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Z세대' 2000년대생들의 반란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기대를 부풀리는 반면, 체육 행정이 새로운 장벽을 만날 가능성을 키운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메달 순위(금, 은, 동 순으로 집계) 8위로 마무리했다. 특히 금메달 수는 역대 최다인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같다.
대한체육회의 당초 목표(금 5개로 종합 15위)를 크게 앞질렀다. 2000년대생들의 반란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구기 종목의 부진 속에 선수단은 144명으로 1976 몬트리올 대회 50명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꾸렸는데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같은 예상을 비웃기나 하듯 개막 사흘 만에 금 목표를 채웠다. 메달 순위도 2016 리우 대회 8위 이후 8년 만에 톱 10에 복귀했다.
특히 단체전 포함 금메달리스트 16명 중 10명이 2000년대생이란 점이 놀랍기만 하다. 무려 금메달 12개를 휩쓸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셋 모두 2000년대생인 점도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이들이 전성기를 맞는 다음 LA 대회에서 한국의 약진이 기대된다는 전망은 여자 개인전 금메달 주인공 안세영(22)의 사례에서 보듯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것일 수 있다. 공정한 보상을 당당히 요구하며 과거의 낡은 인식을 강요하며 통제하려만 드는 코칭 스태프, 행정의 전권을 쥔 문화체육부와 대한체육회, 종목 연맹이나 협회 등과 충돌할 여지를 남긴다.
'겁 없는' 이들 세대의 도전과 자유분방함은 긍정적인 자양분임이 분명한데 꼭 그만큼 우리 체육행정의 인식 틀과 관행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예를 들어 대표팀에 소속돼 27세가 되기 전에는 어떤 후원사도 구하지 말라는 배드민턴 협회의 규정을 수굿이 받아들이고 감내할 그네들이 아니다. 안세영처럼 언론을 활용하거나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압박하고 못하겠다고 뛰쳐나갈 가능성도 상존한다. 안세영의 금메달 기자회견은 그런 명암을 동시에, 기성세대에게는 더욱 무거운 과제와 부담을 안긴 것이었다.
그 이전 세대가 그래도 수굿이 지켜온 관행과 규정의 낡은 틀을 혁파하겠다고 나서는 그들과 공감하고 이해하며 다독일 코칭스태프의 구성과 협회나 연맹이 '허리' 역할을 잘해야 4년 뒤의 알찬 수확이 보장된다. 파리올림픽의 성과에 안주하고 방심했다가는 오히려 다음 LA 대회에서 큰코 다칠 가능성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또 낙하산 식으로 임명하려는 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이들 Z세대의 반란에 정면으로 직면할 것이다.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영국 BBC가 대회 폐막에 즈음해 여러 흥미로운 통계를 제시했는데 골자만 정리해 보겠다.
메달 순위 살펴 보면
메달 순위 상위 8위 안에 미국, 중국, 일본,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한국 순으로 포진했다. 미국은 여덟 차례 올림픽 가운데 일곱 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126개의 메달은 여덟 차례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었다.
영국은 12년 전 런던 대회에서 땄던 65개의 메달과 똑같이 메달을 수확했다. 네 대회 연속 60개를 넘겼다. 65개의 메달은 3년 전 도쿄 대회보다 하나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금메달 14개에 머물러 2004 아테네 대회 이후 가장 적었다.
일본은 3년 전 도쿄에서 27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도 20개를 채웠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수확했다. 레슬링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챙긴 덕분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18개 금메달은 아테네와 도쿄 대회의 17개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세계기록은 31개
시드니 맥러플린레브론(미국)은 육상 여자 400m 허들에서 50초37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넘어서며 세계신기록을 남겼다. 대표팀 동료 버논 노르우드, 샤미어 리틀, 케이린 브라운, 브라이스 데드몬은 4x400m 혼성 계주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아르만드 듀플란티스(스웨덴)은 남자 장대높이뛰기 6m24를 넘어 지난 4월에 본인이 작성한 세계기록을 1cm 늘렸다.
이번 대회 세계기록은 31개가 작성됐는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벨로드롬 경기장에서였다. 무려 39%나 됐다. 3년 전 도쿄에서는 22개의 세계기록이 나왔는데 8년 전 리우에서는 27개의 세계기록이 양산됐다.
대회를 가장 빛낸 선수는...
수영에서 새로운 슈퍼스타들이 많이 배출됐다. 레옹 마샹드(22)는 4관왕으로 단일 하계올림픽개인전에서 프랑스 선수 최초의 기록을 썼다. 미국까지 포함해 남자선수로는 마이클 펠프스, 마크 스피츠에 이어 세 번째 영예다. 여기에다 4x100m 혼계영 동메달까지 얹었다. 5개의 메달은 같은 수영 선수인 몰리 오캘러헌(오스트레일리아), 토리 후스케(미국)와 더불어 이번 대회를 가장 빛낸 선수로 인정받게 했다.
가장 많은 유명인 관중을 불러 모은 선수로는 체조 대표 시몬 바일스(미국)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레이디 가가, 니콜 키드먼, 나탈리 포트만, 스파이크 리. 톰 브래디, 톰 크루즈 등이 그녀 연기를 보겠다고 경기장을 들락거렸다. 대회 3관왕을 차지해 그녀의 통산 올림픽 금메달은 7개로 늘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나라들은...
미국은 공식 메달 순위 1위를 차지했는데 인구 11만 2000명당 한 개꼴이었다. 그레나다가 동메달 둘(앤더슨 피터스가 창던지기, 린든 빅토르가 10종경기)을 따내 5만 6289명당 하나를 기록, 국가 규모에 비춰 가장 성공적인 메달을 수확했다. 그 뒤를 도미니카, 세인트 루치아, 뉴질랜드 순으로 톱 4를 형성했다.
반면 아일랜드는 18위, 영국은 24위, 미국은 47위, 중국은 74위였다. 꼴찌는 2억 3415만1666명당 하나를 기록한 인도였다. 117명의 선수단을 보내 은메달 하나, 동메달 5개를 따는 데 그쳤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 하나도 따지 못한 나라는 인도를 포함해 28개국이었다.
개인 중립 선수(AIN)들은 어땠나...
메달 순위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늘 4위 안에 있었던 러시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징벌로 대회 출전이 금지됐는데 강력한 동맹인 벨라루스도 함께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대신 러시아 선수 15명, 벨라루스 선수 17명이 개인 중립 선수(AIN)로 초청받아 국기와 국가 없이 출전했다. 엄격한 출전 기준 기록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전쟁에 찬동한 전력이 없는지, 군이나 안보기관 등을 위해 일한 전력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배경 체크를 통과해야 했다.
AIN들은 다섯 종목에서 메달을 땄는데 공식 메달 순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트램폴린 남자 경기에 출전한 벨라루스의 이반 리트비노비치가 금메달을 땄는데 국기를 내걸지도 못하고 국가도 연주하지 않고 대신 따로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는 메달 시상식이 치러졌다. 벨라루스의 비얄레타 바르질루스카야가 여자 은메달을, 조정에서 야우헤니 잘라티가 은메달을, 역도에서 야우헤니 치칸초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 선수가 따낸 유일한 메달은 테니스의 미라 안드리바와 디아나 슈나이더가 여성 복식에서 목에 건 은메달이었다.
라일스의 100m가 대회 가장 짜릿한 승부였을까...
모든 올림픽에서 메달은 짜릿한 격차로 결정된다.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쥔 승부로는 노아 라일스(미국)가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상반신을 먼저 들이밀어 포토 피니시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 꼽힌다. 1000분의 4초 차였다. 하지만 육상 가운데 가장 짧은 거리에서 이만한 격차를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먼 거리 종목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여자 1만m를 우승한 베아트리체 체벳(케냐)는 전체 시간의 0.005% 차로 상대를 눌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아래 표에서 보듯 체벳의 격차가 가장 짜릿했다.
영국이 여자 조정 4인승 스컬에서 네덜란드를 무찌른 것도 포토 피니시 끝이었는데 애덤 피티와 맷 리처즈가 수영에서 은메달을 딴 것도 마찬가지였다.
점수를 매기는 체조에서도 비슷하게 짜릿한 승부가 펼쳐졌다. 남자 평균대에서 오카 시노스케(일본)가 앙헬 바하야스(콜롬비아)와 똑같이 14.533을 받았는데 수행 점수가 더 높아 금메달리스트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