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성전의 두 놋기둥: "야긴"과 "보아스"
"이 두 기둥을 성전의 주랑 앞에 세우되 오른쪽 기둥을 세우고 그 이름을 야긴이라 하고
왼쪽의 기둥을 세우고 그 이름을 보아스라 하였으며....." (왕상 7:21)
1. "야긴" - יכין ‘야킨’(Jachin) : “그가 세우실 것이다”
2. "보아스" - בעז ‘보아즈’(Boaz) : “그분 안에 능력이 있다”
솔로몬 성전은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아래 건축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성전을 세울 때 하나님께서 이방나라 두로 왕 '후람'까지 동원시켰다는 것이다. 후람 왕은 당시 최고의 조형 예술가인 '히람'을 추천하여 성전 건축의 총책임자가 되게 한다. 사실 히람은 당시 최고의 조형 예술가였을 뿐 아니라 특별히 놋 제조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공예가였다. 그래서 그의 재능과 총명과 지혜를 사용하여 솔로몬 성전의 두 기둥인 야긴과 보아스를 세웠다.
'히람'은 납달리 지파의 과부의 아들로 성경은 '두로의 히람'으로 불린다(왕상 7:21). 그는 유대인 어머니와 두로 사람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였기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된 과부의 아들로 사회의 차별과 무시를 받고 살았다. 하나님이 솔로몬 성전 건축에 두로 왕 후람의 도움을 받고, 또 히람과 같은 무시당하기 쉬운 혼혈인에게 건축의 총책임을 맡겼다는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소외 받을 수 있는 혼혈인과 이방인이 성전 건축 사역에 동참한 것은 신양시대에 하나님의 은혜의 통치 속에서 이방인들을 연합시키는 보편적 구원사역의 예표라 할 수 있다.
이 히람이 만든 건축물이 솔로몬 성전의 두 개의 놋기둥이다. 높이가 18규빗(8.208m), 둘레가 12규빗(5.472m)에 달하는 거대한 기둥이다(왕상 7:15). 이로 보아 놋기둥의 직경은 약 1.7m인데, 속이 비었고 두께는 네 손가락이 놓일 정도였으며(렘 52:21), 놋을 녹여 부어서 만들었다. 기둥 윗부분에는 5규빗(2.28m) 높이의 기둥머리가 얹혀 있는데 기둥머리의 5분의 4는 하나님의 힘과 영광을 상징하는 백합화 문양이, 나머지 5분의 1은 풍요를 상징하는 200개의 석류 문양이 달려서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견고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놋으로 만든 기둥에 백합화와 석류의 문양이 아름답게 새겨진 것은 우리의 신앙이 놋기둥 같이 견고하게 세워져야 하지만 백합화와 석류와 같은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따뜻함을 동시에 갖추어야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기둥은 성전 낭실(현관) 앞에 세워졌는데, 건축물을 지탱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성전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두 기둥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음을 볼 때, 두 기둥은 성전이라는 건축물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성전에 들어오는 자들과 연관되어 건축된 것이라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두 기둥에 이름을 지어 붙였다는 것이다. 오른 쪽 기둥은 ‘야긴’이고 왼쪽 기둥은 ‘보아스’이다. 성경에 보면, ‘야긴’은 다윗시대의 제사장의 이름이었고, ‘보아스’는 룻의 남편이요 다윗왕의 증조부였다. 그런데 그 이름은 그들의 이름을 따와서 붙인 것은 아니다. 그 이름에는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긴'은 히브리어 '야킨'(יכין)으로, "그가 세우실 것이다"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성전과 다윗 왕조를 세우셨으므로 영원토록 굳건하게 지켜 가실 것을 나탸낸다. '보아스'는 '보아즈'(בעז)로, '강한, 강력한'을 뜻하는 '아즈(עז)'와 '그 안에'를 뜻하는 '보(בו)'가 합성된 단어로, "그분 안에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성전을 견고하게 붙드시고, 다윗 왕조에게 능력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기둥에 하나님의 속성을 담은 이름을 붙임으로써 성전에 들어오는 자들에게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나타내시려 하신 것이다.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이 성전 안에 들어갈 때 혹은 이스라엘 백성이 성전 앞에 섰을 때 그 웅장한 기둥을 보면서 하나님 생각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 하나님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바로 그 이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솔로몬이 세운 두 놋기둥은 낭실 출입문의 지주가 아니었다. 이는 문과 별도로 출입구 양쪽에 따로 서 있던 것으로 높이가 약 8m 가량 되었으며 낭실보다 훨씬 낮았다. 때문에 지붕을 떠받치는 건축기능상의 기둥이 아닌 신앙 고백(信仰 告白)의 상징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곧 솔로몬은 두 기둥을 통해 성전(聖殿) 및 다윗 왕가를 세우시고 지탱해 나가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둥 꼭대기에 있는 백합모양이나 머리에 둘려진 석류 등은 하나님의 성결하심과 진실하심을 상징(象徵)한다. 더욱이 기둥을 놋으로 만든 것은 놋이 영구적인 것을 상징하듯 하나님의 성전(聖殿)이 영원히 존립하기를 기원하는 그의 신앙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은 전 앞에 있는 두 기둥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영원 불변하심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두 기둥이 보여주는 것은 교회는 하나님에 의해서만 세워질 수 있고,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성전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손으로 세운 성전을 바라보지 말고, 자신들의 능력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직 세워주시고 세워 가시는 야긴 하나님만 바라보고, 오직 힘을 주시고 능력을 주시는 보아스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것이다. 야긴과 보아스, 이 두 기둥은 성전을 출입하는 백성들로 하여금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보고 의지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화려한 건물인 성전을 바라보지 말고, 나를 세워 가실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두 기둥이 나타내는 의미이다.
<적용>
1. 솔로몬이 세운 두 놋기둥, 야긴과 보아스는 하나님이 세우신 성전의 영원성과 능력을 상징하며, 하나님이 세우신 이스라엘의 영원성과 능력(能力)을 상징한다. 참으로 솔로몬 성전의 야긴과 보아스처럼 성도의 삶 가운데도 하나님의 성결하심과 영원(永遠)하심에 대한 신앙고백이 항상 있어야 하겠다.
2.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에 올라올 때마다 그 두 기둥을 보면서 너희의 믿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으시면서 다시금 새로운 은혜와 결단으로 무장하라고 말씀하신다. ‘야긴’과 ‘보아스’ 이 두 기둥은 우리 믿음의 큰 두 축이고 기둥이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길 40년을 통과할 때, 낮에는 구름기둥과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듯이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 삶을 세우시고 인도하신다는 기둥 말이다.
3. 두 기둥은 성전의 천정을 떠받치도록 성전 안에 배치된 것이 아니다. 성전 앞에 세워진 상징물인 것이다. 성전을 드나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 기둥의 의미를 절대로 잊지 말라는 하나님의 의도가 있는 듯하다.
(1) '야긴' - 하나님께서 이 성전을 세우셨고, 지금도 세워가신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성전 건축을 결단한 솔로몬이나 성전 건축에 재능이나 물질로 참여한 백성들이 성전을 세워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는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세워가신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
(2) '보아스' - 하나님의 능력이 이 성전에 역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의 전문성이나 탁월성에 성전 지탱과 성전 운영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 하나님의 자녀된 성도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 곧 '하나님의 성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교회로 세워져 가느냐 하는 것은 나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께 있는 것임을 알아야겠다.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을 할 때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능력을 의지하기보다 인본주의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의 성전에도 ‘야긴’과 ‘보아스’ 의 두 믿음의 기둥이 굳게 세워져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