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산야초 밥상에서는 산야초를 이용한 김밥을 만들어보았다. 우리는 10시에 살리 텃밭에 모여 지금 밭에서 볼수 있는 산야초를 찾아보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풀꽃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주홍서나물인데, (붉은서나물은 꽃대가 서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얘네들은 언제나 먹어도 엄청 부드럽다고 했다. 실제로 맛도 좋았다. 다음번에도 주홍서나물을 얻으려면, 주홍서나물의 꽃은 번식을 위해 남겨 두고 잎만을 따야했다. 봄 수업 때 들었던 뽀리뱅이, 개망초, 별꽃아재비도 같이 채취하였다.
우리는 주변 밭에서 자소엽 색을 가진 바질(바이올렛 바질)을 발견하고 신기해했고, 목화의 덜 익은 열매도 먹으면 달래 맛이 난다고 해 맛을 보기도 했다. 긴병꽃풀은 향이 있어 모기가 잘 안오고, 한 잎정도 물에 담궈 차로 마시기도 하고, 화장품 미스트(정재수에 담궜다 쓰면 된다)로 만들어 써도 좋다고 하셨다.
이외에도 고구마 순 잎, 어성초 잎, 깨꽃, 부추, 컴프리, 세이지, 바질 등을 채취하고 살리 부엌으로 이동 후 기본 손질을 했다.
김밥에 들어갈 주홍서나물, 뽀리뱅이, 개망초, 별꽃아재비, 고구마 줄기와 잎, 어성초 잎은 끓는 물에 데쳐내고 간장과 참기름, 깨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쳐냈다.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 오신 단무지, 당근도 있었고, 친구들이 가져온 유부와 두부, 계란도 있었는데 산야초 나물에 이것들을 더하니 엄청난 맛의 산야초 김밥이 되어주었다.
부추는 부추전으로, 깨꽃은 튀김으로 김밥과 함께 곁들였는데 이 계절에만 맛 볼수 있는 음식으로 깨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또 각종 상처와 골절, 녹즙으로 가능하다는 컴프리를 전으로 구워먹었는데 이것 또한 쫀득한 식감이 별미였다. 반면 어성초 나물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성초가 가진 독특한 향이 있어 대부분 김밥 재료로는 아닌 것 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리고 샐러드도 밭에서 난 얘기 당근과 잎, 괭이밥, 토끼풀, 돌나물, 허브 세이지와 바이올렛 바질에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단감만 더했을 뿐인데 입 맛 도는 한접시로 변신했다.
산야초를 활용한 김밥에 거창한 맛을 내는 재료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풀 중 먹을 수 있는 것만 알 수 있다면, 김밥에 들어갈 재료로 모두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초록의 오이, 시금치만을 김밥 재료로 쓸 줄 알았지, 밭에서 흔히 마주치는 주홍서나물, 별꽃아재비, 개망초, 뽀리뱅이, 어성초 같은 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배운 대로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 부지런히 나물캐서 반찬도 좋겠고 김밥 만들기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또 전과 샐러드도 밭에서 보이는 것으로 활용해 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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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학기 때부터 함께 공부하셨던 동진 선생님께서 다른 좋은 일로 산야초 수업을 못오시게 되었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마지막 인사가 너무 아쉬웠다. 산야초로 밥 먹고 산책하면서 정 들었는데, 도중에 선생님과 헤어지게 되어 많이 섭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