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김신부]

20250221 연중 제6주간 금요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34-9.1
그때에 34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35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36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37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38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9,1 예수님께서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느 시인의 시집 서두의 말처럼, "숯이 '내가 숯이다' 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숯이 '내가 다이아몬드다' 우기는 건 매우 곤란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곤란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맹랑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박준영 <장안에서 꿈을 꾸다>)
게다가 진짜 다이아몬드, 소중한 것은 가짜로 무시당하는 무지와 탐욕이 판치는 어리석고 안타까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예수님을 알고, 이해하고,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공감과 연대와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인생을 걷는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의 삶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시인 윤동주는 시 <십자가>에서 이 믿음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다행히도 참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바로 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만도 큰 행복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길을 걸으며, 동반하며, 주님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인생 순례길에 초대받은 당신.

오늘도 아침 일찍 밥집 봉사로 '기도하며 봉사하는' 아름다운 순례를 시작합니다. 어제 길에 이어, 송지호 철새 관망 타워에서 순례길을 시작합니다. 먼저 철새들과 함께 아름다운 송지호 둘레길을 걸으며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바칩니다. 그리고 오호리 어촌마을, 봉수대 해변, 삼포 해변, 자작도 해변, 백도 해변, 문암리 해변을 거쳐 오늘은 교암 공소가 있는 교암리 어촌마을까지 걷습니다. 예쁘게 꾸며진 공소에서 저녁기도와 삼종기도를 바치며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인생을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가, 주님께서 주신 사랑! 이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