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4일 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습니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입니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이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중에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며 자주 읽고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3,35ㄴ-43
그때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35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하며 빈정거렸다.
36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37 말하였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38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다.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42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4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성서주간이 시작되는 주일입니다. 그래서 김종수 주교님의 성서 주간 담화를 묵상으로 올립니다.
제35회 성서 주간(2019.11.24-30.) 담화
성경으로 감도된 신앙인의 삶과 교회의 사명
하느님의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1테살 2,13 참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에게 세상 끝까지 그들과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세상을 창조하신 태초의 말씀이십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3.14).
태초의 창조의 말씀이 때가 차자 사람이 되시어 우리를 구원하시고 교회의 역사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이끌어 가십니다. 교회는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그분께서 일으켜 주시는 감도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다른 모든 학문과 과학의 지식들은 우리가 이해한 만큼 활용하지만, 말씀은 단순히 그러한 인식 대상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 활동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말씀을 대하는 우리는 이해하려는 태도보다, 말씀을 사랑하고 맞아들이며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마음가짐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끌어 주시는 말씀은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본당이나 교구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성경 공부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필요하면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말씀은 교회 활동의 이 한 부분에서만 만나는 분이 아니십니다. 말씀이 교회 활동 전체를 감도하시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도록 해야 합니다. 성사 집전, 사회 복지 활동, 친교와 기도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말씀의 감도에 이끌려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도 성경 곧 말씀이 교회 활동의 전체를 감도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주님의 말씀」, 73항 참조).
참으로 우리가 말씀에 감도되려면 말씀 안에서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지속적으로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라야 그분께 이끌려 생명의 말씀에 따라 살고 이를 선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식이 우리 몸을 살리고 자라게 하듯, 말씀은 우리의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자 태어날 때부터 눈먼 이가 앞을 보고 죽은 소녀가 되살아나고 나병 환자의 몸이 깨끗이 나았듯이,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우리를 치유하시고 희망을 일깨워 주시어 주님 뜻에 맞갖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말씀이신 주님께서 사도들을 친구요 형제라고 부르셨고 우리 모두를 그렇게 받아들이십니다. 우리 삶의 보람과 고통 그리고 교회의 모든 사목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화의 길에도 주님의 성령께서 일으켜 주시는 말씀의 감도가 있음을 믿고 바라보고 따라갑시다.
2019년 11월 24일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 1,12-20
형제 여러분, 12 성도들이 빛의 나라에서 받는 상속의 몫을 차지할 자격을
여러분에게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기를 빕니다.
13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14 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15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16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17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18 그분은 또한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십니다.
19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20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