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내일 표결… 野 “사실상 당론 부결”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野, 韓총리 해임안도 표결 ‘맞불’
노란봉투법-방송법도 강행 나설듯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재가했다. 체포동의안이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도착함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20일 본회의 보고 후 21일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과 나란히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당 차원에서 이 대표를 보호하는 그림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굳이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부터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를 중심으로 ‘부결’ 목소리가 본격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이날도 강성 친명계가 ‘부결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김의겸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가결시켰을 때가 부결시켰을 때보다 후폭풍이 100배는 더 클 것”이라면서 “(가결되면) 민주당 지지층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부결 당위성이 워낙 커져 가결 생각을 갖고 있던 분들이 혹시 있었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1일 본회의에 한 총리 해임건의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 3법 개정안을 함께 올려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가결이든 부결이든 당에는 정치적 부담”이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른 사안들도 함께 부각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은 법률적, 정치적 실책이 명백할 때만 공당이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李 체포안’ 29명 이탈땐 가결… 친명 “찬성 의원 정치생명 끊을 것”
野, 내일 국회표결 앞두고 ‘표단속’
李 단식 동정론에 부결 분위기 확산… 친문도 “檢과 싸워야” 기류 변화
강성 지지층 압박에 부결서약 늘어… 非明 이탈표 얼마나 나올지 관심
“결과는 누구도 장담 못 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전망에 대해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보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21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 원내지도부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표 계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가 “사실상 당론으로 부결하자”고 표 단속에 나선 가운데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피로감이 극에 달한 만큼 이번에도 무기명 표결에서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친명 “가결표 던지면 색출해 정치 생명 끊을 것”
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2월보다는 ‘부결’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2월 표결 땐 민주당에서만 기권을 포함해 최소 31표가 이탈하면서 가결(139표)이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장기 단식으로 동정론이 강한 것은 확실하다”며 “비명계 중에서도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며 결집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다만 안심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소속(111명) 및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2명)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까지 가결표를 던진다고 계산할 경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진영에서 29표만 이탈해도 가결 정족수인 149표를 채울 수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내 ‘반명’(반이재명) 성향 20여 명에 더해 중립 성향 의원 10여 명만 추가로 이탈해도 위험하다”고 했다.
친명 일각에서는 병원 치료로 이 대표의 단식이 사실상 중단된 만큼 이틀 새 동정론이 사그라들 수 있다고 보는 기류도 있다.
지도부와 친명계는 내부 표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방탄이란 비판이 두려워 가결시켰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며 “검찰이 그걸 노리는 건데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 원외 친명계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사무총장도 이날 야권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가결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 친명과 손잡는 친문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의 변화도 관건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통계조작 수사가 진행되면서 친문계 내부적으로 ‘검찰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는 변화된 기류가 감지되기 때문. 한 친문계 의원은 “이 대표가 병원에 실려간 날 영장을 치는 검찰의 행태를 보고 많은 친문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날 이 대표 병문안을 간 것도 양측 진영의 결집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란 해석이 있다.
말을 아끼던 중립 성향 의원들도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부결 서약’에 적극 동의하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공천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데다 개딸들의 색출 압박도 이전보다 큰 부담”이라고 했다.
●‘동정론’으로 고민 빠진 반명
반명계 의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가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진 만큼 2월처럼 조직적인 가결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한 반명계 의원은 “단식 전까지만 해도 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젠 모두 침묵해 표심 행방을 정말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분열의 길로 가지 않을 방법은 이 대표가 6월에 말했듯 가결해 달라고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부결 인증을 하는 의원들을 향해서는 “십자가 밟기”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당론 가결’ 입장을 밝히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게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정성택 기자, 이상헌 기자, 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