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아지의 하루살기
새벽, 어느 강아지를 만났다.
때묻은 털과 눈꼽 낀 눈에다 한 쪽 다리마저 절고있어 자세히 보니 작년에 폐지줍는 아저씨를 따라다니던 그 개였는데 헤어진 사연이 궁금했다.
훌쭉 들어간 배를 채우려고 종일 골목을 배회하고 언덕 숲도 헤집는데, 혹 사람들이 버린 음식조각이라도 찾아 헤매겠지! 싶고
안쓰러워 무얼 던져주는지? 사람주위를 맴돈다.
새벽엔 대부분 빈손이라 혀만 차고 지나기가 일쑤인데, 준비된 내게 살랑살랑 꼬릴 흔들다 내가 넉넉한 한 끼를 던져 주면 이내 꼬릴 다리사이로 감추고
풀숲 으로 가서 눈물겨운 식사를 한다.
사재기를 모르니 어떤 땐 배가 터지도록 먹고 어떤 땐 며칠을 굶고, 음식 찌꺼기 통도 굳게 닫혀 있어 무얼 먹고 살아가는 건지?
어떤 녀석은 깨끗한 온돌방에서 걷옷을 걸치고 맛있는 걸 먹으며 사는데, 너는 어쩌다 그렇게 풀렸니?
먹일 찾다던지너의 동료가 시장 대로변에서 참수 당한 걸 아니? 너는 겨우 참수만은 면하고 며칠 풀숲에서 앓아눕다
그래도 그곳에 가면 먹을 게 있다고 오늘 외출을 한 건 아니니? 절뚝이는 건 너 뿐만 아니란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상가 식육점도, 그 앞의 어묵 가게도 셔터 문을 내렸고, 손님 없는 빈 점포엔 꾸벅이며 졸고 앉은 늙은 상인이 이따금씩 파리채로 존재를 알린단다.
“점포 임대”라고 써 붙힌 흰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도록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이구아나”같은 “에스컬레이터”는 도심의 중심부를 차지한 채
옆구리엔 늘 세일 광고를 덕지덕지 달고 악어의 이빨같이 무서운 기세로 내달려 도심 속의 종합경제를 거침없이 독식 한단다.
영세업자들은“파산”당하고 절대 우위인 대기업은 자본 집약적으로 흐르고 있어 어디 가서 시간을 팔아야 할지 모르는 일꾼들은
매일 하찮은 일에도 목숨을 걸고 내일이면 또다시 일을 찾아 헤맨단다.
곤경에 처한 널 본다고 대책이 나올까마는, 네 모습이 서민들의 자화상 같고 삶의 찌들어 경계조차 풀린 네 눈동자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구나.
첫댓글 찌르르 아파오네요.....
추워지는데..
그렇네요~
한낮 미물이지만 생명인데~
인간에 의해 태어난 존재일텐데
그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고통그러운 삶을
전전긍긍 살아 헤메는 가엾은 생존~~
그 씁쓸함에 더 추워오네요~~
며칠 전에 어떤 강아지가 부츠같은 거 신고 가는거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