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자매님들께 안부인사 보냅니다.
6개월째 접어들다 보니 한 평 남짓한 제 독방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관모포를 방석으로 하여 골판지(책)상 앞에 앉습니다. 바로 맞은편 벽에는 십자가에서 ‘웃는 예수님’ 상본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자리입니다. 사진 좌측위에는 옷걸이가 있네요. 앉은자리 좌측에 연녹색 철문이 있고, 철문 식구통 바로 아래에 ‘엠마우스 제자들과 빵을 나누는 예수님’ 그림을 붙였습니다. 철문 오른쪽 옆으로 비상벨 인터폰이 있고, 천장 가까이에 CCTV 눈과 스피커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내 자리 바로 왼쪽 옆에는 성서와 성무일도, 책과 자료 더미가 있고, 그 위에다 들꽃이 그린 들꽃 4종그림(A4용지)을 벽에 기대어 세웠습니다. 천장중앙에는 선풍기가 있고, 그 옆에 형광등과 취침등이 달려 있습니다. 앉은자리 오른쪽에 화장실 샤시 유리문이 있습니다. 그 문 좌측 선반위에는 TV가 놓여져 있구요. 그 옆에 메트리스와 담요를 개켜 놓았습니다. 방바닥에는 나무색 페인트를 칠한 나무판자가 깔려있고, 천장은 흰 시멘트벽, 벽지는 희고 누른색이랄까. 전반적으로 오래되고 낡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눈대중으로 약 1.2 x 1.2m 크기 화장실에는 옛날 수세식 변기가 있고, 구석에 수도꼭지와 작은 물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쪽 벽에 식기 건조대와 한 칸 선반이 붙어 있습니다. 이 화장실은 씻고, 빨래하고, 설거지도 하는 중요한 다용도 공간입니다. 이 정도가 간략한 제 독방 스케치입니다.
여기는 갇힌 생활로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재소자들의 몸무게가 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운동시간이 중요합니다. 독거실 재소자에게 1시간 운동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했지요.(혼거실은 30분) 터인 하늘아래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전반 25분은 비상계단 옆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고,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 펴기(push-up)를 계속하며, 후반 25분은 뜀박질을 합니다.
요즘 작은 운동장 55바퀴를 돕니다. 5개월 넘게 매일 반복했으니, 운동장의 열기를 조금은 데웠을 것 같네요.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얼마 전에 영상 5도 정도 맑고 추운 날씨였습니다. 그날도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난 후 헉헉대면서 제방으로 돌아와 앉았지요.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 튀어나온 혼잣말 이었습니다. “아 ~ 참, 날씨 좋다. 따뜻하네!”
동시에 추위로 차가운 손을 녹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던군요. 이렇게 추운데 따뜻하다고 흡족해 하고 있으니. 그러나 사실 전날에 영하의 날씨에 싸래기 눈을 맞으며 뛰었거던요. 얼마나 추웠던지 운동 후에 방에서 얼었던 손을 5분가량 녹여야 했었습니다. 제 몸이 전날의 기온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렇게 인간 감각은 체험 비교치에 의해 쾌적함과 불편함을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지금여기 있는 것이 저의 사도직이며, 교도소에 있으니 교도소 사도직이라 명명해 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기도와 협력으로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 합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하루 생활 중 자주 걱정과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는 때가 바로 저녁 7시 뉴스 시간입니다. 여기서는 하나의 고정 TV 채널이 있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시청시간이 있는데요. 저는 주로 7시 뉴스만 보고 있지요. 권력과 금력에 의한 공영방송의 편파보도와 통제는 국민을 위한 공적기능과 ‘알 권리’를 많이 앗아 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요즘 종북이며 북한 관련뉴스가 부쩍 늘었으나, 수천 수 만 이 모이는 촛불집회, 국정원 및 불법선거 규탄 집회, 노동집회 등은 보기가 힘듭니다. 많은 국민들이 저 왜곡편파 방송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아려 옵니다. 권력자의 의도된 거짓은 사회의 큰 죄악 이지요.
강정해군기지 사업에서도 시작부터 해군과 권력은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해 왔습니다. 이에 많은 양심인들은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탐욕에서 비롯된 거짓이라는 악과 싸우고 있음을 봅니다.
이제 교회 전례력으로 대림시기 막 바지에 와 있습니다. ‘주의 선구자로 주의 길을 닦는’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회개’의 소리를 떠올립니다. 그는 헤로데 왕에게 ‘결혼의 부도덕성’을 여러 차례 말했다가 체포되어 목이 잘렸습니다. 그는 권력이 아니라 정의와 진리에 순종했던 하느님의 가장 큰 종이었습니다.
이 대림시기 나는 지금 무엇을 진정으로 기다리는지를 기도 안에서 봅니다. 나의 보물은 어디에 두었는지? 그 보물이 있는 곳에 내 마음도 있으니.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10,28.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곧 다가올 성탄을 미리 축하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모두 모두 아기 예수님의 평화와 하느님의 사랑으로 풍성하시길 기도합니다.
2013년 12월 15일 (日)
제주교도소에서 박도현 수사 합장
첫댓글 ....... 그는 권력이 아니라 정의와 진리에 순종했던 하느님의 가장 큰 종이었습니다.
수사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