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과 쉼터 제공, 고아들도 돌봐
지난 6월 화재로 2층 주택 잃어…복구비 마련 못해
서울역과 을지로 입구 행려인들에게 무료 급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요한의 집'과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위한 가정공동체 '요한의 집'을 함께 운영하는 김봉현(사도요한, 76) 회장은 요즘 가슴이 미어져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무료급식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900~1000인분 식사를 준비하고, 행려인들이 하룻밤 고단한 몸을 쉬어갈 쉼터를 제공하며 자활의 희망을 꿈꾸게 하던 '요한의 집'이 갑작스런 화재로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에 불이 난 것은 지난 6월 4일 오후. 원인 모를 화재는 월세 100만 원에 세 들어 사는 2층짜리 주택을 뼈대만 남기고 모두 태워 예수성심상과 성모상 등 성물밖에 건지지 못했다.
"의지할 곳 없는 행려인들이 와서 목욕과 빨래도 하고, 며칠씩 쉬어가기도 했는데…."
말을 하던 김씨는 못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화마(火魔)가 쓸고 간 자리가 너무나 처참해 김씨는 망연자실했지만 화재가 난 그날도 어김없이 밥과 국을 준비해 서울역에 배식하러 나갔다. 당장 무료급식을 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끼니를 굶어야 하는 행려인들을 마냥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의 집'은 불타버린 집 마당에 천막을 치고 무료 급식 준비를 하면서 하루 빨리 불탄 집을 원상복구하려 애쓰고 있지만 최소한의 복구비용도 마련할 길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평(3.3㎡) 값에 불과하지만 겨우 몇십 명의 후원회원들 도움으로 14명 아이들의 생계를 꾸리는 것도 힘겨운 형편이라 화재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7년째 이어 온 무료 급식을 쉴 수도 없는 일이다.
김씨는 IMF 외환위기 이전인 1991년부터 이미 서울역 지하도에서 부인(박처성 마르가리타, 2006년 선종)과 함께 행려인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무료급식을 찾는 행려인들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바람에 '한마음 나눔의 공동체'ㆍ'사랑의 나눔회'와 일을 나눴지만 그전에는 주 5회 무료급식을 했다.
1985년 문을 연 청소년 복지시설 '요한의 집'을 운영하는 것만 해도 힘에 부쳤다. 당장 밥을 지을 쌀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사랑의 밥'을 지어 행려인들에게 퍼주는 일을 이어 왔다.
김씨는 "너무 엄청난 일을 당해 처음에는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문경수(가타리나) 차장은 "갑작스런 화재나 수해 등 긴급재해가 발생하면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소규모 사회복지시설들은 더 큰 시련을 겪는다"며 "신자들의 사랑과 긴급구호의 손길이 이들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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