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마운틴 퀸, 락파 셰르파' 못지 않게 감명적이고도 의미있었던 다큐멘터리가 '개는 왜 개일까'(앤디 미첼 감독)였다. 원제 'Inside the Mind of a Dog'에 더욱 가깝게 우리 제목을 붙였더라면 하는 마음이 절절했다.
에미상 후보에 오른 배우이자 열렬한 반려견 동호인인 롭 로우가 내레이션을 한다. 75분 러닝타임이 후딱 지나간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이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점들에 속시원한 답을 들려준다. 그리고 나처럼 나이가 들어 반려견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설렘 같은 것을 안겨준다.
대단히 재미있고 유익하다. 개와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개들의 청각과 시각, 후각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와 분석, 개들이 진화한 열쇠가 되는 친화력과 공감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반려견 및 보조견, 특수 목적견들이 길러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견공의 얼굴 표정, 눈동자와 흰자위, 꼬리짓, 짖음 등을 분석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다른 종인 인간과의 교감, 교응 능력이었다. 눈맞춤을 통해 그런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운다는 것도 새삼 놀라웠다. 특히 지진 붕괴 현장에서 파묻힌 사람들을 찾아낸다거나 암 세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학습한다는 대목에서는 입을 딱 벌리고 옆사람을 쳐다봤다. 그들의 뇌가 인간의 그것과 비슷하게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는 점도 우리 곁의 미천한 존재로만 여겨졌던 견공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심지어 특정 단어를 뜻하는 버튼을 누르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 150개 정도의 단어를 익혀 "낮잠 잘테니 조용히 좀 해" 같은 의사를 전달하는 견공 사례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것으로 평가받은 반려견은 무려 1000 단어를 알았다니 대단하다고 할 밖에.
한 대학 교수는 "내 아이가 서너 단어만 말할 수 있어도 무지무지한 행복감에 젖었는데 견공이 이렇게 많은 단어를 통해 내게 의사를 전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되물었다. 이 다큐를 보다 보니 "친화력이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란 명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엊그제 누가 내게 그랬다. "늙으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아무 때나 들러 괜찮냐 안부 물을 수 있는 친구가 둘쯤은 필요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