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선물하나 못 한게 너무 미안해서, 님들의 리플을 아내에게 선물로 줄 생각으로 무지 무지 긴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아내와 저는 특이하게도 군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이..
제가 이등병 훈련을 마치고.. 어느 육군 사령부의 사령관 공관병으로 보직을 받았고..
아내는 사령관의 비서인.. 여군 하사관..
처음 만난건.. 크리스마스 이브날.. 공관으로 새벽찬송을 하러온 군대 내의 교회 식구들 중..
하나였던 그녀를 만난 거죠.. 전 손님을 맞이 하느라 차를 준비 하고 있었는데..
다들 믿기 힘들겠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어.. 이사람이네.."
당시 군대가기전 있던 바람끼 다분한 여친.. 입대날 눈물 흘리며 "꼭 기다릴께" 하고는..
100일 첫 휴가도 나가기 전에 이미 .. 도망간 그 친구..후후..~
엄밀하게 아내는 나의 상사라 할 수 있었지만..
소속이 다른 관계로.. 아내와 나는 서로 존대말을 쓰곤 했지요..사령관을 모시는 업무인지라..
하루에 두어번은 꼭 전화 통화를 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공관에서.. 김장 담구던 날..(전 요리사..랍니다..사령관 공관 요리병)
목소리만으로도 날 벅차 오르게 하던 그녀의 전화가 왔지요..
"이이병.. 대추차 어떻게 끓여야 맛나요?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시는데 사령관님께서 이이병한테 차 끓이는거 배우라고 하시네요."
"대추차는요..어쩌구 저쩌구..해서 만드시면 됩니다.."
"네 고마워요..헌데 오늘 김장 담군다고 하던데 맞아요?"
"네"
"와~ 집에서 담군 김치.. 특히 겉절이 먹어 본게 언제 인지 모르겠어요..부럽다.."
"네..에.."
다음날.. 작은 통에 오징어,굴,낙지등을 넣은 해물듬뿍 겉절이를 담아.. 운전병 편에.. 보내 주었지요..
"와~ 이이병 너무 고마워요.. 잘먹을 께요."
몇일이 지나고.. 다시 운전병 편에 보내준 김치통..
"군에 와서 평생에 잊지 못할 맛있는 김치를 먹어 봤네요.. 마지막에 남은 김치 국물로 동기들과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더니 더 끈내 주던 걸요. 고마워서 작지만.. 맛있는 빵으로 답례 합니다"
꾹 눌러 담은 단팥빵 네개와 작은 종이의 쪽지 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저만의 사랑이 시작 되었지요..
군대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그러나 업무상 대화만 오고 갈뿐.. 한번 만나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내는 부대내에서도 인기가 넘치는 성격좋고.. 외모 이쁜 보기 드문 하사관..
전 이등병..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고참들의 아내를 예로한 외설적인 농담도.. 그냥 흘려 들어야 했고..
운전병을 통해 엿듣는 아내를 향한 수많은 군인(장교,사병)들의 프로포즈도... 넘겨야 했지요..
기회일까?..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시장보러 나갔다가.. 시내 5일장에서 아주 우연히.. 혼자 돌아 다니는 아내를 발견했지요.. 제 자전거엔.. 대파..미나리..기타 잡다한 식재료가 가득...(웃기죠..)
아내는 말끔히 차려 입은 사복.. 아름다운..모습
자전거에 이리저리 실은 식재료가 조금은 창피 했지만.. 그래도 밖에서 처음으로 만난건 내겐 기회..
"어 정하사님.. 오늘 외출 하셨나 봐요.."
"어 이이병.."
"네 전 사령관님 식사 준비할려구.. 시장보러 나왔어요.."
"네에..저도 자전거 잘타는데.."
"태워 드릴까요?..뒤에.."
"하하.. 그럴까요?.. 넘어지면 않되요.."
근사한 자가용도.. 날렵한 오토바이도 아닌..
시장보는 자전거에.. 주위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일만도 한데..넙죽 올라 타는 그녀..
또 다시 " 이사람 맞네.."
내 허리를 감싼 그녀의 감촉..옅은 화장품 냄새..
어색해 질까 두려워 고백도 못하고..
부대 근처 까지만 태워다 주고..그냥 다시 공관으로 돌아 왔지요..
그냥..그렇게 혼자만 사랑하면서 했던 군생활..30개월이..어느덧 지날 즈음..
고백할려고.. 찾아 갔지만.. 자신이 없어 그냥.. 포기 했던 날도 있었지요.. 그냥 제대를 했담니다..
여전히 잊지 못하는 마음에..
제대후 처음으로 부대로 전화를 걸었죠..
"저 정하사좀 부탁합니다.."
"어머 이병장.. 와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죠?"
"네...저기..언제쯤 휴가 나오세요?"
"이번주말에요.. 왜요?..데이트 신청할려구요?..꺄르르.."
"네.."
"어.. 농담이였는데..정말요?.. 맛있는거 살껍니까?."
"네"
드디어..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한숨도 못자고 약속장소로 갔지요..
"와 이병장 사회에서 만나니깐 멋지다..~"
"맘속으로만.. 당신은 군에서나 사회에서나 가장 아름답네요"
기분좋게 술도 한잔 하고..밥도 먹고.. 했지만.. 여전히 고백은 못했지요..
제대하고 찾아온 화이트데이...
남다른 손재주를 갖고 있는 덕에.. 이쁜 사탕 부케를 만들고..
내가 좋아 했던 클레식 cd도 사서... 그녀가 있는 부대로 면회를 갔지요...(하하..좀 웃기다..남자가 면회!)
"많이..오랜시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
"싫은가요?"
"..."
그날은 그냥 포기 하고 돌아 왔습니다...
그대신.. 그 다음날 오후에 또 면회를 갔지요..서울의 직장을 끝내고..용인으로..
"오늘은 밥 먹어요.."
그리 활달 발랄하던 그녀는.. 제 고백 이후에.. 말이 없어 지더 군요..
어색한 식사를 하고.. 부대에 바래다 주며
"부담 스러우시면 그날 고백은 없던 걸로 하세요.."
"..."
다음날..또 찾아 갔지요..참고로..제 집은 인천.. 직장은 서울.. 아내가 있던 곳은 용인..
막차를 타고 용인에서 올라오면...집에 도착하면 거의 새벽한시.. 출근은 아침 6시에 출발..후후..
한달을 찾아 갔담니다..하루도 빼 놓지 않고..
드디어..
"5개월 후면 나도 제대 해요..기다려 줄꺼라 믿어요.."
"그럼요..."
"난 아직 사랑이란걸 해 본적이 없어요..대신..한번 사랑하면 끝까지 사랑할껍니다..변하지 마세요.."
"넷..!!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매일은 아니여도..5개월중 4개월 정도는.. 겨우 1시간 가량의 데이트를 위해..그리도 찾아 갔었습니다..아내는 비록 하사관이지만 군대 내부 생활을 하는지라.. 일과후 외출은 허락 되지만..9시까지는 들어 가야 했거든요..
아내의 제대... 내가 제대 하던 날 보다 더 기쁜 날이였담니다..
너무 사랑하고.. 늘 함께 하고 싶어서 제가 그랬지요..
"아직은 모아둔 돈이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소박하게는 살수 있을 꺼 같은데..아직은 어리지만..나랑 결혼해 줄래요?.. "27살의 저와 25살의 아내는 그렇게 결혼을 했습니다..
음...제 아내는요.. 이런 사람입니다..
-술마시고..새벽녁에 친구들을 몰고 들어 와도.. 안주만들어 정성껏 대접해 남편 사기 올려주고 다음날 친구들 모두 해장국에 아침밥 먹여 보내고..
-직접 모시지는 않지만 제 어머니께서.."니 집사람 흉보면 네가 나쁜 놈이다..세상에 네 댁같은 아이가 어딨냐?"
-큰딸아이 출산 시간..1시간 50분.. 둘째딸은 병원가서 입원 수속마치고 올라가니..이미 출산(20분)
막내 아들은..1시간.. 모두 순산해준 고마운 사람..
-스타크래프트에 미쳐서..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도.. 단 한번의 잔소리를 않하는 사람..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수십만원을 쓸지라도..정작 자신은 1만원짜리 보세 운동화를 2년 넘게 신어서 안쓰러운 마음에 용돈 차곡히 모아 나이키 운동화를 사 갔다가..흠뻑 욕만 얻어 먹게 하는 사람...
-"여보..혹시 나 바람피면 어떻게 할꺼야?..나 죽일려나?" 큭큭.. "아뇨 당신 보는 앞에서..내가 죽을래요.." 하는 사람
-명절이면.. 회사 후배들 주라고.. 한켤레 양말을 정성껏 포장해서 안에 쪽지까지 잊지 않으며...
-어린 아이들.. 온 집안 어지럽게 할꺼 뻔한데도... 퇴근해서 보면 언제나 깨끗하고 아늑한 집을 가꾸는 사람..
-월급날이 2틀 남아 집에 통틀어 3만원밖에 없다면서도.. 남편이 친구 호출 받아 술마시러 나간다 하면가게 가서..만원짜리 하나를 거슬러 내겐..2만 5천원을 집어 주고..자기는 5천원만 가지고 버틴다고 하는 미련한 사람...
-다른 사람이 아무리 나를 뭐라 해도.. 늘 내곁에 있어 줄꺼라는 믿음이 있는 사랑스런 사람..
-아이 셋을 낳고도... 처녀때 몸매 그대로 유지 하는.. 매력적인 사람..
내년이면.. 그런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지도 10년이 됩니다..
내년에는 그런 그녀와 함께 여행을 가 볼까 해요...
저는 출장이네 세미나네 하면서 버스타듯이 비행기를 타고 다녔지만,
신혼 여행 이후로 한번도 같이 타본적 없는 비행기를.. 아내에게 태워 줄 생각 입니다...
주머니에 오백원짜리 동전이 생기면 항상 회사 락커에 모아 두었는데..
오랜 시간을 모우다 보니.. 벌써 1천개가 다 되었지요... 오백원 짜리 동전에 그려진 학이 2천마리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자랑하고픈 제 아내와... 단 둘이 비행기 타고.. 어디든.. 그녀가 원하는 곳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첫댓글 마음이 따뜻해지는 젊은날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지금도 처음처럼 지내려는 님 항상 밝고 건강한 가정꾸리시길 바람니다.
정말 아름다운 분을 아내로 맞으셨네요. 닭살이 조금 솟긴 했어도 ㅎㅎ 용서하겠습니다. 좋은 여행 가시려면 준비도 잘 하셔야지요. 행복하세요... PS. 3군 사령관 따까리(?)로 제대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근무 연도수가 맞으려나?
단슴에 읽어 내려 갔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입니다...행복한 가정꾸려나가시길...행복한 하루 되세요^^
^^ 예쁘네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정말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눈물을 찔끔 할 뻔 했습니다. 울 와이프도 좀 봤으면 좋겠네요.^^ㅎㅎㅎㅎ
소설속의 사랑이야기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부럽습니다. 사랑이란 말 하나에는 모든게 녹아 있지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행복하세요.
연속극'소문난 칠공주"보다 더 재미있습니다.아내에 대한 그 깊숙한 사랑과 존경에 찬사를 보냅니다.마음이 이리 따뜻해 옵니다.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내내 행복하세요.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같습니다...........
이글 보니 저의 군대 생활이 떠오릅니다. 면회, 편지, 그리고 외박.....그립습니다. 행복한 여행되시기를....
글을 읽다보니 예전의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예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의 멋진 로맨틱한 사랑이 영원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여인은 악기라고도 하지요.부드럽고 섬세한 정성을 다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함부로 다루면 반대의 소리를 낸다 하지요. 훌륭한 남편이시니 아름다운 아내로 ,아름다운 부부로 해로하시는거겠지요.님의 아름다운 처신이 돋 보이는 좋은 글이네요. 님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져집니다.... 긴글을 긴글인줄 모르게하는 글이네요... 두분 더욱더 행복하세요,,,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저도 10년이 지난 군생활이 그려지네요 쉽지않은 인연인데 생이 끝나는 날까지 행복하세요. 여군 하사관 참 멋집니다. 사모님도 이쁜 사랑 이어 가세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깁니다..저도 군대 생각이 나네요..제 주특기가 영타(영어 타자)인데..여군 훈련소에서 여군 하사후보생들과 13주 교육을 받았는데..옛날 생각납니다..여군들과 식사도 같이 하고..주말엔 오락도 같이 하고..여군 창설일엔 여군 단장이하 훈련소장..여군 기간병 훈련병들앞에서 사회도 보고...즐거웠었습니다..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신랑이 읽어보라고 해서 읽어본 글인데 저 또한 마음이 찡해 오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의 와이프를 두신건 님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통해 두분의 모습이 연초록빛으로 그려집니다. 님의 와이프가 이 글을 보면 그 어떤 선물보다 흐믓해할거라 생각합니다. 두분 넘 보기 좋습니다. 오래 오래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
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였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보세요 제가 한 번 봐 드리지요^^ 행복하세요!!!
영원한사랑....백년회로 하시길.....집사람도 보라고 할게요...
아름답습니다 영원히 길이길이 키워 나가세요~~~~~~~~~~~~~~
소설보다 더 재밋는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계속 이어지시길 기원 합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마음 따뜻하고 아름다우신 아내도, 그런 아내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감사해하는 님도...두 분 모두 아름다운 한 쌍이시네요..앞으로도 사랑 넘치는, 행복한 가정 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너무 멋지세요..^^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정말 이렇게 사시는 분도 계시군요.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도록 사랑 지켜가시기 바랍니다.
정말아름답습니다.....저두오백원짜리동전모아야겠습니다....^^행복하세요^^
청생 년분,,이 어디 님과비길이요,,두분 행복,하게 오래오래,사랑,의 진급을 위하여,,,스타가 되는 그날가지 영원하시길,,
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날까요? 행복하세요~~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라보네요 열매또항 잘맺어서 행복하세요.
그나마 저는 다행이었네요....저는 집은 인천...직장은 서울...사랑하는 이는 안양에....^^;;....결혼 8년차인데 저희도 잘 살고 있습니다....지금도 행복하시겠지만 앞으로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축복스런 삶과 사랑을 하시네요, 더욱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