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날로 복잡해지는 기업법무의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해 기업법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법무 시리즈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세 분의 건필을 기대합니다.
최근 세계적인 화두가 된 ESG를 법률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① 탄소 및 유해물질 배출 관리,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 노력(Environmental), ② 근로환경 개선, 산업안전, 하도급거래 공정성, 제품 안전성(Social) ③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임원 연봉의 적정성, 소유구조의 건전성, 회계투명성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 전략의 일부로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Governance)
ESG는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 책임 이행과 맞물려 있다. 가령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Black Rock)은 석탄 화력 생산의 비중이 높은 회사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래 국내에서도 명칭에 ESG를 내건 펀드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ESG의 주창자들은 ESG를 충실히 구현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기관투자자가 투자 결정에 ESG 측면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령 유해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이는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ESG가 흔히 ‘지속가능경영’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ESG는 기업에 새로운 법률적 리스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ESG 투자는 그와 관련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근로자 수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환경, 사회, 노동, 인권, 반부패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부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새로운 공시 제도가 큰 기업부터 순차 적용된다. 공시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재무제표에 대한 분식회계와 마찬가지로 불성실공시에 관한 각종 제재는 물론,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환경 사고나 근로자 재해가 발생하여 회사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들이 비재무적 정보의 허위 공시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사례가 이미 여러 건 존재하고 있다.
법률적 리스크가 커지는 이유는 또 있다. 지금까지 시세조종 등 일부 자본시장법 위반행위로 한정되었던 집단소송제도의 대상을 모든 불법행위 영역으로 확대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영업행위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향후 ESG 관련 위법행위는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단골 메뉴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좋든 싫든 ESG는 더 이상 하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ESG 관련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