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50층 ‘스카이팜’에서 노희영 YG푸즈 대표를 인터뷰했다. 노 대표가 진두지휘해 만든 곳이다. 한식 뷔페와 고급 한식당, 파티·웨딩공간, 브런치 레스토랑이 합쳐져 있는 공간이다. [사진 김현동 기자]
‘대기업 오너의 문고리 권력에 불과하다’, ‘실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노희영(53) YG푸즈 대표(전 CJ제일제당 부사장)는 그가 머문 회사마다 많은 화제성 뉴스를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노 대표에 대한 평가도 이처럼 다양하다.
그가 외식업계에 족적을 남긴 건 분명하다. 일본·중국 관광객이 한국 기념품으로 몇 상자씩 사가는 오리온 ‘마켓오’ 과자도, 대기업 한식 뷔페 시장을 연 CJ 계절밥상도 그의 손을 거쳤다. 급식업체인 아워홈이 인천국제공항 푸드코트인 ‘푸드엠파이어’를 안착시키는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도 안다. 지난 3일 노 대표는 그가 컨설팅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더스카이팜’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나에 대한 루머를 잘 알고 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조직을 와해시킨다 ▶100억원대 탈세를 했다 ▶오너 힘만 믿고 타 임원을 무시한다 등이 그가 들었다는 루머다.
노 대표는 “나를 비판하는 대기업 임원들은 직장인 타성에 빠진 것”이라며 “다른 임원들도 모두 나처럼 오너에 충성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 내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 질의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 응답 :“외식 상품기획자(MD) 겸 브랜드 컨설턴트다. 비비고·계절밥상·마켓오 등의 론칭을 맡았다. 요즘 히트상품인 ‘비비고 왕교자’ 만두도 내가 CJ제일제당 부사장일 때 만든 제품이다. 미국 뉴욕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1989년 단추 디자이너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용수·지춘희 등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돈도 원없이 벌었다. 그때부터 부업으로 청담동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했다.”
- 질의 : 요리는 어디서 배웠나.
- 응답 :“독학했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보고 맛집을 다니면서 연구했다. 음식을 먹어보면 요리하는 과정이 상상된다.”
- 질의 :오너 셰프(직접 요리하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가 아니라 한계가 있겠다.
- 응답 :“내가 마켓오을 열었던 때부터 오리온·CJ·아워홈·YG푸즈까지 10년 이상 함께 일해온 ‘노희영 전속 셰프’가 5명 있다. 이들과 한 팀으로 오너 셰프 같은 역할을 한다.”
- 질의 :YG푸즈는 어떻게 하게 됐나.
- 응답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려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이제 나랑 사업해’ 하고 전화했다. 고마웠다. YG의 콘텐트와 식음료를 결합한 ‘YG리퍼블릭’도 올해 태국·미국·중국에 진출한다.”
- 질의 :오리온·CJ·아워홈 등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결재라인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많다.
- 응답 :“맞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다. 나는 조직을 모르고, 월급쟁이 심리를 모른다. 이게 양날의 검이 됐다. 그래서 이런 일(브랜드 컨설팅)을 할 수 있었고, 민폐가 되기도 했다. 나는 용병이었다. 내게 일을 맡긴 기업 오너들도 내가 조직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랬다. 내 보스들이 날 잘 키워줬고, 나도 잘 보답했다.”
- 질의 :아워홈 구지은 부사장이 노 대표를 영입했다가 부친과 불화를 겪고 보직 해임됐었다는 소문도 있다.
- 응답 :“구 부사장은 친한 동생이다. 구 부사장이 ‘인천공항에 푸드코트를 내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컨설팅 했다. 구 부사장이 보직 해임된 뒤 그런 소문이 돌았지만 끝까지 사업을 진행했다. 푸드엠파이어는 좋은 실적을 거뒀고, 구 부사장은 복귀했다. 일개 컨설턴트가 조직을 와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 질의 :탈세 논란 때문에 CJ에서 하차했는데.
- 응답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했다. 48억원대 유령장부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벌금 3000만원을 냈다. 물론 잘못했다.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몰랐다. 나는 돈 관리를 못하고 내가 돈이 얼마 있는지도 잘 모른다. 술도 안 마시고, 골프도 안 치고, 회식도 안 한다.”
- 질의 :외식 사업의 원칙이 있나.
- 응답 :“3가지다. ▶소비자의 눈·입·귀를 생각한다 ▶맛만큼이나 가성비도 중요하다 ▶브랜드가 힘이다. 가성비가 먼저고, 그 다음이 브랜드다.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명제 없이 ‘맛있다’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왕족처럼 재료비의 한계 없이 요리하면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식당을 낼 때는 화두를 생각하고 스토리를 구성한 다음에 시각화한다.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하는 이 식당은 전경련회관 51층에 농사가 연상되는 잔디밭이 있었다. ‘농사+하늘’에 경제를 이끄는 ‘현대판 사대부’ 전경련을 결합해 ‘더스카이팜’을 브랜드로, 한식당은 ‘사대부집 곳간’으로 정했다.”
- 질의 :아쉬웠던 브랜드는 없나.
- 응답 :“뚜레쥬르다. 내가 맡았을 땐 파리바게뜨와 엇비슷했었다. ‘빵집다운 빵집’으로 키워보려 했는데 탈세 문제가 터져 하차했다. 지금은 파리바게뜨가 독보적인 1등으로 성장해 배 아프고 또 아쉽다.”
글=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노희영 = YG푸즈 대표겸 개인회사 히노컨설팅 대표, PYN(여의도 전경련회관 더스카이팜 운영회사)의 최고마케팅경영자(CMO). CJ 올리브TV의 서바이벌 요리사 선발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독설 심사위원으로도 유명하다. 오는 3월 방영 예정인 시즌4에선 하차했다. 고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액세서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유학 중에 당시 하버드대생이었던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오리온 부사장, CJ그룹 마케팅 전략 고문 등을 맡아 마켓오·비비고·계절밥상·CGV·올리브TV를 비롯한 브랜드 컨설팅을 했다. 한식세계화 자문위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