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 施 顰 目
西 : 서녁 서 施 : 베풀 시 顰 : 찡그릴 빈 目 : 눈 목 (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리다 / 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사다)
서시(西施)는 월나라의 절세 미녀다.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다’라는 시(詩)로 유명한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 동탁과 여포의 연인으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貂蟬), 당나라 현종을 향락에 빠뜨린 양귀비(楊貴妃)와 더불어 고대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 마을의 추녀가 이를 보고 서시의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헤아리지 못했다.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
서시빈목(西施顰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顰)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 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周)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 장자는 옛것은 과거의 흔적일 뿐 자신의 발걸음은 아니라고 했다. 도가(道家)는 무리가 아닌 고유성을 중시하는 사상이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도 한단의 발걸음을 배우려다 고향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린 젊은이를 빗댄 고사다.
자신을 아는 지기(知己)는 깨달음의 시작이고, 철학의 출발점이다. 항심(恒心)이 부족하면 분주히 외물만 쫓을 뿐, 정작 ‘내 것’은 놓치고 산다. 누구나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타인과 비교되지 않는 절대적 가치다. 노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수록 배움이 적어진다”고 했다. 남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지 말고, 내 걸음으로 당당히 세상을 걷자.
출처 : 장자(莊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