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취미생활 중고교 시절에는 생활기록부에 취미를 기재하는 항목이 있었던가 보다. 독서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쓸 것이 없으니 독서 아니면 음악감상을 주로 썼다.
젊은 시절에는 집안에서 주로 라디오를 KBS 클래식 음악방송에 고정해 놓고 책을 읽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집안에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일부러라도 책을 들었다. 기독교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지만 벽 한 면 책장에 가득했다. 8년 전 집을 이사 오기 전, 마침 서울 근교 작은 교회에서 도서실 책을 마련한다는 것을 알고 6상자를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가득 찼다.
음악은 용산에서 근무할 당시 마침 세운상가에서 전자 제품 상인들이 사업장을 전자상가로 옮겨와서 매달 십일조만큼 음반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LP판으로, 나중에는 CD로..... 새 음반이 나오면 투자하듯이 CD를 사 모았다. 이제는 책과 함께 음반을 지혜롭게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을 앞두고 노후에 무슨 일로 소일할지 생각하다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서예를 시작했다. 예술의 전당 서예교실에 등록하고 열심히 배웠다. 한자 해서楷書와 예서隸書를 중점적으로 배웠다. 같은 교실에는 남녀 20여 명이 있었다. 그때 내 나이가 환갑쯤이었는데 남자 중에서는 제일 연소자였다. 대부분 70대였다. 재미있었다. 붓을 들면 묵향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제는 늘 실내에서 엎드려 붓을 들고 쓰다 보니까 나이 들어가면서 운동량이 부족해진다는 것. 퇴직할 무렵 아들이 사진을 해보라고 카메라를 선물해 줬다. 처음에는 서예에 몰두하고 있을 때라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사진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 붓 대신 카메라를 잡았다. 조선일보사 시니어 사진교실에 등록해서 6개월간 배웠다. 같은 수강생들과 출사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즐거웠다.
사진을 담느라 산과 들을 많이 걸으니 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아내도 그다음 기회에 사진교실에 등록해 배우게 해서 출사할 때는 대부분 아내와 같이 다닌다. 때로는 혼자 카메라 메고 다닐 때도 있지만 좋은 피사체를 찾느라 즐겁다.
70이 가까이 되어서 사진을 시작했으니 많이 늦었다. 3,40대에 사진을 배웠더라면...., 아니 아들이 카메라 선물해 줄 때에라도 바로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걸 싶었다. 그래도 우리 둘이는 열심히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사진을 익혀갔다. 국내외 여행 다니면서 담은 사진을 친구들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아내외 함께한 세계여행'이란 부제가 있는 <아름다운 동행, 행복한 발걸음> 책을 출간했다. 노년의 취미로 사진 하길 잘했고 또 내외가 같이 다닐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하나님의 은혜다.
곧 다가올 팔순을 기념해서는 '아내와 함께한 한국의 섬 여행' 사진과 글 모음을 출간하고 싶다. 제주도와 제주에 속한 작은 섬들은 물론 서해안 북단 백령도를 비롯해 서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동해의 울릉도까지 대부분 다녀왔다. 더 보충하고 싶은 몇 개의 섬은 올해 다녀오려고 한다. 책이 출간되면 우리의 일생을 잘 아는 벗님들과 나누고 싶다. 누구보다도 우리 자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 장손이라고 조부모와 같이 잠자고 가난한 살림이지만 조부와 겸상으로 먹으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 자손들에게는 그런 추억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자손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사진과 글 모음 책을 남기고 싶다. 이런 일을 생각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