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대장이 지도보고 생각없이 슥 한줄로 그었을 것 같은 닐리리 산행. 가파르게 오르고 잡목 헤치고 뚝 떨어지는 오지산행이 아니라 대간 길 처럼 쭉 쭉 뻗은 고속도로 산행이었다.
금요일 오후 12시 조금 넘어 동서울에 도착한다. 잠을 설쳐 먼저 나왔다는 해피님과 원더님의 감기로 짝을 버리고 홀로 나오신 다올님과 조우한다. 해피님은 이번주에 설악산을 포함하여 산에서 4일을 보낸다고 으쓱한다. 빌려드린 리엑터 및 코펠을 돌려 받는데 헉~~ 가스통이 너무 가볍다. 경험상 이 양으로는 라면 2개 겨우 끓일 것이다. 그리고 날씨가 차가우면 그마저도 불가능하고. 대간거사님과 무불의 핀잔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무적 뺀질 해피님은 뒷다리 아래 쪽에 눕는다. 산청으로 가는 길에 몇군데 휴게소에서도 가스는 살 수 없었으나, 산행출발 전 두메님이 차에서 겨우 찾아 얼마남지 않은 가스라도 쓰라고 건네 주신다. 이 가스는 산행 중에 대간거사님의 방구가스로 그 소중한 임무를 하게된다.
들머리 도착 후 맨 뒷자리 특성으로 남들보다 늦게 채비를 하는 이유에다, 두메님께서 주는 가스를 건네 받는 등, 조금 여유를 부렸더니, 다들 사라지고 없다. 매정한 팀 문화는 예전 보다 많이 개선이 되었으나, 여전히 기다림에는 아직 인색하다. 앞에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렌턴 불빛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발걸음질 한다. 대간거사님이 급히 뒤돌아 오신다. ㅋㅋ 휴대폰을 두고 온 것이라.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제서야 내 걸음도 여유를 가진다. 이분 없이 누가 오지를 진행하랴.
능선까지는 가파르리고 하고 슬랩구간도 있어, 조심 조심 올라간다.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 부상과 오른쪽 발 족하수증으로, 원하는 만큼 몸을 가눌수가 없는 나는 더욱 더 조심한다. 오전 6시 즈음 능선에 도착하니, 하늘은 오늘의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들 서둘러 더 높은 능선으로 달음질 한다.
이검이 고개 부터 1 황매산 까지는 거의 직선 고속도로 구간이다. 왼쪽은 왼쪽대로 시야가 뻥 뚫리고, 오른쪽은 오른쪽 대로 시야가 뻥 뚫린다. 올해 들어서 가장 좋은 조망들을 마음껏 즐긴다. 내 목은 계속 왼쪽, 오른쪽, 뒤쪽을 반복한다. 모두들 감탄하고 또 즐거워한다. 오늘 산행은 이 황매산 구간이 최고였다. 빠알간 해돋이에 짙푸른 하늘 그리고 신비스렇게 하얀 운해, 그리고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들이 보여주는 황홀한 색들이 압권이다.
황매산 부터 제 2 황매산 까지는 편안한 능성길로 이어져 있다. 한달만에 나온 자연님과 피곤에 쩔은 나는 어떻게든 탈출을 해 보려 눈치를 보다, 번번히 대간거사님의 독려에 좌절한다. 709 봉 부터는 하산시간을 고려하여 임도로, 월여산입구까지 이동한다. 결국 후회한다. 월여산 구간 부터 하산 지점까는 계속 오르만 내리막을 반복하는 구간이라, 체력과 오른 발이 자꾸 떨어져 힘들었다.
방금 전 다올님이 보내주신 기록을 보니 정확히 19.4Km 를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즐긴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산청읍으로 와 목욕하고, 흑돼지에 왁자지껄 저녁같이한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떴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 오늘은 오지팀들과 20Km를 아름다운 가을에 함께 걸었다. 난 이렇게 오늘을 살았다. 잘했다. ㅎㅎ
첫댓글 하늘비 님의 사진 솜씨는 일찍이 예사롭지 않다고 알아보았습니다.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황매산입니다.
하늘비 님의 사진을 보면.
환상적입니다.^^
사람도 좋고 날씨도 좋고 코스도 좋고 부럽습니다. 설악산 가는 인원이 적어서 취소될줄 알고 가려고 했는데요 ㅠㅠ
황매산 일출과 조망이 대단하네요. 오랜만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역시 황매산입니다 . 단풍도 절정이고 깨끗한 날씨에 일출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