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肺魚*
나정숙
아프리카는 나를 모르지만
그곳에 사는 한 물고기를 알고 있어
태양의 필라멘트가 대기를 가르면
물결의 기억을 덮으며 거친 모래바람 일고
눈물로 고치를 짓는 사막의 시간
물고기로 살지 않은 적은 없지만
어쩌면 물고기도 아닌
삶의 끝과 시작의 고리를 물고 있어
실수로 잘못 내린 불 꺼진 정거장
단단히 잡은 손을 놓쳤던 것은
어둠 때문이야
자꾸만 미끄러지던 지문의 감촉
네가 어둠에 스스로를 지워버린
그날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그날들
누군가 시간을 감아 오래도록 고치를 짓고 있어
*
肺魚: 물에서 살다가 건기에는 고치를 만들어 허파로 숨을 쉬며, 그 속에서 4년 동안이나 살 수 있다는 아프리카 물고기
툭, 떨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여기저기에 담배꽁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가 다니던 레미콘 회사가 위치한 작은 도시
뱅글거리는 삶을 매달고 달리는 차량들을
애써 외면했다
장례식장 금속문 손잡이는 왜 이리 차가운지
말쑥한 양복 차림을 한 그가
경쾌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는다
각자 슬픔의 무게만큼 부의금 봉투를 채웠다
그를 닮은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되어 금방이라도 녹아 흘러버릴 듯한
여자의 팔에 매달린 채
향로 안에 재가 툭, 떨어졌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려오는 발가락은 아픈 줄을 몰랐다
슬픔이란 언제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전히 환하게 웃는 그가
우리의 안부를 묻는다
마음이 먼저 바닥에 떨어진다
시마詩魔를 기다리며
출근길 드들강에 피어오르는 안개
물수제비를 뜨면서 날아가는 새들의 몸짓
많은 이야기들을 풀고 가는 여름날의 구름
늦은 저녁 가족들과 마주하는 소소한 밥상
살면서 아름다운 순간들은 참 많지만
행복과 공허는 어느 자리 어느 순간에도 늘 공존한다
뭔가를 쓴다는 것
버겁지만 차마 손을 놓을 수 없다
사주팔자 같은 허기를 온몸에 누덕누덕 달고
일을 하고 잠을 자고 빈둥거린다
물러설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비로소 민낯의 나를 만난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또 다른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