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소원을 빌다.
언제부터인가 월급이 각자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면서부터 우리 부부는 각자의 월급을 관리한다.
내 월급은 주로 집안 살림과 아이들 용돈으로 쓰이고 남편은 아이들 등록금등을 담담하여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남편의 씀씀이 너무 커져서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월에 뉴질랜드로 직원여행을 다녀오면서 알파카 카펫을 340만 원정도 들여 사오더니 월드컵을 앞두고는 280만 원을 들여 텔레비전을 샀다. 그 동안 두 가지 물건 값을 갚느라 고생을 하더니 러닝셔츠, 팬티, 와이셔츠도 한꺼번에 12장 씩 사버린다. 물론 나와 떨어져 있어서 세탁을 하기 어려우니 그런 것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현재 사용 가능한 것이 얼마 정도 있는지 물어 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사 버린다. 그리고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 상환을 하느라 힘들다고 한다.
추석 날 밤.
남편이 우리 아파트 위로 달이 두둥실 떴다며 나에게 소원을 빌라고 한다.
“내 소원은 당신이 나에게 월급을 가져다주는 것이야.”
“내 월급 당신한테 다 주었는데 무슨 소리야? 당신 그렇게 말하면 다시 회수할 거야!”
“뭘 다 가져다 줘? 그리고 뭘 회수해?”
“점심때 작은 형님 집에서도 월급 안 가져다준다고 광고하더니? 또 그러네. 나도 힘들어. 알파카 값, 텔레비전 값, 그리고 애들 등록금 상환등으로 나도 마이너스야. 상품권 3개 주었잖아? 그것도 다 회수할 거니 알아서 해?”
남편의 말에 그것마저 회수당할 까봐 입을 다물었다.
큰 아이가 내년 5월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니 결혼 비용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나의 친한 친구의 남편은 자기 용돈 얼마를 남기고 나머지는 친구에게 주어서 1년이면 3천만 원이 넘게 저축을 한다는데 난 항상 마이너스 통장이다. 그러니 요즘 돈타령이 입에서 자꾸 나온다.
큰 아이 살집도 마련해 주어야하고 패물도 해주어야 하는데 저축해 둔 돈이 없다.
남편의 말에 입을 다물고 목욕을 하러갔다.
목욕을 하면서 생각한다.
무슨 소원이 있을까?
난 매일 조석 심고를 올릴 때에 세계 평화, 이 나라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평화로운 남북통일, 원불교 대도 정법으로 전 세계 인류가 마음의 안전과 평화를 얻고 하나뿐인 지구가 불토 낙원이 되고 대한민국이 도덕의 부모국, 정신의 지도국이 되기를 기원하고 다음으로 부모님의 건강 기원, 우리 가족과 형제자매, 원불교 출가 재가 교도와 교역자 가족, 여러 인연들을 위한 심고를 올린다.
남편은 교장 승진을 앞에 두고 있다. 교감에서 교장 승진하는 일이 쉽다고 하지만 교육청 장학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친구 한명도 교감이 된지 오래인데 아직도 교장 승진을 못하고 있다.
남편의 학교는 신설학교이면서 특수 목적 고교이어서 일도 많고 말도 많은 학교로 남편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승진 서열에 들지 못하였다. 남편은 내년 승진 서열에 들지 못하면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 한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와 앞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달님을 향해 심고를 드린다.
은혜로운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의 가족 모두에게 크신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와 늙으신 친정 부모님 정춘숙, 백성순, 윤삼신교도에게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앓아누워 고생하는 일 없게 하옵시고,
지아비 이명호교도는 신설학교이자 특수 목적 고교인 전북외국어 고등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학생들 실력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사오니 그에게 크신 사랑과 은혜를 내리시어 내년 교장 승진 서열에 꼭 들게 하옵시고,
큰 아들 용완이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게 하시고 내년 하반기에 실시되는 전북 중등 수학교사 임용 고시에 꼭 합격하게 하시어 경제적 자력을 얻게 하옵시고,
딸아이 예은이와 막내 용귀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사오니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여서 꼭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저 백선관과 며느리감 이세희에게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게 하옵시고,
세희네 가족들 모두도 늘 건강하게 하옵시고 하시는 일이 원만 성취하게 하시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 주옵시고 원불교 대도 정법에 귀의하여 늘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게 하여 주옵소서. 일심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침에 남편에게 어젯밤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고 하며 그 내용을 말해 주니 딸아이가 대학원에 진학하려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아빠가 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니 말도 안돼!'
라고 하려다가 그냥 멈추었다.
엄마인 나와 더 자주 전화를 하니 아빠가 모를 수도 있겠지.
첫댓글 남푠의 월급이 다오는 것이나 같다는 생각이 드나요?... 다쪄 본다면 그럴수도 있는데요 /// '아빠가 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니 말도 안돼!'라는 말을 멈추었네요 .. 그러니 모를수도 있음이 인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