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주인공은 누구나 평등.
생각, 그것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한 생각도 없을 때는 없습니다.
보통 중생의 세계에서는 무슨 생각이든지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내가 아무 생각도 안 한다 해도 안 한다고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므로
다 쉬어버리지 못한 것이고 텅 비웠다고 해도 비웠다는 생각 역시 하나의 생각이거든요.
결국은 우리의 생각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생각 속에서 자꾸 흐르고 있다. 이거지요.
그러니까 좋은 경계가 오고 기뻐할 때는 좋은 줄은 알지만, 그것은 금방 꿈같이 지나가 버립니다.
또 어떠한 생각이 대신 밀어닥쳐 연신 붉은 생각, 푸른 생각, 흰 생각 온갖 생각이 난다. 그 말이지요.
기쁜 생각 덤덤한 생각, 사랑하는 생각, 미워하는 생각, 질투하는 생각,
온갖 생각이 자기의 부처를 가리고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그러니 괴로운 것이지요.
그걸 두고 불교에서 똘똘 뭉쳐 말하기를 ‘염기염멸(念起念滅)이 즉생사(卽生死)다.’
즉 생각 일으키고 생각 끊어지고 하는 그것이 나고 죽는 것이라는 겁니다.
‘정’에 든다는 말은 무념(無念) 즉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인데 생각이 없으면
돌덩어리나 나무 뭉치기 마냥 아무 감각도 없이 허공같이 된다는 말로 생각하기 쉽다 그 말이지요.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생각입니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는 생각으로 도저히 들어가지지를 않습니다.
생각이 끊어지면 아무 생각이 없는 그런 무정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 흘러가는 그런 머트러운 생각이 없다는 말입니다.
머트러운 생각이 없을 때 내 본래 참으로 흐림이 없는 본바탕인 마음의 고향이 있고,
일어나는 생각을 쉴 때는 본바탕의 빛이 비치고 있다. 그겁니다.
아주 생각이 없이 무슨 허공처럼 무정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희로애락을 느끼는 이상의 위대한 빛이 흐르고
아주 밝고 밝은 꺼지지 않는 참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 하는 자기의 본바탕을 본다. 그겁니다.
이렇듯 자기 마음만 깨쳐버리면 그만입니다.
그 마음 깨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꼬집으면 아픈 줄 알고, 웃기면 웃을 줄 알고, 부르면 대답할 줄 아는 우리의 주인공은
누구도 평등해서 어디서나 성불할 수 있습니다.
- 서암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