아주머니 그리고 여러분 다같이 한껏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춧연은 앞서 베푼 큰 잔치 뒤에 오는 뱃속 빈틈을 보충하려는데 불과한것 입니다 여러분 않아 주싶쇼 이제부터는 않아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 뿐이니까요
페트루키오: 구렇지 않고않 아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밖엔 별 방법이 없을 테니까
밥티스타: 나의 사의 페트루크오군 이 호의는 파두아가 제공하는 것이야
페트루키오: 그렇죠 파두아가 제공하는 것이란 호의 빼놓고야 뭐 있습니까
호텐쇼: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도 그 말이 진실이 되길 바랍니다
페트루키오: 그러면 틀림없이 자넨 마나님한테 겁을 집어 먹고 있구만
미망인: 내가 그렇게 겁을 주워 먹을 사람같이 보이나요
페트루키오: 당신께선 총명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내 설명을 그렇게 들으셨다면 그건 불평인데요 나는 호텐쇼가 아주머니를 겁내고 있다고 말했죠
미망인: 현기증이 있는 환자는 바깥세상이 빙빙 도는 것같이 생각 되니까요
페트루키오: 아주 솔직한 얘기군요
까따리나: 현기증이 있는 환자는 바깥세상이 빙빙 도는 것같이 생각 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죠 설명해 주세요
미망인: 댁의 남편께서는 말괄량이한테 혼이 났으니까 자기가 혼난 슬픔의 척도로 우리집 양반까지 재려 든단 말입니다 이젠 내뜻을 아시겠나요.
까따리나: 아주 졸렬한 뜻이로군요
미망인: 맞았어요 나는 당신을 졸렬하게 여기니까요
까따리나: 정말이지 내 졸렬쯤은 당신의 졸렬이 너무도 월등해서 문제도 안 되는군요
페트루키오: 잘한다 우리편
호텐쇼: 더잘한다 우리편
페트루키오: 난 백 마르크를 걸겠어 우리 케이트가 상대편을 거꾸러뜨릴 테니까
밥티스타: 어떻소 그레미오씨 재빨리 재담을 재치있게 받아 넘기는 것이
그레미오: 이거야말로 머리와머리의 박치기로군요
빈센쇼: 새댁도 눈이 번쩍 띄는 모양이군요
비앙카: 그렇습니다 그러나 놀랄정도는 아니니 또 졸음이 올거예요
페트루키오: 천만에요 시작한 이상 누가 졸고 있게 내버려 두나요 새콤하게 톡 쏘는 재담을 한두개 맛보여 드릴 테니까요
비앙카: 내가 형부 새인줄 아나요 난 보금자리를 옮길테니 활시위나 당기고서 따라오세요 여러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앙카, 까따리나, 미망인 퇴장)
페트루키오: 미리 방패막일 하니 트라니오 자네는 저 새를 겨냥했다가 쏘아 맞히질 못했지 그러니 축배를 듭시다 활은 쏘았으나 맞혀서 떨어뜨리지 못한 모든 친구들을 위해서
트라니오: 오 여보시요 저는 주인님께서 저를 사냥개처럼 앞질러 달리게 했을 뿐이죠 주인을 위해서 사냥을 하라고요 하지만 그 사냥하신 사슴한테 받혀 감당을 못하신다면요
밥티스타: 오 페트루키오 한대 얻어 맞았군
류센쇼: 트라니오 고맙네 날 멋지게 풍자해 주어서
호텐쇼: 고백하지 고백해 한대 얻어맞지 않았나
페트루키오: 약간 긁혔을 정도라고 고백하지 그러나 그 풍자의 화살이 나를 약간 스치고 튀어나가서 자네 두사람을 정통으로 뚫어 맞힌 것을 모르나
밥티스타: 아니 참말이지 미안해 페트루키오 내 사위는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말괄량이를 아내로 얻었으니
페트루키오: 천만에요 그렇지 않죠 그럼 그 증거로 각자가 사람을 보내서 자기 아내를 불러 보도록 하죠 그래서 사람을 보냈을 때 제일 먼저오는 아내가 가장 말 잘듣는 아내니 그 남편이 이긴 걸로 하고 서로 내기를 거는 것이 어떻겠읍닐까
호텐쇼: 좋소 그 내기의 금액은
루센쇼: 이십 크라운
페트루키오: 겨우 이십 크라운 나같으면 그만 한 돈은 매나 사냥개한테도 내길 걸겠소 내 아내인 만큼 그 이십 배는 걸어야지
류센쇼: 그럼 백크라운이요
호텐쇼: 좋소
페트루키오: 됐어 결정 됫소
호텐쇼: 누가 먼저 시작하지
페트루키오 류센쇼: 내가 먼저 하지 비온델로 아씨를 불러오게 내가 부른다고
비온델로: 알겠습니다 (퇴장)
밥티스타: (류센쇼에게) 자네 몫의 절반은 내가 맡지 비앙카는 틀림없이 올것이니
류센쇼: 전 반 도박은 싫습니다 전부 내몫으로 걸겠습니다 (비온델로 등장) 그래 어때 뭐라던가
비온델로: 바빠서 못 오시겠다구요
페트루키오: 뭐 바빠서 못 오겠다고 그게 대답이야
그레미오: 당신 부인한테서는 그보다 더 나쁜 대답이 안 나오게 기도나 올리시요
페트루키오: 천만에요 반드시 좋은 대답을 하죠
호텐쇼: 비온델로 내 아내한테 가서 곧 이리로 오십사하고 청해보게
페트루키오: 오 오십사 해보라고 그야 오십사하니 오시겠지
호텐쇼: 그러나 미안하지만 자네는 청아니라 무엇이든 해보게 올리가 없으니 (비온델로 다시 등장) 내 아내는 어떻게 됐나
비온델로: 부인말씀이 무슨 장난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못오시겠다 겁니다 부인한테로 직접 오시라고 하시더군요
페트루키오: 점점 더 나빠지는군 직접 오라고 에잇 불쾌해 못 참겠어 견딜 수가 없어 어것봐 그루미오 아씨한테가서 이리로 오라고 내가 명령하더라고 하게 (그루미오 퇴장)
그레미오: 그 대답이야 뻔하지
페트루키오: 어떻게
그레미어: 오겠다고 할리가 없지
페트루키오: 그런꼴을 당한다면 모든 것은 끝장이야
밥티스타: 아니 이게 왠 일이야 까따리나가 오지 않아 (까따리나 등장)
까따리나: 무슨 일인가요 부르셨다니
페트루키오: 동생은 어디 있소 호텐쇼의 부인은
까따리나: 난로옆에서 않아 이야길 하고 있죠
페트루키오: 가서 두 사람을 다 이곳으로 데리고 와요 만약에 거절을 하거든 때려도 좋으니 그녀들을 남편앞으로 끌고와요 어서 가서 곧장 이리로 끌고 오라니까 (까따리나 퇴장)
류센쇼: 기적이 있다면 이거야말로 기적이요
호텐쇼: 정말이요 이것이 무슨징조 인지 모르겠소
페트루키오: 그야 평화의 징조지 사랑의 징조요 평온한 생활의 징조요 잘라 말해서 별것이 있나요 아름답고 행복한 것 이외에는
밥티스타: 자 페트루키오 행운은 그대에게
페트루키오: 내기에 이긴 것쯤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상으로 까따리나가 온순하다는 증거를 보여 드리죠 얼마나 정숙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이 되었는 가를 보여드리지요 보세요 까따리나가 옵니다 여러분의 고집장이 부인들을 데리고요 잘 달래 가지고 포로로 해서 데리고 옵니다 (까따리나, 미망인, 비앙카 등장) 까따리나 그 모자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소 그런 장난감 같은 것은 벗어 팽기처 밟아 버리시오 (까따리나 하라는 대로 한다.)
미망인: 원 세상에 이런 실없는 장난이 어디 있어요
비앙카: 아이 싫어요 날 바보로 아시나요 오라가라하게요
류센쇼: 좀더 바보나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비앙카 당신이 너무 똑똑해서 저녁식사 이후에 백 크라운을 잃었소
비앙카: 어머나 나를 미끼로 돈을 걸다뇨 당신이야말로 바보 이상이예요
페트루키오: 까따리나 내 명령이니 이 고집센 부인들께 여자란 그 성주요 남편되는 사람한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오
미망인: 우릴 조롱하고 계시는군요 누가 그런 소릴 듣는데요
페트루키오: 어서 시작을 하라니까 우선 저 부인한테 설명을 해줘요
미망인: 할리가 없죠
페트루키오: 한다니까요 우선 저 부인한테
까따리나: 쓸데 없어요 헛짖이예요 그런 위험하듯 쌀쌀한 찌푸린 눈살를 펴셔요 그런 오만한 눈초리로 쏘보면 자기의 주인이요 성주요 군주인 남편에게 상처를 주게되니 아예 그래서는 못씁니다. 여자가 성을 내면 흐려놓은 샘물같이되죠 흙탕물이 우러나고 더럽게 보이는 것이 혼탁해져서 아름다움이 간데 없죠 이렇게 되면 아무리 여자에 갈증이 난 남자라도 그런 여자의 샘물을 한 방울이라도 입에 댈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남편은 당신의 성주요 당신의생명이요 당신의 수호자요 당신의 지엄한 군주입니다 당신을 위해 걱정하고 당신을 부양하기 위해 바다에서 육지에서 자기 몸을 아낌없이 내던져 일을 하고 있질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어디 당신에게 어떤 댓가를 바라던가요 다만 사랑과 맑은 안색과 진심으로 순종하는 것 만을 바랄뿐입니다 나도 당신네처럼 한때는 마음도 생각도 부풀대로 부풀어서 말에는 말로 성에는 성으로 일일이 대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나는 좀더 이성적이었지요 그러나 이제사 알겠어요 우리들이 던진 창이란 지푸라기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그러니 머리를 숙이고 성미를 버리세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러한 의무의 증거로 남편의 소망이라면 내 손을 짖밝아도 좋.다고 하겠어요
페트루키오: 암 그래야 내 아내지 자 케이트 키스를 해줘요
류센쇼 밥티스타: 다른 사람이 잃은 돈에다가 2천크라운을 보태서 내가 내놓지 왜냐하면 저 애가 아주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
류센쇼: 좋아 날이 갈수록 번영 하시오 승리는 당신의 것이니
빈센쇼: 참 좋은 말씀 이었소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류센쇼: 그러나 따끔한 애기였죠 고집장이 부인에겐
페트루키오: 자 케이트 우리 잠자리로 갑시다 우리 세사람이 결혼을 했지만 자네 두 사람은 뱀을 잡았어 그대들은 과녁을 맞혔지만 내기에는 내가 이겼지 승리자가 된이상 이제 그만 안녕 (까따리나와함께 퇴장) 이겼지 승리자가 된이상 이제 그만 안녕 (까따리나와 함께 퇴장)
루브(LUV) 원작 : 머레이 쉬즈갈
장: 1장
(시간) 저녁때
(장소) 다리
다리난간이 다리 위쪽으로 대각선을 이루며 무대를 가로지른다. 왼편으로 난간 중간에 작은 상자모양의 알코브가 나와 있다. 난간 선을 따라 굵고 붉은 코일이 오른쪽 무대 밖으로 뻗어 나갔고 일정한 간격으로 케이블이 드리워져서 난간에 연결되었다. 나무 벤 취 두 개가 서로 등을 대고 각각 무대 앞 뒤쪽을 향해 역시 대각선이 놓여있다. 무대 오른쪽 구석에는 태가 묵은 철로 된 가로등이 켜 있다. 무대 왼편 앞쪽으로 아무 특징도 표시도 없는 모래 상자가 과일 바구니 세 개만한 크기로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 앞쪽으로 철사로 된 공중 휴지통이 있다. 인도를 만드는 조금 높은 부분이 약간 대각선으로 무대를 평행으로 갈라놓고 무대 전체는 경사가 졌다. 은은히 들리는 증기 기적소리, 배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배 떠나는 종소리 등.
해리 벌린
(큰 키에 맥 풀린 모습. 다듬지 않은 콧수염과 구겨진 옷이 잘 맞지 않는다. 짙은 녹색이 줄이 간 골덴 자켓. 목에 단추를 끌러놓고 넥타이도 없다. 무척 큰 바지 허리 깨를 노끈으로 맸다. 때묻은 흰 운동화를 신고) 알코브 난간에 기대어 객석을 등 진 채 돌아서서 아래쪽 문을 응시하고 있다.
밀트 맨빌
(마르고 꼿꼿하며 중키보다 적다. 말쑥하게 맞춰 입은 갈색 신사복에 분홍 샤쓰 접힌 칼라에다 밝은 황색 넥타이 양복 윗 주머니에 손수건을 집어넣고 넓은 커프링에다 갈색 스웨이드 구두를 신고) 왼쪽으로 등장한다. 아래쪽으로 왔다갔다하며 애타게 팔뚝시계를 본다. 그의 눈길이 곧 휴지통을 발견하고 참지 못하는 듯이 그리로 간다. 몸을 굽혀서 그 속에 버려진 회색 오바 (벨벧 칼라에 청어가시 모양으로 짠 옷감) 를 뒤져본다. 해리가 돌아선다. 밀트는 그를 의식하고 객석 쪽을 응시하며 어디서 봤던 사람인가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해리가 주머니에서 연필과 노트종이를 꺼내어 무엇을 적은 후 난간을 기어오른다.
밀트: (겨우 알아낸 것처럼 그에게로 가면서) 이 사람 그럴 수가. 해리 벌린! 그래 맞았어! 얼핏보고도 자넨 줄 알았지. (해리 손을 잡고 악수한다.) 그래 해리 어떻게 지냈나? 재미 좋은가? (해리는 움칫 했다가 난간을 내려온다.)
자넬 마지막 본 지가……. 가만 있자. 으음 그래 십 오 년은 될 걸세. 왜 졸업식 후에 있었던 파티에서 내가 "연락하게"하니까 자네가, 몇 일 후 들릴께 했었지. 그리고는 십 오 년이 흘렀군.
해리: (기억이 나는 것처럼) 십 오 년?
밀트: 암 십 오 년.
해리: 믿기 어려운데.
밀트: 사실은 내달이 십 오 년째야.
해리: 세월은 참 빨라.
밀트: 빠르지.
해리: 내달이 십 오 년째.
밀트: 십 오 년이지.
해리: (잠시 침묵) 자넨 누군가?
밀트: 밀트!! 밀트!! 밀트!! 대학 (몰리야쯔) 동창이야.
해리: (그의 손을 텁썩 잡으며) 맞았어!! 밀트 맨빌 (웃음) (그들은 얼싸안고 즐겁게 웃는다. 밀트가 말하는 동안 해리는 쟈켓을 입고 종이를 구겨서 난간 너머로 던져버린다.)
밀트: 이봐 해리. 그동안 내 사업은 순풍에 돛 단격일세. 낮으론 국채, 공채, 사채 등등. 채권부로커 사업을 하는데 아주 잘돼. 알겠어? 돈이 쏟아지지. 밤에도 나 혼자 힘으로 골동품과 고물장수를 하지. 힘들이지 않고 많이 벌지. 벌써 결혼까지 했다네. 엘렌, 기가 막혀. 기가 막힌 깔치야. 교외에 집도 있어. 35만 불! 삽 십 오만 불 짜리. 이봐, 이 시계 보게나. 진짜 순금이 이십 이 캐럿트짜리야 (화려한 안감은 보여주기 위해 양복저고리를 열어 보이며) 이 상표 봐? (셔츠의 단추를 끌르고) 실크 내복 외제 어때, 응? (팔을 들고) 자 맡아봐 괜찮아. 맡으라구 (해리가 너무 바짝 대기를 주저하니까 밀트는 해리 머리를 자기 겨드랑이에 밀어 넣고 웃으며) 나쁘지 않지 응? (엄숙하게) 그래 자넨 어떻게 지내왔나? 들어보세.
해리: (슬프게) 끔찍스러. 밀트. 끔찍해. 모든게 허사야.
밀트: (어리둥절해서) 무슨 소린가?
해리: 세상만사 인간, 인생, 죽음. 태고 적부터 되풀이되는 따분한 문제들.
밀트: (여전히 어리둥절해서) 음?
해리: (밀트에게 팔을 두르고 오른편 무대 앞쪽으로 데려간다.) 학교를 졸업한 지 며칠도 안됐을 때 뜻밖의 사건이 터졌어.
밀트: 사건이라니? (해리는 길가에 앉는다. 밀트는 흰 손수건을 깐 다음 그 옆에 앉는다.)
해리: 햇빛이 따가웠던 일요일이야. 그때 난 공원에 앉아 있었지. 무릎에 책을 펴놓고 막연히 공상에 잠겨 장래의 계획과 설계……. 그런데! 갑자기! 갑자기! 바로 내 앞에 뭐라 할까 개야 밀트. 폭스 테리어. 틀림없이 폭스 테리어 나는
밀트: (가로막으며) 그냥 개라고 해두세.
해리: 그래, 개.
밀트: 개가?
해리: 그놈이……. 바로 저만큼 앞에서 앞발을 들고 서서……. 마치 백발 영감 태기 얼굴을 해갔구 어쨋든-- 밀트! 글쎄, 그놈이 나를 보고 웃고 있질 않겠나. 인간처럼 크고 분명하게 으. 어이가 없어서 그러더니 그놈이 네발로 나에게 오더군 내게 와서 글세 다리를 번쩍 들고…….
밀트: 그럴 리가…….
해리: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끵어. 내 바지에다. 속속들이 젖었지. 정말이야.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한바퀴 빙 돌더니 저쪽으로 가 버렸어. (감정에 복받쳐) 왜 나야.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두고 왜 구태여 나란 말야 (밀트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본다.) 그 뜻이 뭐야 (자신을 가다듬고) 그때부터 바로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변해버렸어 난 메스꺼웠어! 밀트, 내 영혼은 병들고 세상만사에 관심을 잃고 그 이후로 아무것도 내게는…….
밀트: 자넨 우리대학의 수재였잖아 의과대학에 갈 계획을 했었지
해리: 포기했지. 포기야. 모두 포기야 (일어난다. 모래상자로 가서 그 주위를 걷는다. 밀트 역시 일어난다.) 속수무책이야 (일어서) 마음 둘 바를 몰랐어. 그래 여행을 갔지. 안간 곳이 없고 안 본데가 없어. 인도에서는 브라만과 나고야에서는 중하고.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랍비하고도 공부를 해봤지. 허사야. 배울 만한 게 없더군. 도박, 마약, 사창으로 방황했어 기타도 배워보고 춤도 춰보고……. 그것도 허사. 오늘 저녁 밀트. 바로 오늘 난 모든 걸 청산하려고……. 마지막 비굴한 짓을…….
밀트: (난간을 흘낏 본다.) 설마 저 넘어 강으로?
해리: 응
밀트: (그에게로 가서) 자네 돌았나 돌았어 부끄러운 짓이야
해리: 내 신념이 뭔가 물어보게 밀트
밀트: 자네 신념이 뭔가 해리
해리: 해리는 신념이 없다 밀트
밀트: 역시 돌았어 신념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해리: 해결할 길도 없고. 저 아래밖에는!! (그는 벤 취로 가면서 난간 쪽을 가리킨다.)
밀트: (해리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이봐 정신차리게 자. 진정해 진정하구 자네 심정 알겠네! 말하는 소리도 알아듣겠구 그러나 해리 생각하면 인연이란 게 묘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자네가 저 끔찍한 짓을 막 시도하려는 찰라 바로 그 찰라 내가 이곳을 지나치게 된 것 말일세.
해리: (천공을 가리키며)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밀트: (두 손을 쳐들고) 아니 그렇다는 건 아니 구! 그런 얘기는 아니었다 구! (손가락으로 저으며) 그렇지만 세상에는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은가 말야.
해리: 자넨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갑자기 전신에 오는 마비 근육이 굳어져……. (대사 도중에서 몸이 판자처럼 굳어지며 앞으로 넘어진다. 밀트가 간신히 잡아 세우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흔든다.)
밀트: 해리!! 왜 그래? 해리, 맙소사 (그는 해리를 잡고 한바퀴 돌리며 뛴다. 도니 해리의 굳은 몸체가 다시 시계바늘처럼 돌아간다.) 사람 살려!! (해리에게) 여보게 말 좀 해봐, 해리!!
해리: 바로 이 증세일세.
밀트: (모래 상자에 앉으며) 사람 놀라게 하는군. 정말 돌았나 왜 병원에 가든지 전문의사나…….
해리: (고개를 젓고) 내 병은 내가 알지 밀트. 내 삶에 대한 의욕상실증이야. 왜 움직이나 왜 움직여 뭘 움직여 움직여서 뭐해 하고 반문해 본다네. 그러자 바로 그렇게 돼. 밀트 그 뿐이야. 어떤 때는……. 어떤 땐 보이질 않아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완전히……. (손을 들고 장님 행세를 위태롭게. 무대 끝으로 간다.) 밀트, 밀트. 어디 있나? 아직 여기 있나?
밀트: (벌떡 일어나 가까스로 그를 잡아끈다.) 여기야, 해리 바로 여기 있어.
해리: (밀트 얼굴을 할퀴는 듯 뒤로 허우적거리며) 나 좀 도와줘 밀트 벤 취로 데려다 줘.
밀트: 저 이리 이리 해리 주의해. 자, 자, 여기에 (그들은 벤 취에 앉는다.)
해리: (침착하게) 고맙네, 밀트
밀트: 또 도와줄 일은
해리: 없어 이제 괜찮아 바로 이 증세일세.
밀트: 거 묘한데
해리: 왜 봐. 난 내 자신을 반문해 본다네. 봐서 뭘해? (밀트 옷깃을 붙잡고) 왜 밀트 왜?
밀트: 몰라 해리 나도 모르겠어 (빠져 나오자 넥타이를 고쳐 매는 등)
해리: 그러면 눈이 멀고 보이질 않아 모든게 저절로 그렇게 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밀트: 그러나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해리: (귀에다 손을 대고 귀머거리 시늉으로 크게) 뭐라고 밀트?
밀트: 그러구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라고 그랬어
해리: 들리지가 않아. 밀트 좀 천천히 말하게 입술 움직임을 보고 알게스리
밀트: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말한다.)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라고 말했단 말야.
해리: (불쑥. 침착하게) 이제 들려 역시……. 바로 이 증세일세. 발작 증세의 하나야. 듣는 자체가 고통이거든. 「왜 들어. 뭘 들어. 들어서 뭐해」 난 내 자신 반문해 본다네 왜 들어.
밀트: 희한하군 정말 믿기 어려운데
해리: 그렇다 구 난 인간 문화재라니까……. (그는 크게 입만 벙긋거리며 벙어리 시늉을 한다.)
밀트: (점점 더 혼동되어) 해리? 그게 말을 하는 건가? 해리 안 들려 말을 해 말을……. (해리는 자켓 주머니에서 연필과 노트를 꺼내 무엇을 갈겨쓴다.) 맙소사 또 발작이군. 알았어 안데 두 그것 좀 줘봐. (해리에게서 연필과 종이를 뺏어 쓰기 시작한다.) 친애하는 해리 어떤 일을 당해도 한가지 주의할……. (해리가 밀트 손에서 연필을 뺏는다. 밀트가 다시 뺏는다.) 마져 쓰게 해주게. (다시 쓰기 시작한다.)
해리: 들리네 밀트
밀트: 들려
해리: 바로 이 증세일세. 이럴 땐 말은 못해도 들을 수는 있어 왜 말을 해? 내 자신 반문한다네. 말이 무슨 의미가 있어 빈깡통 속에 물을 넣고 흔드는 것보다 나은 게 뭐야.
밀트: (종이와 노트를 주머니에 넣으며) 난 더 할말이 없군.
해리: 무슨 말을 하겠나. 소리를 질러봐도 소용없어 끝장을 보게 놔두게나 (말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줄을 꺼내 매듭 진 쪽은 목에 걸고 다른 끝은 십자로 된 가로등 가지에 던져 걸고 내려온 자락을 잡아당기며 목을 달라 매려고 한다.)
밀트: (일어서며) 안 돼!! 안 돼!! 해리!! 내 말 좀 듣게 (그의 손을 치며) 놔!! 이거 놓지 못해!! (해리는 가로등 밑으로 풀썩 떨어져 기운 없이 앉아있다. 그는 가로등에 걸린 줄을 빼려고 밧줄을 잡아 흔든다.)
해리: (목에서 줄을 빼며 비웃듯이) 아하……. 밀트!!
밀트: (줄을 합쳐서 감으며) 해리!! 자, 날 봐 그리고 반문해 보게 왜 한 친구는 이렇게 우뚝 서있고 난 땅에 떨어졌나? 반문해봐 (휴지통으로 간다.) 우리는 같이 출발했잖나!! 자네는 유산을 받았어 나보다 한발 앞서서 뛴 셈이지 내겐 단지 이 두 손 그리고 재빠른 눈치뿐이었어 남이 잘 때도 일하고 남이 포기한 것을 해냈지 (그는 휴지통으로 벨벧 칼라의 오바를 쳐든다. 단추가 채워져 있다. 그는 밧줄로 칼라를 매어 자루같이 만든다.) 근면과 자신, 용기와 인내로서 마침내 출세를 한 거네.
해리: (일어나며) 내가 유산을 받았다 구? 덕분에 조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 정말 지옥이었어. 지옥!!
밀트: (오바를 땅에 떨어뜨리고) 하!! 우리 집에서 단 두 주일만 살아봤더라면 지옥이니 뭐니 그런 소린 못할걸.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고양이와 개 같은 앙숙이었어. 옆에서 들리는 건 부모들의 말다툼 「싫으면 썩 나가 꺼져버려」아빠가 소리지른다 날 나가라고? 표독스럽게 화가 난 엄마는 그 아이의 나무인형을 뺏어 아빠에게 던진다 아빠는 피하고 나무 인형은 벽에 부딪쳐 박살이 나고 그 애는 유일한 사랑이었던 인형 조각 옆에 풀썩 주저앉아 소리 없이 훌쩍거린다
해리: (오른쪽으로 가서 밀트 쪽으로 획 돌아선다.) 맞아본 적 있나?
밀트: (강조하며) 있지.
해리: 무엇으로?
밀트: 혁대, 막대기, 스팀뚜껑
해리: 쇠사슬은?
밀트: 얼마나 굵은 것
해리: 이 만한 것
밀트: (패배감 떨어져 가다가 돌아선다.) 아침 메뉴는?
해리: 아침?
밀트: 우리 집은 아침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어 더럽고 비굴한 가난. 난 신발이 없어서 여덟 살 때까지 학교를 못 갔어. 정말이야 다행이 아래층집 아이가 아이스크림 트럭에 치었기에 신발을 얻어 신을 수 있었지만 너무 작아서 걸을 수가 있어야지 학교에 갔더니 날 불구자 반에 넣더군.
해리: 우리 조부모들은 날 내쫓고 문을 잠그기 일쑤였어 내 얼굴이 아버지 닮았다고 말이야 눈이 퍼붓는 겨울날 학교에서 돌아와 굳게 닫힌 문을 조그만 언 손으로 두드리며 소리치는 날보고 조부모들은 유리창 너머로 내다보며 웃고 있었어. 상상해 보게. 비쩍 마른 어린애가 눈보라 속에서 얇고 헤진 저고리에 종이 모자를 쓰고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을 "문 좀 열어주세요 네? 문 좀 요"
밀트: 이걸 상상해봐. 밤이 깊었다 바람이 몹시 불고 영양실조에 걸린 애가 불꺼진 석유 스토브 옆에 앉아 저녁에 감춰뒀던 빵 부스러기를 나무인형 말에다 먹이고 있다.
해리: 우유는?
밀트: 집에서?
해리: 물 삼분의 이에다 우유 삼분의 일을 탄 우유 한잔
밀트: 커피 찌꺼기야 난
해리: 설탕을 쳐서겠지!
밀트: 천만에 그냥 먹는 거야 보리죽 마냥 쫘 악…….
해리: (패배감 떨어져 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자네 어머니가 키스해준 적 있나
밀트: 딱 한번 그것도 잘 때 몰래 했다가 맞아 죽을 뻔했어!
해리: 됐어 나보다는 낫군 단 한번도 (고개를 젓는다.)
밀트: (패배감 왔다갔다하다 도나츠 한 봉지 사주더니 열일곱 일 때까지 크리스마스만 되면 도나츠야!
밀트: 배부른 불평일세 나는 선물이라고는
해리: (외친다.) 그것도 계피 도나츠를……. 얼마나 매운지 알아?
밀트: 억지를 부리고 있어 자넨. 고난과 고통의 연속 속에서 난 중책을 맡아 연구하는 중요 인물이 됐어 (오바를 집어 그 속에 포도주 병과 잡지책을 넣는다. 쓰레기통에서 알몸뚱이 인형을 주어 보이다가 오바 속에 넣는다. 애기 요강을 휴지통에서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돌려 본 후 오바 속에 넣는다.) 잘 듣게 해리. 성공처럼 사람을 빛나게 하는 건 없어.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를 골라 가지고 온 푸대에 담아 갖고 나간다.)
해리: 관심이 없다쟎아 밀트 내겐 좀 더 다른 세계관이 필요해. 인생의 목적, 삶의 이해 내겐 그런 것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오른편 길가로 간다.) 입에 넣은 것은 모두 시어버리고 손에 대는 것마다 먼지로 변하니 마치 내가 세상 밑창에 서 있는 기분일세 가라앉기만 하면 죽는 거야 (그는 길가에 앉는다.)
밀트: (오바를 땅에 놓고 그에게로 간다.) 믿을 수 없어 학창시절에는 그렇게도 활발하고 잘 웃고 떠들던 자네가 (그의 뒤에 쭈그리고 앉아 어깨를 붙잡고 먼 곳을 가리킨다.) 생각나나 해리 생각나? 노랗고 붉은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을 입장할 때 자네는 바른쪽, 나는 왼쪽에 서서 여대생 밴드를 인솔했지! (밀트 노래한다.) 싸움터로 나가는 우리의 용사들아 주저말고 전진하라 승리는 우리 것 깃발을 드높이 가슴을 쫙 펴고 횃불을 높이 들라 찬란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해리: 그만해! 자네 말대로 학창시절에는 달랐어. 내 자신이, 세상만사가, 별들과 태양이……. 생각나나. 밀트? 반 아이들이 날 뭐라 구 불렀나?
밀트: 토스트 스프
해리: 아니 그거 말구
밀트: 도스트예프스키
해리: 그래 도스트예프스키. 부푼 가슴에 얼마나 열심히였나. 의과에다 희랍어 항상 책에 코를 박고 노트를 하고 계획을 짜고 설계, 새 아이디어와 새 분야를 조사하고……. (난간으로 달려가다 넘어진다.) 끝장을…….
밀트: 해리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 (해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생명을 그렇게 싸게 취급하다니 그건 죄악이야, 죄악! 야! 덤벼, 덤벼! 사내한테는 배짱이 있어야지. 삶은 배짱이라 구. 해리! 사랑을 해!
해리: 사랑?
밀트: 인간적인 사랑. 옛 동창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자…….
해리: 여자? 내가 뭐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줄 알아?
밀트: 뭐 때문에?
해리: 난 살수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야.
밀트: 아니 왜 그런 소릴 해. 근사한 짝을 만나기도 전에.
해리: 만나면?
밀트: 몰라?
해리: 내가 어떻게 알아?
밀트: 정말 몰라?
해리: (고개를 저으며 침통하게) 한번도 없었어
밀트: 아 해리, 해리 이때까지 살면서 사랑을 안 해봤어……. 그러구두 살았다구 해 (모래상자에 발을 디디고 서서) 그건 인생에 대한 모욕이야
해리: (가로등에 오른쪽으로 나가는 길에 자켓을 집는다.) 사랑 그것에 대해 많이도 읽고 많이도 들었지 그러나 어디 있나 밀트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아 다녔어도 못 봤어 (자켓을 벤 취에 놓는다.)
밀트: (그에게로 가며) 정말 눈이 멀었군 해리 멀었어 그래 사랑의 힘이 없이 어찌 살아간단 말이야? 그건 인생에 대한 모독이라 구
해리: 그럼 자네는 아는 모양이군
밀트: 물론이지 알 구 말 구 내 인생관을 물어보게 해리
해리: 자네 인생관은 뭔가. 밀트?
밀트: 밀트의 인생관은 사랑이야
해리: 사랑?
밀트: 사랑!!
해리: 만일 나도 기회만 있었다면…….
밀트: 물론이지 산다는 자체가 기회이거든. 우리가 이렇게 난 것도 기회……. 내 자넬 도와주지. 해리 좋은 여자를 만날 걸세 허허……. 두고보세. 머지않아 자넨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할테니
해리: 난 도저히 그런 일은 (그에게서 돌아서서) 인생, 별, 태양…….
밀트: 사랑
해리: 난……. (그는 갑자기 전주 모양 굳어져서 뒤로 넘어간다 밀트가 잡고 넘어지지 않게 버틴다.)
밀트: 해리!! 해리!! 또 발작이야? (밀트는 벤취에 앉아서 해리의 굳은 몸체를 버티고 있다.) 아이고, 맙소사 해리……. 사랑을 하게 (그의 귀에다 소리친다.) 사랑!!
해리: (몸이 누그러지며 밀트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다.) 알겠어 밀트 통했어 정말이야 (일어나며) 그 사랑이란 말을 듣자마자 내 몸 속에서 뭔가 녹자마자 갑자기 느껴지는데
밀트: (일어서며) 그것 봐 내가 뭐라 했나 기회를 잡게 기회
해리: (신나게) 사랑의 기회
밀트: 그렇지?
해리: 내가 큰 손해 볼 건 없겠지
밀트: 없지
해리: (난간을 가리키며) 그렇지만 원할 때 언제든지
밀트: (그의 손짓을 흉내내며) 물론이지 풍덩
해리: 좋아 밀트
밀트: (자켓을 들고 와서 해리에게 입히고 단추를 낀다.) 이제야 내 동창답군 자, 약속하게…….
해리: 하지
밀트: 어리석은 짓 안 하기로
해리: (벤 취에 앉는다.) 안 해.
밀트: 좋았어, 좋았어 (그 옆에 앉는다.) 세상에 사랑 같은 마술은 없다네 해리 인생을 서로 계약하는 것 같거든 모든 걸 바꿔 놓구 시궁창에서라도 폴짝 구름위로 뛰어 오르지 난 말이지 난 결혼 당시보다 요즘 와서 점점 뜨거워지거든
해리: 자네……. 설마
밀트: 맞았어 그런데 여편네가 이혼을 해 줘야지 (일어선다.) 기막히게 좋은 여자지 하지만 애처가면 무슨 소용이야 사랑이 없으면 남는 게 없어 스릴도 없구 흥분도 새 맛도 없구……. 봐 이 사진을 (명함판 사진을 꺼넨다.)
해리: 자네 부인인가?
밀트: 아냐, 아냐 새로 결혼하려는 여자야 린다라고 아무리 봐도 우아하고 동양적이야 아름답지 그 눈을 봐. 그 입을, 처녀성이 넘치는 관능미를. 아 자넨 내가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 꺼야. 잠시라도 떨어지면 못 견디겠어. 이것이 바로 사랑의 고통이라는 거야.
해리: 왜 이혼을 안 하나?
밀트: 자넨 여자가 어떤지 몰라 "해" 하면 "안 해" 하고 "안 해" 하면 "해" 하고 그러니 내가 무슨 수로 그걸 해 내겠나 해리 날 보게 내가 가장 행복해 보이지 실은 가장 불행해 오 린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해리: 왜 이러나 밀트
밀트: (해리 팔을 어깨에 얹은 채 오른편으로 간다.) 자넨 사랑의 고통이 어떤 건지 상상도 못하네 한 직장에 있으면서 서로 말도 못 건네고 쳐다보지도 못하고 (둘이 같이 왼쪽으로 간다. 해리가 이제 밀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만나기 위해 뒷골목으로 버스 주차장으로 시끄러운 바로 방황이니 그 심경이 어떤 건지 알겠나? 다른 여자 같았으면 난 벌써 차 버렸을 꺼야 그러나 요건……. 아 미칠 것 만 같다 (해리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해리: (그를 위로하며) 그렇게 실망할 게 뭐야 왜 자넨…….
밀트: (고개를 번쩍 쳐든다.) 해볼 대로 다 해봤어 다!! 그러나 이혼은 안 해줄 걸세 (비탄에 빠져 해리로부터 돌아선다.) 엘렌이 이혼을 하자고 해야만 일은 끝나는데 절대로 안 돼 (해리에게로 온다 해리는 거부하는 시늉으로 두 손을 쳐들고 벤 취 쪽으로 가서 앉는다 밀트가 벤 취로 따라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손을 잡는다.) 해리 나의 친구야 나의 옛 동창이여 (해리 손을 앞뒤로 잡아당기며) 싸움터로 나가는 우리 모교 총아들아 지체 없이…….
해리: (손을 빼며 밀트를 중단시킨다.) 아 안될 말이야 안 돼 바라지도 말아
밀트: 자네 생명을 구해준 대가가 고작 이건가? 은혜를 생각해봐 단지 그 여자를 만나만 봐 달라는 거야 그냥 보기만
해리: 안 된다니까
밀트: (공손히) 도스토예프스키
해리: 소용없어 단념하라 구
밀트: 알겠어, 알겠어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지 (자켓을 벗어 개키드니 벤 취 위에 놓고 알코브 왼편 난간으로 달려가 뛰어오른다.)
해리: (뒤 따라 달려간다 그의 다리를 잡고) 밀트 왜 이러나 밀트?
밀트: 날 놓게!!
해리: 바보 같은 짓 작작하게
밀트: 한 여자와 살면서 다른 여자를 좋아하니 이젠 지쳐서 살수가 있나……. 내가 무쇠로 만든 사람인 줄 알아?
해리: 농담 그만하고 자
밀트: 농담이라 구? 이래 두? (그는 혁대에 붙은 가죽 칼집에서 흉칙하게 큰칼을 빼낸다 해리는 겁에 질려 춤추듯 뒷걸음질친다.) 내가 오늘밤 이 외진 곳에 왜 왔는지 알겠어
해리: 응? 아니……. 설마
밀트: (난간에서 뛰어내리며) 엘렌이 나타날 걸세 알겠나? 내 처가, 자네 마음을 정하게. 만나주겠지
해리: 안 돼 못 믿겠어 그런 비겁하고 흉칙, 자네 정말로 그 길로…….
밀트: 그럼 그렇구말구
해리: 아서 제발 그런 생각은 말아.
밀트: 그 여자야 나야 둘 중의 하나야 이 이상 참을 수가 없네 자 날 놓게……. (그는 난간으로 치닫는다 해리가 그를 붙잡는다 서로 씨름을 한다.)
해리: 안 돼 밀트! 밀트! 무슨 짓이야? (그는 밀트를 다리 위에 쓰러뜨린다.)
해리: 그럼 사랑은 어쩔 셈인가?
밀트: 사랑?
해리: 사랑. 조금 전까지 엮어대던 것 말일세. (그들은 선다.)
밀트: 린다!
해리: 그래 바로 린다말야
밀트: 해리 만나게 제발
해리: 린다를?
밀트: 아니, 아니 엘렌말야
해리: 바보 같은 짓 안 하겠다 구 약속하나?
밀트: 하고말고 그럼
해리: 그리고 그……. (하고 칼은 뽑는 시늉을 한다.)
밀트: 이것은 염려 말게
해리: 그럼 이리 (해리는 칼을 받아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면서 모래상자에 던진다. 칼이 꽂히며 빠르게 진동한다. 해리가 칼을 던진 것 같지만 사실은 기계장치를 써서 모래상자 속에서 다른 칼이 튀어나도록 할 수 있다. 해리는 자기 솜씨에 놀라서 뒤에 있는 밀트에게 넘어진다.)
밀트: (경이에 차서 모래상자 속에 꽂힌 칼을 보면서) 만나만 보게 해리 둘이서 잘 어울릴 꺼야 엘렌은 독서가야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기타도 치지
해리: (밀트에게 자켓을 입히고 단추를 낀다.) 클라식이야 디스코야?
밀트: 뭐?
해리: 난 디스코야
밀트: 디스코구 뭐구 간에 엘렌은 잘 춰 일류야
해리: 내 만나지 그러나 그뿐일세
밀트: 아무렴 그뿐
해리: 약속을 잊지 말게
밀트: 결코 (엘렌의 발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들리지……. 엘렌이야 여기서 기다리게 내 데려올 테니까 (해리를 알코브 왼쪽으로 데려간다.) 여길 떠나면 안되네 (밀트는 오른편으로 가서 등장하는 엘렌을 맞는다 그녀는 밍크코트에 같은 색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었다 악어가죽 핸드백과 구두 검은색의 스카프를 쓰고 색안경을 썼다 창 가리개로 만든 삼피트되는 그라프를 나무 곽 속에 말아 두었고 해리는 잽싸게 난간에 기대어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여보 꽤 늦었오 걱정이 되잖아!! (그는 엘렌의 스카프와 색안경을 벗겨서 벤 취 위에 놓는다.) 당신이 깜짝 놀랄 일이 생겼어. 글쎄 옛 친구 해리와 딱 마주쳤지 뭐야 그 친구의 얘기를 말하든 것 생각나지? 응, 응? (그녀의 오바 단추를 끄르고 블라우스를 고쳐 입힌다 꿇어앉아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어 속치마를 잡아당긴다.) 학교 때 한방을 쓰던 친구야 내 인사시킬게 여보. 그 사람 아주 좋은 친구라 구 당신과 금방 가까워질 꺼야 (그녀의 가슴 윗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미용사 같은 재빠르고 꼼꼼한 솜씨를 과장하며 머리를 빗기고 후까시를 넣는다 말을 잇기 전에 한 동안 계속한다.)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보여줘야지 (그는 만족해서 콧노래를 한다 머리 단장이 끝나자 지갑에서 분첩을 꺼낸다 더 잘 보이도록 그녀를 가로등 밑으로 데려가서 얼굴을 뒤로 재 낀다 립스틱을 바른 후 휴지로 찍어내고 윗 주머니에서 꺼낸 루즈솔로 뺨에다 연지를 바른다.) 정말 의외였어 당신을 기다리려고 여기 오니까 바로 저기 저 난간에 기대있지 않겠오 내가 저 친구 얘기하던 거 기억나지? 학교 땐 수재였어 도스토예프스키라 불렀지 굉장한 녀석이야 아 기타를 기막히게 치고 그런데 지금은 변했어 너무 시련을 겪어서 골병이 들었대 그러니까 저 사람한테는 격려가 필요해 삶의 근본인 사랑이라는 거 말이야 참 혹시 발작을 일으켜도 놀래지 마오 곧장 뻗거든 가엾은 친구 (그는 그녀 입 밑에 댄다 그녀는 주저 없이 걷다가 침을 뱉는다 밀트는 그녀 위에 서서 힘차게 마스카라에다 솔을 부 빈다 얼굴을 앞쪽으로 기울려 놓고 속눈썹을 칠한다.) 여기를 더 엑센트를 넣어야지. 당신의 그 신비스러운 눈에 깊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야, 기막히게 예쁜데? (마스카라를 지갑에 넣고 향수병을 꺼내 그녀에게 뿌린다.) 어디 봐 황홀한데 정말 미인이야 (향수병을 넣고 그녀 손을 잡는다.) 자 갑시다 내가 소개…….
엘렌: (손을 뺀다 화를 참으며) 안가요!!
밀트: 왜 기다리고 있는데도…….
엘렌: 기다리라지. 당신에게 할말이 있어요 (스카프와 색안경을 지갑에 넣고 벤 취 오른쪽 옆으로 놓는다.)
밀트: (난처하여) 여보…….
엘렌: 할말은 몇 분도 안 걸려요 그리고 마지막이 구요 당신 어제는 다섯시에나 집에 들어왔죠.
밀트: 여보 내가 말했잖아. 사무실에 붙잡혀 있었다고. 업자들이 온데 다가 부장이 퇴근을 안하니 어떻게 나만…….
엘렌: (날카롭게) 여보
밀트: 정말이야 엘렌
엘렌: 거짓말 아니란 걸 증명한다고 내 마음이 풀리는 게 아니니 그렇다고 쳐 둡시다. 당신이 집에 없는 동안 이걸 만들었어요 (그녀는 그라프를 가로등에 건다.) 설명해 드리죠 (그라프를 끝까지 잡아당기고,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이 검은 수직선은 우리의 오 년 간의 결혼 생활을 달수로 풀이한 것이고, 이 푸른 수직선은 한 달을 일주일식으로 나눈 것 이예요. 자, 이 붉은 평행선이 푸른 수직선과 만나는 곳이 우리의 부분관계를 나타내요.
밀트: (몸으로 그래프를 가리킨다.) 여보, 이게 무슨 짓이야!……. (창피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런 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구.
엘렌: 항상 나중으로 미루죠. 하지만 지금은 안 되요. 계속 할 테니 양해허우. 당신도 이 그라프에서 보다시피 결혼 초에는 붉은 평행선이 푸른 수직선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일주일에도 열 네 번, 열 다섯 번씩이 그러다가 점점 뜸해져서 결혼 후 십 팔 개월 째부터는 거의 없다 싶이 돼있지 않아요 마지막 칠월 이십 삼일 당신 누이 결혼 날이고 그 후론 한번도 없어요 할 말은 다했어요 (그녀는 그라프를 힘껏 끌어당겼다 놓으니 그라프는 깨끗이 각 속에 말려 들어간다 그라프를 가로등에서 내린다.) (그라프를 흔들어 보이며) 여기, 여기
밀트: (일어선다 팔을 벌리고 웃으며) 앉아 엘렌 그래도 당신 날 좋아는 하고 있지?
엘렌: (아직도 성이 나서) 좋고 싫고가 문제야? 그런 케케묵은 소리 작작해요
밀트: 음 (그에게서 그라프를 뺏으며) 정 이렇게 나온다면 한가지 묻겠는데…….
엘렌: 말씀하시구려 막진 않을 테니
밀트: (승리한 듯) 맞았어 나도 동감이야 자 그럼 우리가 이혼을 하기 전에 내
엘렌: 이혼은 안 해요
밀트: 안 해?
엘렌: 잘못만 고쳐나가면 되는데 왜 이혼을 해요?
밀트: 우리 문화인답게 행동합시다
엘렌: 내가 하고 싶은 소리예요.
밀트: 좋았어 (정중하게) 여보, 저기 내 친구를 만나 보겠오?
엘렌: (딱딱하게) 아내의 의무란 말이죠?
밀트: 저분은 내 친구니까 정중히 대할 것과 그에게 베푸는 호의는 곧 내게 베푸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엘렌: 알고 있어요
밀트: 됐어 더 할말은…….
엘렌: 없어요,
밀트: 좋아, 여기까지는 서로 합의 된 거지 (그라프를 무대 뒷 쪽 벤 취에 놓고 해리에게로 간다.) 해리! 해리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이 (해리를 팔로 안고 엘렌에게로 데려온다.) 자, 해리 엘렌이야 그러구 해리구 (그들은 서로 멍하니 쳐다본다.) 엘렌 맨빌이고 해리 벌린이야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중간에 서서 두 사람 어깨에 팔을 얹는다 빠르게 양쪽을 번갈아 본다 그들을 끌어안으며) 가장 친한 동창생……. 가장 친한 마누나……. 이렇게 만나게 되길 몇 년이나 기다렸는지……. (양쪽을 본다 두 사람은 꼼짝 안 한다.) 그럼 난 실례하겠어 (가운데서 빠져 나와 왼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멈춘다 해리의 팔을 잡고 왼편으로 끌어내어) 쉬 해리……. 여보게 저어 집에서 돈을 안 가지고 나왔는데 오늘 오 불만 꿔주겠나?
해리: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 한 장을 주면서) 이거면 되겠나?
밀트: 됐어, 됐어 그럼 이따가……. (호주머니에 돈을 넣는다.) 해리, 좋은 여잔데 몹시 시달렸다네. 이해해 보도록 해보게나 서로 좋아질 꺼야 내 장담하지……. (코트를 집어 퇴장해 버린다. 어색한 침묵이 오래 계속된다. 엘렌은 오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가치 물고 불을 붙인 다음 가로등 앞쪽에 기대선다 해리는 샤쓰 단추를 까고 자켓 주머니에서 기성 넥타이를 꺼내어 칼라에 멘다. 조심스럽게 자켓 단추를 끼고 바지를 턴다. 단장을 마치자 엘렌의 오른쪽으로 가서 한 손으로 가로등을 잡는다.)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를 골라 지고 온 푸대에 담아 갖고 나간다.)
해리: 클레식입니까, 플레밍코입니까?
엘렌: 플라밍코
해리: 나두요 (플라밍코 노래 몇 절을 부른다. 반응이 없다. 잠시 침묵. 해리는 객석 쪽으로 가리킨다.) 저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죠
엘렌: (쳐다 도안보고 자신의 고민에 빠져서) 알아요
해리: 언제고 한번 가보고 싶군요
엘렌: 싫어요
해리: 싫어요
엘렌: 싫어요
해리: 싫을 수도 있지 (넥타이를 빼고 다시 주머니에 넣고 칼라의 자켓 단추를 끄르고 벤 취로 돌아가 앉는다. 침묵. 해리는 하늘을 쳐다본다.)
해리: 별이 하나 첫 별이군 너무 희미해서 잘 안 보이는데 샛별 밝은 별 제일 먼저 나온 별 내 소원 님의 소원……. (엘렌에게) 소원이 있으면 저 별에 말해 보시지
엘렌: 내 소원 님의 소원 (한숨) 진작 동성연애나 할걸.
해리: (담배를 끄고 발로 비빈다.) 진정해요 그렇게 라도 해서 남자 행세를 하면 이런 비굴감은 느끼지 않을 테니 까요 (다시 가로등에 기댄다.)
해리: 그 노릇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을 껄……. 첫째 여자 짝을 독점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엘렌: (침통하게) 간단하죠 거짓과 위선만 앞세우면
해리: 둘째 요즘 이발 값이 대체 얼만 지나 아시오?
엘렌: 얼마든 문제가 아녜요. 이런 고민만 안 한다면 얼마든 무엇이든 지불하겠어요 (손을 들어 가로등을 움켜잡는다.)
해리: 지금 나 하구 같이 있고 싶지 않으면 안 있어도 괜찮아요. 내 밀트가 오거든 먼저 가더라 구 전해줄게
엘렌: 딴 할 일이 없는 걸요
해리: 나도 마찬가지요 (침묵. 엘렌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 손으로 가로등을 짚고 한발을 기둥에 버틴 채 기대섰다. 그녀는 낮고 구슬픈 목소리로 처음에는 적게 거의 혼자 부르듯이 그러나 점점 감정을 넣어 노래 부른다. 벤 취에 앉아 몸둘 바를 모르는 해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노래한다.)
엘렌: 사랑의 그림자가 내 가슴에서 지네 사랑은 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울리나니…….
해리: 알고 있어 밀트가 얘기하더군
엘렌: 울면서 호소해도 사랑은 날 비웃기만 하고…….
해리: 잘 해결 될 꺼요
엘렌: (노래한다.) 왜 오셨나요? 왜 계셨나요?
해리: 그 친구와는 인내심이 필요하오
엘렌: (오바를 열며 노래한다.) 왜 날 꼬였나요 그저 데리구 놀려구 아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가슴에는 상처뿐이리
해리: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추렸다 내린다.) 글세……. 그렇게 끝날 수도 있지
엘렌: (눈에서 눈물을 닦는다.) 미안해요 오늘밤은 내 정신이 아닌가 봐요
해리: 사과하지 말아요
엘렌: (가로등을 떠나 주위를 둘러본다.) 밤 공기가 좋군요
해리: 비가 올 것도 같고…….
엘렌: (무대 앞쪽으로 가서 객석을 내다본다.) 저기가 얼마나 멀까요?
해리: 상당히 멀죠
엘렌: 전 물이 무서워요. 수영을 못하니까 그러나 오늘밤은……. 달빛도 아름답게 비치고……. 뛰어들고 싶어요
해리: 그런 말 아예 마세요
엘렌: (다리 밑을 보며) 내 생활이 어땠는지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아세요? 세 살 때 부모들이 별거한 후 난 6개월씩 각각 마치 천덕꾸러기 개나리 봇짐 같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어요
해리: 우리 부모는 아예 날 조부모에게 맡겨 버렸으니 사 오 년 만에 한번씩이나 만났을까 지옥이었어 엘렌, 지옥!
엘렌: 나보다 더 나쁠 순 없을 거예요 해리
해리: 나쁘다마다 엘렌 더하다마다
엘렌: 알콜 중독자하고 살아본 일이 있나요?
해리: 바로 우리 조부께서…….
엘렌: 손을 떨었어요?
해리: (흉내내며) 떨었지
엘렌: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종류가 달라요
해리: 후레자식이란 소리를 들어봤오?
엘렌: 내겐 생일을 차려준 사람 두 없었어요
해리: 생일? 난 소집영장이 나올 때까지 생일이 언젠지 몰랐오
엘렌: 강간을 당할 뻔한 적은 없죠?
해리: (심각하게) 그거야…….
엘렌: 겨우 열 다섯 살 때 두 청년이……. 발버둥치며 고함을 지르지 않았던들……. 겨우 열 다섯 살에…….
해리: 어디지?
엘렌: 뭐가 요?
해리: 두 청년이 나타난 것이…….
엘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충격적으로) 퀸즈의 으슥한 교외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해리: (열렬히) 여자가 돼서 그런 으슥한 데는 왜 가 (엘렌은 해리에게로 간다.)
엘렌: 난 외로웠어요 해리! 난 항상 외로 왔어요 (해리는 무대 뒤쪽으로 가서 난간을 따라 오른 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엘렌은 그의 소매를 붙잡고 따라간다.) 얘기 상대도 없었고 한곳에 오래 있질 못하니 친구 사귈 겨를도 없고 자기 세계로 빠져서는 책을 읽고 환상이나 하다보니……. 나이보다 훨씬 숙성해 버렸죠. 절로 인생에 눈이 뜬 셈이죠. (엘렌이 쉴새없이 얘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하여 알코브 왼쪽으로 간다.) 난 아주 냉정하고 타산적인 성격이에요. 날카롭게 파고드는 집중력과 빈틈없는 기억력을 남자들은 두려워했죠 나와는 토론하기를 피하고 가까이 하기마저 꺼려했어요 남성의 우월성을 위험했으나 배척 당한 셈이죠 엘렌은 해리를 멈추게 하고 무대 앞쪽으로 온다.) 질문하나 해보세요.
해리: 1994년 빌 크린턴의 중간선거 결과는?
엘렌: 1994년 중간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이끄는 공화당은 민주당에게 대 으로 패배. 공화당이 이긴 주는…….
해리: (고개를 끄덕이며 엘렌과 악수를 한다.) 정말 반가웠오 엘렌 난 저 꼭 가야 할 때가……. 밀트 오거든…….
엘렌: 제발 해리 있어줘요 가지 마세요 (그를 말린 후 다시 그와 함께 난간을 따라 오른쪽으로 거닌다.) 그래도 난 여자예요 사랑을 받고 싶고 애기도 갖고 싶고 중류의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요. 해리는 뒤로 돌아 지친 듯 왼편으로 가서 난간에 기댄다. 엘렌 그런 줄 모르고 계속 오른쪽 끝까지 간다.) 모든 여성들이 되풀이하는 지겨운 일들을 그러나 상반되는……. (해리가 함께 없는 것을 의식하자 돌아서 그의 뒤를 쫓아가 함께 되자 계속한다.) 이 두 가지 성격을 어떻게 연결할 수가 있어야 죠? 왜 고등교육을 받았을까요? 이렇게 부수적인 존재로 살 바에야 애당초 교육이 무슨 소용이에요?
해리: (화가 나서 모래상자로 가 앉는다.) 이젠 신념도 잃고 기력도 잃고…….
엘렌: (오른쪽으로 가서 벤 취에 앉는다.) 이젠 신념도 잃고 기력도 잃고…….
해리: 사랑은?
엘렌: 사랑?
해리: 사랑은 하면 되잖소?
엘렌: 글쎄요 꼭 한번 해보긴 했지만
해리: 한번이면 족하지 남들은 한번도 못하는데…….
엘렌: 여자를 몰라서 그래요. 애당초 사랑을 모르고 있던 여자가 덜 불행한 거에요 꿈! 여자에겐 현실보다 꿈이 더 필요해요. 그러나 사랑을 하게 되고 마침내 그것이 천하고 비꼬인 감정이 되어 비열과 증오로 변하는 순간 여자는 파멸이에요. 꿈을 잃고……. (이를 갈며) 동물이 되죠. 할퀴고 물어뜯는 복수심에 찬 작은 독종으로……. 자 이것 봐요 해리 자 이거 봐요! (그녀는 오바 안쪽에서 빵 자르는 긴칼을 꺼내며 일어선다. 해리는 그녀 손에 쥔 칼에서 모래상자에 꽃 힌 칼로 눈길을 옮긴다.) 내가 왜 이것을 가지고 온지 아세요?
해리: 아니……. ?
엘렌: (왼편으로 가서 표독스럽게 허공을 찌른다.) 그래요 밀트 맨빌을! 이걸로 단번에 (해리는 일어나서 무대 뒤쪽으로 엘렌 오른편에 간다 그녀는 그에게로 돌아선다.)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알고 있어 (엘렌은 다시 왼편으로 돌아서며 공중을 찌른다.) 이제 더 못 참아요. 끝장을 낼 테야!
해리: 엘렌 진정해요. 그 친구는 그럴 가치도 없는…….
엘렌: (칼을 쥔 채 돌아섰기 때문에 해리는 찔릴까봐 펄쩍 뒤로 물러난다.) 내게 남는 게 뭐야? 난 쉽게 친구를 사귀지도 못해요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오직 남은 길은 오직……. (칼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다리위로 쳐든다.) 이 길이야! (해리는 그녀 팔목을 양손으로 잡고 그녀가 가슴을 찌르는 것을 막으려고 씨름한다.)
해리: 이리 줘 이걸…….
엘렌: 놔요 놔…….
해리: 그렇게 총명한 여성이…….
엘렌: 제발……. 제발……. 놓아요 (칼이 그녀 손에 돌아 이제는 해리의 곁으로 향한다. 해리는 찔릴까 봐 뒤로 가며 피하다가 땅바닥에 반듯이 눕게 되고 잔뜩 흥분한 엘렌이 그 위로 꾸부리고 무의식중에 그를 찌르려 한다.)
해리: 아냐, 나야. 엘렌!
엘렌: 못 참아요, 못 참아.
해리: 이거 잘 봐, 나야…….
엘렌: 잘 살아요. 해리!
해리: 이 봐…….
엘렌: 잘 살아요. 모두들!
해리: 이 미치광이야 놓치 못해! (해리는 가까스로 칼을 옆으로 돌린다. 칼이 땅에 떨어진다. 엘렌은 똑바로 일어서서 해리를 걸려 넘고 벤 취로 가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 없이 운다. 해리는 몇 번 시도해서야 겨우 일어난다. 난간으로 가서 난간너머로 구부리고 토한다. 그리고는 칼을 집어 엘렌에게 가서 자기 손수건을 권한다.)
엘렌: (손수건을 받으며) 고마워요!
해리: (다음에는 칼을 준다.) 필요해? (그녀는 머리를 흔든다.) 정말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는 칼을 주머니에 넣는다. 반가워서) 다시는 그런 바보짓 안 하겠지? 응?
엘렌: 네, 미안해요.
해리: (오바 단추를 끼워준다.)
엘렌: 네, 해리.
해리: 그럼 잊읍시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칼을 빼서 왼쪽으로 획 돌아서며 모래상자에 던진다. 둘째 칼이 첫 번 것보다 조금 안쪽으로 나타나 빠르게 진동한다. 해리는 약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가 벤 취 오른쪽에 앉는다. 엘렌 그 옆에 앉아서 손수건을 돌려주며 자기의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댄다.)
엘렌: 실례가 많았어요.
해리: 잊어버려! (일어선다. 무대 앞쪽으로 가서 길가에 앉는다. 엘렌 무대 앞쪽으로 가서 해리 오른쪽에 앉는다.)
엘렌: 친절을 의당하게 받는 사람은 드물어요.
해리: (떨어지며) 그만둬요.
엘렌: (그에게다가 앉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해리: (소리 지르며 돌아본다.) 그만 두라지 않소! 그만둬. (일어나서 그녀를 피하며 왼쪽으로 간다.) 도대체 왜 그래? 왜 귀찮게 굴어? (애원하듯) 제발 옆에 있는 사람 좀 살려요!
엘렌: 미안해요, 해리!
해리: (돌아보지도 않은 채) 괜찮소.
엘렌: 밀트가 자주 당신 얘길 했죠.
해리: 십 오 년 동안 못 만났는데…….
엘렌: 칭찬뿐이었어요.
해리: 난 변했소. 백 팔십 도로.
엘렌: 그이에게는 당신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었다는 군 요.
해리: (그녀를 돌아보며) 내겐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엘렌: 그이 성격을 알잖아요. (일어나서 왼쪽으로 간다.)
해리: 학교 때 진작 내게 그런 소릴 했으면 숙제나 도와줬지.
엘렌: 혹시 무슨 관계라도, 둘이서…….
해리: 천만에 내 쪽은……. 그럴 수야…….
엘렌: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해리: 그럴 수야 없지.
엘렌: 당신 사랑해본 적 없죠? 있어요?
해리: 사랑
엘렌: 네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해리: 내 생각 같아선…….
엘렌: 꿈 같은 사랑을 잊을래 야 잊을 수가 없는 해리. (해리를 향해 로맨틱하게 노래한다.) 사랑에 그림자가 내 가슴에서 지네. 사랑의 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울리다니. 울면서 호소해도 (해리에게로 가서 오바 단추를 끄른다.) 사람은 날 비웃기만 하고 왜 오셨나요, 왜 가셨나요. (손을 그의 얼굴에 댄다.) 왜 날 꼬였나요 (손을 들어 점점 그의 목으로 가져간다.) 그저 데리 구 놀려 구 아!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가슴에는 상처뿐이리 (그의 손을 펴 가슴에 대고 그 위로 오바를 덮는다. 해리, 그녀가 노래하는 동안 흥분되어 안절부절못한다.)
해리: 엘렌, 그만해요……. 왜 가만히 못 앉아 있지? 말로 하자 구, 난……. 당신은 날 잘 몰라 속이 죽었어. 아무리해도 난 죽은 사람과 다름이 없어. 엘렌 그 괴상한 노래 좀 그쳐. 내 설명할테니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할 수 없단 말이야. (절망적으로) 할 수 없군. 꼼짝없이 당했어. (부드럽게) 엘렌……. 엘렌……. (그녀가 남자 손을 가슴에 대자마자, 해리는 몸을 위로 치솟으며 눈이 둥그래진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해리: 사랑의 그림자가 내 가슴에서 지네. 사랑은 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울리나니 랄라 랄라라……. (해리는 엘렌을 팔에 안고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우아하게 멋을 부리면서 그녀가 함께 왈츠로 무대를 뜬다. 엘렌 환희에 차서)
엘렌: 돌아요, 해리 돌아요.
해리: 오래간만이야.
엘렌: 돌려요! 돌려줘요!
해리: 신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