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뜨는학교서 복지서비스요원으로 근무하는 ‘자립왕’ 이선화씨
지난해 3월 ‘자립’을 선언한 뇌병변장애인 이선화(25, 읍 문정리)씨가 최근 취직에 성공했다. 올해 옥천군 장애인일반형일자리(시간제)에 채용됐다. 장애인 평생학습시설 해뜨는학교(교장 최명호)에서 복지서비스요원으로 평일 4시간, 주 20시간 근무한다.
“언제까지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순 없잖아요. 언젠가는 일을 해서 스스로 돈을 벌고 살아가야 하니 신청하게 됐죠.”
자립을 선언하던 당시의 답변처럼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했다(2022년 4월15일 옥천신문 1635호 ‘“언젠가는 혼자 살아야 하니까”… IL센터 자립 3호 이선화씨’ 기사 참고). 고향인 영동과 가족의 품을 떠나 옥천에 정착하기까지 부모의 도움이 큰 기반이 돼 자립의 첫발을 뗄 수 있었을지언정, 이게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 선화씨였다. 선화씨는 가족으로부터의 금전적, 정서적 독립을 우선 목표로 삼아왔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선정한 ‘자립왕’에 선정되고 나서도 이를 이루기 위한 진정한 과제로 일자리를 꼽기도 했다.
“물론 일을 얼마 시작하지 않은 지금은 조금 힘들어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들과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시간에 저는 일을 해야 하니까요. 또 하루종일 휠체어 위에 앉아있다 보니 훨씬 더 피곤하기도 하죠.”
장애 정도가 심해 오른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선화씨는 첫 출근일부터 과연 사무일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최명호 교장의 도움 아래서 조금씩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고. 해뜨는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출석체크에 이어 차근차근 한 손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사무 업무까지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사무일이 내 장애 특성에 맞지 않아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금 수준에 맞게 업무를 주셔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앞으론 더 능숙해질 거예요.”
얼마 전 첫 월급을 탄 선화씨는 친언니에게 용돈 10만원을 건넸고, 이모들에게는 치킨을 샀다고 했다. 장애 수당 등 복지서비스로 제공되는 현금이 아닌 생전 처음으로 직접 벌어들인 소득은 분명히 손에 쥐는 느낌부터 달랐다.
“꼭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거요.”
일을 통해 소득을 직접 벌어들이는 경험은 자립을 향한 지금의 열망을 더욱 단단하게 할 테지만, 선화씨는 지금의 소득 수준으로 완전한 자립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시간제 장애인일자리의 경우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이 90여만원 선에 그친다. 50만원 수준의 적금을 넣는데다, 부모의 지원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면서 집 관리비, 공공요금, 바우처 비용 등을 혼자서 부담해야 한다.
“막상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이 조금씩 끊기니 조금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지원받을 순 없잖아요. 지금보다 일을 더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벌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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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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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