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상반기 ‘왕의남자’와 후반기 ‘괴물’이 화제를 일으키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는데 난 아직 이 두 영화를 보지 못했다. 솔직히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할 수 없어서다.
2주 전 후배가 '라디오 스타‘란 DVD TITLE를 사주면서 이 영화를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이제야 ’라디오 스타‘를 보았다. 방금 전 ’라디오 스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누리꾼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 수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이라고 나온다.
'라디오 스타'는 한국영화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버드무비이다. 남자배우 두명을 주인공으로 엮어나가는 버드무비는 상업적으로 매력이 없다. ‘왕의 남자’로 상업적 대박이 난 이준익 감독의 자서전적인 영화 같이 보였다.
‘라디오 스타’는 20년전 최고의 가수에서 현재는 몰락한 3류 가수를 걷고 있는 최곤(박중훈 분)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의 20년간 끈끈한 동행을 과장된 설정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다. 극 주인공은 이준익 감독과 같은 동시대의 동갑내기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1959년생인 이준익 감독은 386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준익감독과 같은 년령대의 386세대의 영화인들은 작은영화 1세대 출신들이다. 그세대 대부분은 현재 한국영화 제작 배급 연출 각 분야에서 핵심적인 자리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세대는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다른 세대에 비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날로그의 마직막 세대인 386 작은영화세대들, 그들은 영화 자체가 자신의 노스텔지아로 여길 정도로 영화 같은 삶들을 살았다
‘라디오 스타’는 가수들의 영화라기보다는 영화인의 인생 역정을 그린 자화상 같은 영화같다.
20년 전 그들과 동시대의 아픔과 영화의 열정을 잠시나마 같이 나눴던 시기는 나에게 질풍노도와 같은 내 인생의 환희와 열정의 순간이었다. 삶이 고달파지만 영화란 마약에 빠져 삶의 풍유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이준익감독은 1993년도에 ‘키드캅’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내 기억으론 흥행의 실패를 보았을 것이다. 당시 한국은 비디오 판권이 영화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 저예산으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 졌고 젊은 영화감독들은 미약한 제작지원 하에 감독으로 데뷔한다. 그리고 대부분 흥행실패란 명제 앞에 데뷔이후 영화인으로서 고단한 삶을 살아갔다. 이준익 감독은 6년이란 공백후 1999년 ‘간첩리철진’ 두 번째 영화 이후 흥행감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달마시리즈’로 연결된 흥행 고리는 ‘왕의남자’로 귀결된다. 한국 영화사상 두 번째로 큰 흥행성공의 답은 이준익 감독으로 하여금 ‘도마뱀’과 ‘라디오 스타’에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명곡 비와 당신으로 88년 가수 왕을 차지했던 최곤은 그 후 대마초 사건, 폭행사건 등에 연루돼 이제는 불륜커플을 상대로 미사리 까페촌에서 기타를 튕기고 있는 신세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고 굳게 믿고 있다. 조용하나 싶더니 까페 손님과 시비가 붙은 최곤은 급기야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되는데. 일편단심 매니저 박민수는 합의금을 찾아 다니던 중 지인인 방송국 국장을 만나고, 최곤이 영월에서 DJ를 하면 합의금을 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프로그램 명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하지만 DJ자리를 우습게 여기는 최곤은 선곡 무시는 기본, 막무가내 방송도 모자라 부스 안으로 커피까지 배달시킨다. 피디와 지국장마저 두 손 두발 다 들게 만드는 방송이 계속되던 어느 날, 최곤은 커피 배달 온 청록 다방 김양을 즉석 게스트로 등장시키고 그녀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방송은 점차 주민들의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성공에는 또 다른 대가가 있는 법...
최곤과 박민수 그들에게 영월은 환희와 절망의 순간에 노스텔지어이다. 최고에서 절망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삶 속에서 영월이란 마음의 고향을 매개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한다. 제도권에서 밀려난 군상들이 모여 간이방송국이 만들어진다. 3류가수로 전락한 최곤과 박매니저, 원주 지방방송국에서 사고치고 쫓겨온 강피디, 방송국 조직 사회에서 밀려난 지국장과 박기사, 지방방송국 통합으로 3개월간 마지막 지역방송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다. 절망에서 하나씩 발견되는 인간애와 믿음은 그들에게 살아가야 희망을 던져준다. 그들의 꾸밈없는 인간사의 이야기는 청취자로 하여금 참여의 발로로 제공하고 지역방송은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승격한다. 이 영화에서 갈등의 구조는 미약하다. 우리가 살아온 아날로그 같은 인생의 종착역이 여기서 꽃피운다.
영화는 과장된 설정으로 이루어져있다. 만화 같은 설정은 주인공들이 20년간 살아온 인생의 역정과 희석되어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기서는 화려한 정치가나 몰염치한 사업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서 하류인생이라 분류되는 인간 군상들이 영화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서 보여 지는 삶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야할 모습을 이야기 하려 했는지 모른다. 꾸며진 이야기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치부와 희망은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몰입 시켰는지도 모른다.
스크린 속에 최곤은, ‘키드캅’에서 시작된 이준익 감독의 영화인생의 모습이고 ‘왕의 남자’로 귀결된 그의 영화세계는 영월 지방방송국에서 만개한 최곤의 부활과 맞물린다. 최곤을 가꿔나가는 박민수 매니저의 모습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이준익 감독 현실의 모습이고 그가 꿈꾸자고 했던 영화관이 ‘라디오 스타’였는지도 모르겠다.
버디무비로 이 영화를 분류하지만. 난 오디오를 소재로 하는 아날로그 영화들은 언제나 영화를 따듯하게 이끌어 낸다. ‘볼륨을 높여라’ 이후 10년 만에 흡족하게 다가온 오디오 영화이다. 오디오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나의 과거에 대한 회고와 추억을 남겨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실패한 사람은 과거를 먹는 자고. 성공한 사람은 미래를 꿈꾸는 자라고 하지만 영화만큼은 따듯한 과거의 추억을 먹고 싶다
첫댓글 "볼륨을 높여라" 를 좋게 보신분이 또 계시네요. 저도 볼륨을 높여라 정말 멋지게 봤습니다. 같은 10대의 얘기라는 점도 있지만, 제도권에 대한 도전이 인생의 전부 였을 때니까요. 라디오 스타는 반대로 제도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자신의 자리 찾아 가기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완숙미가 묻어나는 두 배우의 연기가 영화전체를 지배하며, 그것으로 인해 완성도가 훨씬 배가된 듯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썩 잘만들어진 영화라기 보다는 두배우에 의해 이끌려가는 버디 무비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긴 했습니다. 감상문 잘 보고 갑니다. 생생의 칼라가 점점 더 다양해 지는것 같아 너무 좋으네요.
저랑 영화 취향이 비슷한것 같네요....라디오스타는 제도권에서 밀려나는 대다수 예술인이나 연예인 들의 아픔을 담는 영화라고 할까요..그렇기에는 최곤이 너무 부르조와 삶을 살았고요..두배우의 감성적인 연기가 정점에 올라와서 좋아고요...그리고 영화의 스토리가 제 주변의 이야기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