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단독] 묻힐 뻔한 ‘그루밍 성범죄’… 초임 검사 세심함이 밝혔다
보도날짜: 2023년 03월 28일
언론신문: 세계일보
보도기자: 박진영 기자
기사원문: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상해 사건
50대 男, 성폭행·신체 촬영 정황
3개월간 보완 수사로 구속 기소
검찰이 단순 상해로 묻힐 뻔한 사건을 보완 수사해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 사범을 구속 기소했다. 사건을 맡은 초임 검사의 세심함으로 전모가 드러났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상균)는 지난 22일 50대 남성 A씨를 강간 및 유사강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4∼8월 동거 관계였던 40대 여성 B씨를 겁박해 성폭행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B씨의 신체를 찍은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같은 해 9월 A씨를 상해 혐의로만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그 뒤 3개월여간 보완 수사한 끝에 올해 1월 A씨의 추가 범행, 성범죄를 인지하고 법원에 A씨 구속영장을 청구해 지난 3일 영장이 발부됐다.
지난해 임관한 주임 검사인 최재우(29·변호사시험 11회·사진) 검사는 B씨가 A씨 범행 당시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시사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B씨는 경찰에 “A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B씨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수사하지 않았다. 최 검사는 ‘B씨가 A씨를 두려워하고 있고, 말 못 할 성범죄를 당했다’는 내용의 B씨 변호사 의견서도 주의 깊게 살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성범죄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최 검사는 A씨 주거지 등 압수수색으로 B씨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물을 확보해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하고, B씨 가스라이팅(심리 지배) 정황과 그루밍 성범죄의 특수성을 강조해 A씨를 직구속했다. A씨 구속 이후엔 춘천지검의 성폭력 범죄 전문가 및 전문 수사 자문 위원 중 한 정신과 전문의에게 B씨 정신 감정을 의뢰해 B씨가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심리 상태였음을 밝혀냈다.
검찰은 피해자 지원과 진술권 보장에도 힘썼다. B씨가 A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고 하자, 최 검사는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분리 심문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해 분리 심문이 이뤄지도록 했다. 최 검사는 또 지역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B씨 지원을 의뢰했다.
최 검사는 이날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검사가 된 뒤) 송치 사건을 보완 수사해 피의자를 직구속한 건 처음”이라며 “검사의 일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란 점을 항상 명심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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