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사하모래톱문학상
[대상] 을숙도 어머니 / 윤상용
가막조개 함께 뛰어놀던 내 누이.
낙동강 감빛 노을에 익어서 시집가던 사하 강변.
그리운 것들은 매번 걱정밭 그 자리에 돌아오고 있었다.
등 굽은 세월 허리 돌아서 자욱한 밀물의 시절
껴입은 청춘의 웃음소리도
깻잎 향기 쫓아다니던 재첩잡이 사내들
씩씩한 강바람에 태어나던 모래밭.
낙타 한 마리 구불구불 아랫동네 꿈꾸는
바람 한 줄기 데리어 온 그날
시큰둥한 아버지의 이력은 흑백 사진 속
쭈글쭈글 이마로 기어 와서 이유를 모르게 꿈틀거렸고
그녀의 오래된 약속을 달래듯
금방 깨어난 연탄불에 왕소금을 뿌려주었다.
우리 집 덩치만큼, 세상은 맨날 작았고
억척스레 입을 벌린 사하의 한 숟갈
고집을 떠먹이던 사막의 단칸방.
고니 총각과 깻잎 머리 공순이 아가씨
을숙도 갈대숲에서 만난 어느 일요일이
아직도 동치미 항아리 속 겨울이 풍덩거리며
몇 알갱이 미끄럽고 수줍은 표준말로
신평공단 뒷골목에서 연애 중.
미궁에 엎질러지던 모래의 보조개마다
연탄불 같은 사랑이 건너와서
갈대숲 바람 사이 바스락 바스락
도시의 하얀 발을 담그던 한 줄
푸르른 모래들의 발자국 소리 찰랑찰랑 자두빛 추억을 저어
사하의 궁전으로 밀려온 깻잎 머리와 고니.
흰꼬리수리 쪼아대는 유리창마다 훠이훠이
그 사랑의 나비, 나룻배에 태우고 온 노랫소리
사하의 가슴에 매달려, 가마솥 같은 옛날을 닦아내던 을숙도.
꽃잎 한 양푼 절여 놓은 섬집 엄마
그 깻잎 머리, 목을 늘어뜨린 눈물자리
분꽃이 발그레 웃던 날, 낙동강 늙은 집으로
쌍봉낙타가 돌아오는 소리.
목숨 수(壽)자 새겨진 아버지 저녁밥 한 사발
꽁꽁 싸서 낡은 목화솜 이불 속에 묻어두고
갈 지(之) 자 골목창을 휘돌아오는
여린 발자국 소리를 들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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