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싱가폴에서 출장 온 제임스 형님과 나눈 맥주 한잔에 잠을 잘 이루질 못했었다. 차라리 더 마셨더라면, 잘 잘수 있었을까 반문해 본다.
오늘은 일찍 도착했는지, 버스도 없고, 오지팀원들도 안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행공지 다시 보고, 당일산행을 확인한 후 느긋하게 기다리니, 총대장님을 비롯하여 팀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출근길에 응원차 들리신 가이버대장님께 인사하고, 정선으로 향한다.
자고 자고 자고 나니 오지버스는 정선에 도착하여, 오늘의 들머리로 향하고, 총대장님께서 강매? 하신 리치몬드제과 산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조금남아 있는 피곤을 털어낸다. 날씨는너무 화창하고, 바라보는 정선의 정겨운 마을 풍경과 형형색색 단풍은 눈가에 은연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오늘이 단풍의 절정이리라. 설악의 단풍은 웅장하지만, 정선의 단풍은 그저 편안하고 정겹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 시작 부터 30분 동안은 항상 혼자 궁시렁거린다. "이번주는 피곤했나". "나만 힘든가". "배낭에 물하나를 두고 올걸 그랬나?" 11월의 둘째날 청명한 가을하늘에 아침공기가 제법 쌀쌀했는데, 이내 더워진다. 온도가 올라가는 건지, 몸이 뜨거워 진 이유인지.
만나는 임도마다 조망이 뻥 뚫려, 가슴이 시원~~하다. 빌딩에 아파트에 자동차에 갇히어 살아가는 도시생활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과 넓디 넓은 공간을 마주하는 오지산행이 언제나 즐겁다. 이런 즐거움이 그립지 않은가? 그리운 회원들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려 본다. "다들 잘 지내시죠?" "How are you?" " 오겡끼 네?"
오늘은 모닥불 회장님과 원청인 무불 그리고 하청업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얻고자 하는 많은 것을 얻었다. 물론 해피님이 부흥회기간 간절히 드린 기도에 대한 보답도 있었을 것이고. 보고 싶은 얼굴들 중 제일 만만한 "내내태/비비안/다훤" 님께 전화를 해 본다. 개밥주러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여인. 오늘도 개밥은 주고, 겨울 오지팀원들을 위한 오뎅은 왜 안주는 것인지.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정겹다. 보고싶고. 온내님은 전화를 씹으셔서.....
차가워 지는 온도에, 약간 을씨련 스런 풍광 속 질운산 정상에서 대간거사님이 불러주신 "주란꽃"이라는 노래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진다. 처음듣는 노래인데, 분위기 때문인지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린다. 가끔은 공감으로 가끔은 소음으로 흘려 버리는 대간거사님의 유행가들이 많았지만, 10년 오지산행에서 들은 최고의 명곡이라. 갑자기 산행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훌쩍 든다. 오늘의 이 감동과 기억을 잊혀지게 두고 싶지않다.
하산길은 언제나 기대와 아쉬움이다. 골프장 나올 때 가끔 백미러로 뒤를 자꾸 돌아보게되는 것 처럼. 자꾸 돌아본다.
꽉 채운 산행시간 후 사북으로 가서 정선군에서 운영하는 저렴하지만 물좋은 목욕을 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다. 오늘 따라 더덕주가 너무 부드럽게 넘어간다. 즐거워서 인지 아니면 무언가 모자라서 채우려는 것인지.
꽉 채운 듯 약간 모자란 듯 11월 첫 토요일은 풍광이 아름다운 정선에서 산행을 했다고 기록한다.
에피소드 I
1. 오지 않은 오지인들을 그리워하고.
2. 그리워 하다 섭섭해 지고.
3. 섭섭해 지니 약간 미워도 지고.
4. 조만간 얼굴한번 보러 가야겠다.
에피소드 II
영희는 철수 찾아 갔는지 안오고
자연은 논다고 났는데 안오고
온내는 노래방간다고 나가서 안오고
다훤은 개밥주러 간다더니 안오고
향상은 절에서 눌러 앉았는지 안오고
새들은 새집 짓는다더니 안오고
두루는 말도 없이 안오고
불문은 골프장 벙커에 빠졌는지 안오고
우보는 농사에 빠졌는지 안오고
대포는 여자만나러 가서 안오고
은하수는 별따러 갔는지 안오고
태풍은 돈벌러 갔는지 안오고
이제는 슬슬 돌아 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첫댓글 오랜만에 산행기가 올라왔네^^ 에피소드2~ 재미있다. 내용이 맞는것 인지는 모르지만 공감이갑니다 백두가 빠졌네? 보고싶은 얼굴들~
연말에는 볼수있을까?
연말에 포박하여 대령하겠사옵니다.
모처럼 이 카페가 환하고, 생기가 돕니다.
단톡방 사진으로만 보다가 이런 대처에서 보니 더욱 새롭습니다.
만추의 산길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악수형님.
짝짝짝
오랜만에 보는 시원하고 깔끔한 산행기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네요...
네. 완연한 가을입니다.
위원장님 에피소드 넘 재밋습니다. 특히 영희, 철수 ㅋㅋ 영희누님 얼렁 나오셔야 되겠네요
하늘재님도 돌아오셔요. 꼭.
영희언니만 영희가 아니라 다훤도 영희 성도 같고 이름도 같고
네. 그렇군요.
모처럼 무불님의 재미난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단풍도 무척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