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늘 촛불이 켜져있어 촛농이 수십년 세월의 수북한 촛농탑위에 또 하루의 세월이녹아흘러 켜켜히 쌓아가고 있다. 처 촛농탑이 유규하게 쌓여갈수 있다면 흐미한 상상을 해보는 잠시. 골깊은 세월의 두렁이 패인 얼굴에 병마에 뜯어맥혀 쓰일모없이 영원히 닽혀버린 한 쪽 눈.꺼풀 아래 진물이 번득이고 어눌하게 이어가는 말뽄새를 보면 가슴 답답해지며.
언젠가는 저 촛불에서 더이상 농탑 쌓는것을 멈추겠구나....
"너랑 함께 연극도 보러가고 오패라도 보고 자픈데 내가 시간이 없어. 시간이..."
일단 거동이 불편한건 두째치고 시간이 없다며 그림그리는 일 외에 다른일에 전혀 엄두를 하지않는 치열한 작품열 .그 자세에 눈물나도록 탄복했다.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심정. 만일 내게 가진 시간을 남에게 양도 할수 있는거라면. 내 살아있어 잠을 자고 똥을 싸고 밥을 먹고 여행을 즐기러 어딘가를 떠나는 시간들을 뚝 떼어. 울엄니가 아시면 기절초풍하실만치라서요. 엄니몰래. 행여 울엄니 소문듣고 아실까 저어되어. 달도 뜨지않는 어둔밤.악마의 등불이라도 길을 밝혀. 아무도 모르게 살짝가서 드리고 싶다..
그래서?
그가 살아서 남긴 작품들은 킬러들의 사냥감이니 내가 준 시간들 컬랙터들 좋으라고 절대 줄수야 없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당신의 천생 업이었으니. 내가 넘겨드린 시간. 나와 반 뚝 짤라 나랑 향유하는거야. 연극도 보러가고 오페라도 보고나와 중국요리 잘하는 전통 짱깨집에 가서 짜장면 곱배기하나에 물만두 한 개 시켜 정답게 나눠먹고 밀가릿것 못 사귀여 필시 속 답답타면 당신이나 나나 다리구실 물짜니 애트막한 동산에 올라 솔가지향 싱그러운 소나무아래 두다리 쭉 뻗고 앉아. 꾀꼬리나 초롱 산새가 초롱초롱 휘저어 맑게 가라앉힌 산공기에 속때쩌든 심장을 말갛게 행구는 거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희망사항이 부디 귀하신 이름자에 개똥바르는 불경죄가 아니기를...
춘곤증에 나른하여 한짝눈으로 온우주를 화폭에 담는 그 눈깔의 수고를 덜게하고 싶다시면 머 얼매나 좋아? 정갈하게 빨아말린 뽀뿌린 이불이 따뜻한 아랫목에 깔린 여인숙 찾아가서 그분을 반듯하게 뉘여드리고 그 양반의 노쇠한 다리라는 다리를 죄 말이지.. 나의 온 정성과 묵은 애정을 끌어다해 주물주물 주물러 드리고 , 할수만 있다면 . 그보다는 나은 그나마 갖쟎지도 않은 나의 젊은 혈기를 그이에게 흡입케 하고 싶어.
시버럴 개잡노모화상.
"당신 누구요? 왜 그분 그림그리는 것을 번번히 방해하는거요? 그분을 위해서라면? 배오징다리나 갖다줘서 그림그리는 시간을 방해말고 조용히 사라져 주는거요. 뭘 노리고 접근허는거요? 막말로 그림을 살꺼도 아니고.. 다시는 할일없이 그분앞에 접근하지마쇼. 다치기전에.."
"깔깔깔까..껙.엑.. 내가 조개팔다 가..칼국시 팔다가 조구팔다 달려온것을 그나마 한짝눈은 맬구먹어서 안보임서나 어떻게 다 알아먹었대요?"
"난 다알어.. 네말대로 한짝눈이 빙들어서 안보여도 여그 남은한짝눈으로 다 알어."
"피히~ 알긴?코구멍이 도와주셔서 안거죠?"
"그려 맞어..올때마다 이번에는 밀까리 냄시 .물고기냄시 조개냄시... 그려.그렁게로 뭐하다가 왔는지 다 알응게 날속일랑 말어.."
"어쨌거나 그래도 앞으로는 또 안 올꺼예요. 그냥 이대로 영 안와도 되지만 작별인사를 하러 왔어요. 제가 안온다니까 좋죠?' 선생님 작품하시는데 방해도 안하고.. 철떼기없이 선생님께 엉기고 귀챦게나 하고 버릇없이 막굴고.."
"아서어.~ 그럼못써! 지가 나보다 한츰 더 젊다고 곧 죽을 늙은이 인 나한테.작별인사를 하다니. 그런 몹쓸짓이 어딨댜? 누가.어뜬 사람이 널보고 나한티 못오게 했지? 다 안다... 그 사람...나 그림그리는디 방해될까봐 너를 못오게 하는거여. 그러나 저러나 살짜기 오면 되쟎어? 몰래몰래 만나는것이 더 재미진거여.알었지?"
크흐~ 난 선생님께 와락 달려들어 까칠한 수염사이에 칼라틱힌 섭생의 흔적이 남아있는 입술과 언저리에 마구 키스를 퍼붓고 꼬옥 끌어안은체 속삭였다.
"사진을 줘어. 하루빨리 너를 그리고 싶어. 너를 앞에두고 그릴수만 있다면 행운이겠지만.요구할 염치가 없어.. 그러니 낸중에 올때 사진을 꼭 가져와..."
몇번쯤이나.. 그집앞을 지나칠때면 차를 멈추고 불켜진 창문으로 보이는 희미한 실루엣으로나마 그리움을 달래고 지나갔다.
부매랑.
와야할것은. 만나져야 할 인연이면 억지로라도 부대껴야 한다지만 허접한 일상을 일부러 앞장세워 그분에대한 상념을 애써 젖혀두고 있었다.
불현듯. 애리수산 전화번호도 모르는 그 분의 음성으로 해물칼국수 이인분을 배달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믿어지지 않아 재확인을 했다.
열려지지않는 조개껍질을 벌려서 알맹이를 애써 빼먹으신다.
"선생님.제가 조개알 빼드릴까요?"
"아녀어~ 조개는 남자가 까는거지 어디 여자가 까주는가?
내가 까서 먹을란다. 해물칼국시 이렇게 맹그러 만원받으면 돈 한개도 안남겠다. 내가 먹어본칼국시 중에 최고로 맛나구나..아주 맛나.. 묵은짐치도 어쯔믄 이렇게 맛나게 담갔니? 네가 직접 담근거여? 에고! 생긴거 갅쟎게 음석솜씨가 여무네이? 저런 기특혀라..치다만 보지 말고 너도 먹어..이거 나혼자 맻칠먹어도 남어."
"전요 선생님 맛나게 잡사는 입만보아도 마구행복시러요..히히.. 긍게로 계속 이렇게 턱밫히고 앉아서 치다만 볼래요.전 안벅어도 배불러요."
<실은 잠시전에 점심식사로 카래를 만들어 한 양판을 먹어 배가 잔뜩 부른 상태지만...>
"아이고 고마워라... 앞으로도 칼국시 주문하믄 배달해 줄꺼지?"
"녜에! 선생님... 제가 만든 칼국시를 맛나게 깨물어두셔주어 어뜨케 기특시럽고 고마운지 제가 지금 얼마나 행복하지 몰라요."
서울에서 왔다는 낮모르는 컬랙터가 조선왕조 후대의 손. 이..뭣이라는 어른께 넘겼다는 선생님의친필사인을 확인하랴. 그림한점을 들고와서 조개와 칼국시와 나와 선생님의 오붓한 시간을 훼방 논다..
애리수산 사장님. 꼴시런 길똥씨가 물었다.
"꼴랑 만원짜리 칼국시 솥단지에 조선에 없는 칙사한테 대접할 맹이로 물존 겅거이들을 집어 넣고 끓여서 생전배달한번 않던 일관성을 개!무시하고 '차에실어 가더니만 왜? 칼구시값 금고에 안넣는거여요.애리수아짐매?"
전에 없던 살뜰한 호들갑인 배달에 언놈인가? 눈에 불을쓰고 갈구려던 참이었나보다.
"있쟎아요.여보! 나..아..하마터면 길 잃어버릴뻔했어요."
"아니 어디로 배달을 가까디 길을 잃는단 말여? 잃어봤자 손바닥만헌 군산바닥인디..어트게 길을 잃어? 허긴 당신이면 그게 가능은 헌 이야기다..맞아.. 그래서 어뜨게 길을 찾아 재대로 왔능가?"
"정말 어렵게 찾아봤지만 애리수산으로 오는 길을 못찾겠더라고요. 거그가 저어기 부산도 같고 지리산가는 어디매도 같고 내장산 가는 정류장도 같고.. 아무튼 길을 잃을뻔 하다가 칼국수 값으로 받은 돈만 잃어버리고 재대로 우리집으로 찾아왔응게로 더이상 묻지말아요,쉿!"
첫댓글 갑자기 성함은 생각이 안 나고 군산에서 유명한 화가님 이시군요....개인 전시관도 지어 드린다고 들었는데요...건서 혼이 담긴 작품 남기시길 바랍니다....*^^*
제가 첫사랑 운운하며 작년여름에도 소개를 했쟎아요..
오붓하고 정겨워 보이십니다...
사실입니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이니까요..
'노 화가와 선창마녀의 연정' 대박입니다. 그리고 디럽게 부럽습니다. 나도 저런 사랑 받을 날이 있을까?ㅍㅍ^^
고렇고롬 바쁜 선창마녀님~~요로코롬 긴 글을 쓸 정도의 열정이면 안될 일이 없을거 같습니다. 선창마념님 열정에 탄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