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슬지 않은 전설. 조훈현 9단이 젊은 시절 전성기를 함께 보냈던 동년배 상대들은 물론 후배 기사들을 모두 꺾고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농심신라면배 한중일 전설들의 바둑삼국지
조훈현ㆍ이창호 사제팀, 중ㆍ일 꺾고 우승
"2승쯤이면 되지 않나 했는데 운 좋게도 이겨 가지고, 정말 운이 좋습니다. 옛날에는 이창호한테 맡겨 놓으면 됐거든요, 요새 창호가 부진한 것 같아요. 제자가 안 되면 스승이 해야 되고 스승이 안 되면 제자가 해주겠죠." (조훈현 9단)
스승이 끌고 제자가 밀고. 한국이 '전설들의 바둑삼국지'를 평정했다. 사제지간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으로 구성된 한국바둑의 전설은 농심신라면배 특별이벤트에서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우승했다.
▲ 스승 조훈현 9단과 제자 이창호 9단이 농심신라면배 특별이벤트로 열린 전설들의 바둑삼국지에서 한국 우승을 합작했다.
조ㆍ이 사제팀은 24일 열린 최종전에서 중국의 녜웨이핑ㆍ창하오 사제팀과 비겼으나 개인승수에서 앞서 패권을 차지했다. 68세 조훈현 9단은 한 살 위 녜웨이핑 9단에게 200수 만에 불계승했고, 46세 이창호 9단은 한 살 아래 창하오 9단에게 231수 만에 불계패했다.
모든 대국을 마감한 결과 각국의 전적은 한국이 2승2무, 중국이 2승1무1패, 일본이 1무3패. 팀 순위 산정 기준인 개인승수 합산에서 한국(6승), 중국(5승), 일본(1승) 순으로 최종 순위가 매겨졌다.
▲ 이창호 9단은 변함없이 젊은 후배들과 토너먼트 승부를 벌이고 있다. 통산 1800승까지 4승을 남겨두고 있다. 최다승 1위는 1955승의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의정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조훈현은 4년간의 공백기가 무색하리만치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동년배 기사들이 현역을 떠난 느낌인 것에 비해 조훈현 9단은 아직도 승부사인 느낌을 준다"는 해설자로 나선 또 한 명의 레전드 유창혁 9단. 여전히 치열하다는 것.
조훈현 9단은 전성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녜웨이핑ㆍ고바야시 고이치 9단과의 동년배 대결은 물론이고 한참 젊은 후배와의 대결에서도 창하오ㆍ요다 노리모토 9단을 상대로 연전연승했다.
▲ 국후 시상식. 왼쪽부터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이용재 농심 전무.
이번 대회에서 4전 전승을 거둔 기사는 조훈현 9단이 유일하다. 또한 조훈현 9단은 승부사로 복귀한 후의 공식전에서 6연승을 이어갔다. 이창호 9단은 2승2패로 우승을 도왔다.
한중일 레전드들의 국가대항전은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에 앞서 마련됐다. 각국 2명인 선수 구성은 한국의 조훈현 9단(68)과 이창호 9단(46), 중국의 녜웨이핑 9단(69)과 창하오 9단(45),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9단(69)과 요다 노리모토 9단(55).
▲ 준우승한 중국팀. 녜웨이핑 9단과 창하오 9단도 사제지간이다. 왼쪽부터 김창주 농심 중국법인 부장, 녜웨이핑 9단, 창하오 9단.
자국 기원의 온라인 대회장에서 1라운드는 1장 대 2장의 대진으로, 2라운드는 동년배 대진으로 개인당 4판씩 두었다. 상금은 우승 5000만원, 준우승 2500만원, 3위 15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1시간, 초읽기는 1분 1회.
한편 한중일의 '바둑삼국지'인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한국 2명(신진서ㆍ박정환), 중국 2명(커제ㆍ양딩신), 일본 2명(이야마 유타ㆍ이치리키 료)을 남겨놓은 가운데 2월 23일 신진서-이야마 전으로부터 우승국을 가리는 최종 3차전을 속행한다.
▲ 조훈현 9단은 녜웨이핑 9단과 33년째 대결을 이어가며 상대전적을 12승6패로 벌렸다.
▲ 이창호 9단은 1997년부터 대결을 시작한 창하오 9단에게 29승14패로 앞선다.
▲ 녜웨이핑 9단은 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에서 조훈현 9단에게 2-3으로 패했고, 그 후에도 세계대회 우승은 없다.
▲ 동년배 대결에서는 2승을 거둔 창하오 9단. 세 차례의 메이저 우승 경력을 갖고 있다.
▲ 이번 대결을 후원한 (주)농심은 지난해 창설 계획이었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된 백산수배 시니어바둑최강전을 올해 개최할 예정이다.
▲ 전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9차례, 프로 통산 160회 우승을 이뤘다.
▲ 또 한 명의 전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17차례, 프로 통산 140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 "공부는 별로…. 시기는 지난 것 같고"라며 웃는 조훈현 9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