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감성이 뛰어난 영화를 한편 봤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란 제목처럼 상당히 감성적인 영화였다
영화 속에 흐르는 대사 한마디가 절제된 감정으로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상투적인 멜로물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언뜻 한국영화 “동감”과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복합한 영화로도 보였다.
영화는 과거와 현실이란 복선의 구조로 진행된다.
리츠코는 이삿짐을 챙기는 중 오래된 카세트를 발견한다. 약혼자인 사쿠타로에게 짧은 편지를 한 장 남겨 두고, 15년전 전해주지 못한 오래된 카세트 테잎의 주인을 찾기 위해 큐우수우의 시코쿠로 향한 리츠코의 여정으로부터 영화는 출발한다.
거기는 리츠코의 고향이기도 하고 약혼자 ‘사쿠타로’와 사쿠타로의 첫애인이었던 ‘아키’의 애절한 사랑의 추억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태풍 뉴스 소식을 접하던 사쿠타로는 TV화면 속에 비쳐진 리츠코의 모습과 가고시마시의 전경속에서 발견한 ‘리츠코’를 찾으러 간다. 그러나 거기에는 고향집이 있고 첫사랑의 잔상이 남겨져 있었다, 복잡하고 미묘하며, 애절했던 15년 전의 첫사랑의 추억을 찾는 여정이 그렇게 시작된다. 그 중심에는 리츠코가 있었다.
영화의 출발 선상에서 난 “동감”과 “러브레터”의 혼돈에서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이 세편의 영화를 이끌고 있는 카테고리는 연인의 삼각관계와 과거와 현재란 시간의 복선 구조, 그리고 애절했던 연애란 감정에 하나의 카테고리를 잇는 인물들은 영화의 소재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세상의 중심에서...”와 “러브레터”는 영화의 배경과 과거에서 교정을 찾아가 이야기 서술과 해답을 찾아내는 진행은 상당한 유사성을 지녔다.
또한 이 두편의 영화의 촬영감독이 ‘시노다-노부루’란 점이 참 동시대적 영화 감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와바다-야스나리작가의 작품 속에 베어있는 순애보적인 일본적 감성과 절제된 감정과도 일치하는 이 두 편의 일본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일본인들의 감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동급생인 ‘사쿠타로’는 얼굴도 예쁘고 우등생에 스포츠까지 만능이자 모든 남학생의 우상이었던 ‘아키’를 동경하게 된다. ‘아끼’는 모든 행동에 천진난만한 ‘사쿠타로’의 모습에 연인으로서의 첫사랑의 감정을 지닌다.
소심했던 ‘사쿠타로’에 비교해 상당한 자신감과 활달한 성격을 지닌 ‘아키’는 하교 길에 마주친 ‘사쿠타로’의 스쿠터에 대뜸 올라탄다. 깜작 놀란 사쿠타로는 아키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마음속으로 그녀를 받아들인다.
15년전 당시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품목이었던 워크맨은 두 연인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고 라디오 심야프로에서 주어지는 이 상품을 쟁취하기 위해 두사람은 의기 투합한다.
사쿠타로는 워크맨을 타기위해 심양방송 응모엽서에 거짓된 사연을 올리게 된다.
그 대상의 모델은 ‘아키’였고 ‘아키’는 자신을 백혈병환자로 몰아간 ‘사쿠타로’의 무책임한 라디오 사연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지만, ‘사쿠타로’의 진심어린 사과에 더욱 연인으로서 감정을 키워나간다. 이들을 엮어주는 키워드는 편지도 아니고 전화도 아닌 당시의 최고의 패션상품인 미니카세트를 통해 음성편지를 주고받으며 순수한 사랑을 키워 나간다.
15년전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서 ‘사쿠타로’는 현재 약혼녀인 ‘리츠코’보다 점점 ‘아키’의 잔영에 빠져들어 간다. 산사람 보다 죽은 사람의 잔영에 빠진 ‘사쿠타로’는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의 과거의 잔영 속에서 기약할 수 없는 첫사랑을 찾아 헤멘다. 그 중심에 리츠코가 있었다.
1986년 여름방학의 끝 무리를 아쉬워하던 두 연인은 시코쿠마을 앞에 찬연히 자리 잡은 무인도로 둘만의 오붓한 여행을 한다. 무인도에서 그들은 오래된 필름의 하나를 줍고 이 속에 담겨진 배경에 많은 관심과 호기심 속에 그들의 간절하고 애틋한 연인의 감정을 쌓아간다. 돌아오던 날 급작스럽게 빈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아키’ 그녀는. 전에 ‘사쿠타로’가 거짓으로 사연을 썼던 내용과 같이 백혈병을 얻게 된다.
‘사쿠타로’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처럼 ‘아키’의 비극이 진행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가슴으로 절규하지만. ‘아키’는 전처럼 ‘사쿠타로’를 맑은 웃음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런 그녀를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는 ‘사쿠타로’는 큰 슬픔에 빠진다
애절한 이 둘 사이에 사랑의 메신저로 나타난 것이 소학교시절의 리츠코였다.
‘사쿠타로’와 ‘리츠코’는 성년이 되어서 약혼자로 발전하지만. 그 애틋한 유년시절의 주인공이란 점을 ‘아키’의 흔적을 찾아 헤멨던 두사람은 여정 속에서 발견한다.
실험실과 체육관에서 ‘아키’의 흔적에 사로잡힌 ‘사쿠타로’, 그는 가슴과 머리로만 느끼는 ‘아키’의 흔적에 취한다. ‘아키’의 피아노의 연주 흔적에 사로잡힌 그는 20년 만에 ‘아키’의 환영과 조우를 한다. 무대위의 애절한 모습으로 서있는 ‘사쿠타로’의 모습을 보고 15년전 음성편지의 주인공이 ‘사쿠타로’라고 확인한 ‘리츠코’는 ‘아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약혼자에 가지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발버둥친다.
병세가 점점 악화되는 ‘아키’를 위해 ‘사쿠타로’는 무인도에서 우연찮게 주은 필름 속에 담겨진 호주의 울루루(에어즈 락)에 그녀를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여권사진을 찍으려 단골 사진관에 들린 두 연인은 현재의 모습과 추억을 담으려 웨딩사진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은 지난 여름에 ‘아키’가 말한 독백처럼 “사람이 죽으면 사랑도 사라질까...”란 의미가 처연히 사진관 정면에 자리잡은 두 연인의 모습과 매칭된다.
이 사진을 바라보는 ‘리츠코’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며, ‘아카’의 사랑을 뺏었다는 죄책감에 절망하며. 복잡한 심정을 ‘사쿠타로’에게 전화로 전한다.
‘사쿠타로’는 ‘아키’가 늘 꿈꾸어 오던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는 호주의 울루루(에어즈 락)에 그녀를 데려가기로 마음먹고 병원을 몰래 빠져 나오지만, 태풍 29호에 발이 묶여 비행기를 타지 못한 채 ‘아키’는 공항 로비에서 쓰러지고 만다.
‘아키’는 쓰러져가는 절망 속에서 서로의 생일을 확인하고 5일 빠른 자신의 생일을 ‘사쿠타로’에 각인시키며 “네가 세상에 태어난 후 내가 없었던 적은 1초도 없었어”다란 말을 남기고 너무 사랑했기에 사랑을 간직하고 싶기에 놓치고 싶지않을 미래가 있기에 ‘아키’가 ‘사쿠타로’에게 던졌던 간절한 대사였다.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어 안정을 취하게 된, 두 연인은 혼인신고서를 들고 죽어서도 변함없을 둘만의 사랑을 눈으로 읽는다. 생일날 ‘사쿠타로’에게 보낼 카세트 테잎에 보낼 음성편지가 마지막이란 예감을 안은 ‘아키’는 힘겹게 메시지를 테잎에 담는다.
태풍29호가 매섭게 쏟아 붙던 그날 ‘리츠코’는 ‘아키'의 테잎을 가지고 가던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다리 하나를 절개되는 장애인이 된다. 그래도 ‘아카’의 테잎을 놓치않으려고 발버둥치던 그 어린소녀의 절규는 20여년이 지나 ‘아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선다.
15년만에 만난 그 테잎의 주인공이 자신의 약혼자인 ‘사쿠타로’였다.
리츠코를 찾으러 떠났지만 어느덧 자신의 추억 속에 빠져들어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아키’를 만난 성인‘사쿠타로’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쫓고 있던 ‘리츠코’ 마침내 두 사람은 추억 저편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 속에서 오래전 전달되지 못했던 ‘아키’의 마지막 음성편지가 15년만에 ‘사쿠타로’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사쿠타로’와 ‘아키’가 함께 못다한 여정을 ‘리츠코’가 대신하여 15년간의 기나길었고 애절했던 산자와 죽은자의 여정의 끝을 맺어준다
난 영화를 감상하면서 영화의 멜로적 요소 보다는 개인적으로 20년전의 나의 일상과 추억을 찾아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지금까지 꿈을 간직했던 영화를 보아 왔다면, 이 영화는 내 인생의 기로에서 작은 쉼표를 찍어주는 영화 같았다. 근래 내게 feel이 다가왔던, 정말 몇 안되는 영화를 접하게 되어서 기뻤다는 표현이 맞을까. 한번 책을 사서 이 영화의 깊이를 한번 더 음미해 볼 생각이다.
끝으로 이영화가 가지는 카테고리와 영화적 기법에 비평해 보겠다.
그레이톤의 전체적인 화면구성은 멜로영화란 일반적 양식의 톤과 상당히 비견되는 색조였다. 영화 서사구조가 현대와 과거의 복선 구조에서 오는 플래쉬백이 주류란 점이 있었더라도 그레이톤으로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원작에서는 30대의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키다-이사오’감독은 영화 장르에서는 보다 독창적인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생각되어진다.
감독의 부산영화제에서 나오는 인터뷰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 영화에서 30대 주인공들이 등장한 이유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봤을때 순수한 소년, 소녀, 그 순수했던 시절의 그리움이랄지 노스탤지어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선 내가 가졌던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30대 주인공을 설정했다.
단순하고 그리움에 대한 노스탤지어만으로 영화를 표현하기에 감독이 아쉬움이 컸을까?
단순한 시대적 나열에 대한 구성보다는 현실에서 과거를 되돌이켜 보는 현대인의 심성을 다루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멜로드라마가 가지는 수채화적인 색조의 화면 속에 보여지는 로망스는 명료하다. 그러나 “세상의 중심에서...” 현재에서 과거를 지켜보는 관조적인 우리의 시각과 죽음으로 치닫는 결말의 설정 속에서 영화를 수채화로 엮어나가기가 무거웠나 생각도 해 본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찌되었건 원작이 유명하면 감독이 영상화하기가 난망해진다. 소설은 보이지 않는 상상
속에 현실이라면, 영화는 원작을 근간으로 하는 현실 속에서 관객들과 싸워나가고 이해시켜야 하는 현실주의란 점에 문예영화(한국영화는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그 이전에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문예영화로 말한다.)의 한계점에서 감독들은 고민할 것이다. 현실과 과거의 복선 구조 속에서 플래쉬백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란 점에서 이 영화는 원작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스크린에 그레이톤의 색조를 가졌던 것이 감독의 선택이 아니었을지 유추해 본다.
다만 나의 비약적인 상상이 아닌가하는 의심에서부터 출발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범주는 태생성 한계를 지니고 있다. 원작의 유명도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적 연출 이상의 제한된 시공간, 그리고 제한된 스토링의 비약을 시도하려 했지만 전에 공전에 히트를 쳤던 ‘이와이-순지’감독의 “러브레터” 영화적 범주에서 감독은 고민했으리라 본다. 어찌 되었건 감독은 원작과 “러브레터”의 교묘한 타협 속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아내 것 같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인의 내면을 들여보려 하는 대목이 있다.
현재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일본인들의 이성문제가 섹스란 육체적인 교감보다도, 정신적인 감성적 대목이 이렇게 절제된 덕목으로 이루어 졌는지 관심이 생긴다. 유년시절 가와바다-야스나리작가의 “설국”, “첫사랑”, “이즈노 오도리꼬”의 소설을 읽으면서 성에 대한 정체성에 출발하는 절제된 감성의 표현에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가끔 소나기와 비교해 보기도 해 보았다. 일본의 감성적 표현은 어느 순간 우리보다도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영화가 “러브레터”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의 외치다”이다.
이 느낌을 가지고 오늘 “간장선생”을 보려고 한다...
첫댓글 저도 일본소설 즐겨있는데..이책도 읽어야 겠네요. 좋은 감상문 저도 공감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드디어..담주에 뵐 수 있겠네요...
만남 너무 즐거웠구요, 중국 함께할 시간을 기대해 봅니다..철도원 너무 좋았습니다...그림도 나무랄데가 없었죠....반전은....무서워야 할텐데,, 참 신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