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보는 재미가 꿀잼이다. 노소영은 아버지 비자금 양심선언(?)으로 2심에서 승소했다. 자기 아버지 비자금으로 SK가 컸다고 주장하니… 2심 판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최태원과 연결해주면 좋겠다. 최태원이 대법원에서 이길 필승 전략을 알려주고 싶다.
최태원의 필승 전략은 맞불작전이다. 최태원 재산 형성의 일등 공신은 노소영 아버지 비자금이 아니라 바로 SK 주주들 돈을 편취했다는 양심선언이다.
최태원 재산은 SK(주) 지분 가치 2.1조원이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만해도 최태원은 SK(주)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원래 SK는 안정적 지배구조가 불안한 집단이다. 그래서 소버린도 경영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기업을 만들고 R&D해서 키웠으면 나름 안정적 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방직회사였던 선경직물이 재벌그룹이 된 원동력은 인수합병이다. 안정적 지분이 어렵다는 의미다. 유공, 한국이동통신, 현대 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은 퀀텀점프를 이뤘다.
암튼, 최태원은 인수합병을 통해 얻은 기업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싶다. 거기에 노태우 비자금은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텔레콤을 키우는 과정 정도로 그친다.
첫째 단계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사실상 개인회사였던 SK C&C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다. C&C는 시스템통합(SI)회사다. 계열사의 전산을 도맡아 수주해서 C&C의 몸집을 불렸다.
이는 노태우 비자금도, 선대회장의 재산이나 최태원 능력도 아니다. SK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편취(corporate usurpation)해서 최태원이 가져갔다는 의미다. 즉, SK주주들의 돈이 C&C라는 도관을 통해서 최태원으로 흘러들어갔다.
둘째 단계는 바로 이렇게 키운 C&C를 구SK(주)와 불공정 비율로 합병시키는 것이다. 최태원이 지분을 많이 가진 C&C와 SK의 지주회사격인 구SK(주)를 불공정 비율로 합병을 시도했다. 합병당시 C&C가치를 구SK(주)보다 높게 평가했다. 당시 매출액은 45배, 순이익은 2.6배가 더 큰 구SK(주)를 작은회사인 C&C가 먹었다.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나? 맞다. 바로 그 유명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과 정확히 동일하다. 이재용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불공정 합병하는 과정에 삼성물산 주주가 대박 손해를 봤다. 즉, 이재용이 삼성물산 주주의 돈까지 가져간 거다.
제일모직 사태와 다른점이 있다. 당시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이재용편을 들었다. 그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의 돈을 이재용에게 주었다. 이랬던 국민연금조차 차마 C&C와 구SK(주)의 합병은 찬성하지 못해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불공정 합병은 이루어졌다.
정리해보자 이재용은 그 유명한 에버랜드 신주인수권부 사태를 통해 에버랜드를 키우고 불공정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력을 완성했다. 모두 삼성주주의 돈이다.
최태원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C&C를 키우고 불공정 합병을 통해 SK그룹 지배력을 완성했다. 모두 SK주주들의 돈이다. 거기에 그 유명한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sk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되어 최태원에게 건너간 것도 있다.
이런 황당한 과정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시총이 고작 12조원이다. SK(주)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가치만 8조원이 넘는다.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주식가치도 각각 3조원이 훌쩍 넘는다.
물론 모회사 자회사가 둘 다 상장한 지주회사의 진정한 가치가 무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외국엔 모회사, 자회사를 둘다 상장 시키는 일은 당연 드물다) 암튼 단 세개 회사 보유한 지분가치만 15조원이 되는 회사의 시총이 12조원이다. ㅠㅠ (PBR 0.4)
소버린이 SK를 공격했다고 하는데 당시 SK(주)의 시총이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가격보다도 낮았다. 아니, 10조원의 돈이 든 지갑가격이 8조원이라면, 지갑의 경영권을 공격하지 않으면 이상한거 아닌가?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보유한 재산의 가치만큼의 주가도 유지 못하는 경영자의 경영권을 무슨 수로 보호해 주나?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역시 시장은 똑똑하다. 이혼 소송으로 최태원 지분이 희석될 것 같으니 드디어 SK(주) 주식이 오른다. SK기업 가치가 개선되고 있다. 기업을 모르고 시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최근 상속세를 낮춰 재벌3세, 4세들의 지배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K 이혼소송을 통해서 밝혀진 바는, 그리고 항상 시장에 적용되었던 바는 최대주주 지배력이 낮아져야 주가가 오르고 기업가치가 개선된다. 시장은 똑똑하다.
암튼…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가 나를 최태원 회장을 소개시켜줬음 좋겠다. 최태원 회장의 재산이 언제, 얼마나 주주들의 돈을 편취해 갔는지 낱낱이 밝혀서 이혼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료를 주고 싶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이혼소송은 꿀잼이다.
윤종오의원은 노태우비자금 환수를 주장하던데… 윤종오의원 등 노태우 비자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모의재판이라도 한번 하고 싶다. ㅋㅋ 한쪽은 노태우 비자금을 강조하고 다른쪽은 주주돈 편취를 강조하는 모의재판도 꿀잼?
형제의란, 남매의란, 부부의란(?) 모두 기업 정보가 투명해지는 훈훈한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