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들어와 쓰이는 서양 외래어에는 영어에서 들어온 것이 많다. 그런데 영어에서 온 외래어를 살펴보면 규칙을 찾기가 무척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원어의 자음을 적을 때 받침으로 적을 것이냐 ‘으’를 넣어 적을 것이냐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백(bag)은 ‘배그’로 쓰지 않고, 개그(gag)는 ‘객’으로 쓰지 않는다. 또 지그재그(jigzag)로 쓰지 ‘직잭’으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 이름 멕 라이언(Meg Ryan)에서는 ‘메그’가 아니라 ‘멕’으로 적는다. 낱말 끝이 g로 끝나는 말은 ‘으’를 받쳐 적는 쪽이 많아 보이지만, b로 끝나는 말은 ‘ㅂ’ 받침으로 적는 경우가 더 많다. 잽(jab), 랩(lab)이 그렇다. 그러나 허브(hub) 같은 말은 ‘헙’으로 적지 않는다.
끝이 t로 끝나는 ‘set, mat, net, jet, bit, nut’ 등은 ‘세트, 매트, 네트, 제트, 비트, 너트’로 쓰인다. 그러나 커트(cut)의 경우 탁구나 테니스에서는 ‘커트’로, 인쇄 용어에서는 ‘컷’으로 적는다. 그리고 ‘핫도그, 닷컴’ 따위에서는 받침 ‘ㅅ’으로 적는다. t도 여러 음절로 된 말에서는 ‘으’를 붙여 적지 않는다. 마그넷, 코코넛 등이 그렇다. ‘초콜릿’이지 ‘초콜리트’라고 하지 않는다. 로켓(rocket) 역시 ‘로케트’가 아니다.
외래어는 적기는 대체로 일정한 법칙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들어와 쓰임을 알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굳어진 말은 관용을 인정하되, 용례와 범위는 따로 정한다’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