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기 나름이지
어느 날 통도사 극락암(極樂庵)에 찾아온 신도가 경봉 스님께 물었습니다.
“큰 스님, 우리 중생들은 자나 깨나 그놈의 돈 때문에 울고 웃으며 한평생을 돈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큰 스님께선 이 돈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마, 나는 돈을 관세음보살로도 보고, 마구니로도 보고 그렇지.”
“돈이 관세음보살님도 되고, 마구니도 된다고요?”
“그렇지. 병든 사람에게 약을 사 먹이거나 주린 사람에게 양식을 사다 주는 그런 돈은 바로 관세음보살님이시지.
그러나 술 마시고 음행하고 호화방탕, 도박하는 데 펑펑 쓰며 날 새는 줄 모르고,
돈에 눈이 멀어 서로 삿대질하는 그런 돈은 바로 마구니란 말일세.”
“아- 예… 그래서 관세음보살님도 되고, 마구니도 된다는 말씀이네요.”
“한마디로 말해서 돈을 잘 쓰면 관세음보살님이요, 못 쓰면 마구니 인 게야.”
스님은 옛날 어느 선비가 지었다는 ‘돈타령’을 신도들에게 들려주었다.
“돈이란 무엇이던고? 천하를 주유(周遊)해도 어디든 환영이네.
나라와 집안을 일으키는 데 그 힘이 막중하고 갔다가 돌아오고,
왔다가도 또 나가며 산 것을 죽이고, 죽은 것도 살리네.
구차히 구하려면 장사 힘으로도 안 되고 잘만 쓰면 무지렁이도 명사(名士)가 되네.
부자는 잃을까 겁내고, 가난뱅이는 얻기가 소원이니 이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발이 되었던고?”
“아이고 마 스님, 참말로 그럴듯하네요.”
“그러니 너희들은 항상 돈을 관세음보살님으로 알고 좋은 일에 잘 쓰고 살아야 하는 게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이와 같이 경봉 스님의 법문은 알아듣기 쉽고 깔 밤같이 재미가 있었다.
귀에 쏙쏙 들어오니 일반 불자들에게 경봉 스님의 법문은 대인기였다.
- 경봉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