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6. 목(나무날). 날씨: 가을비가 줄곧 왔다.
[어린이 김장]
어린이 김장 하는 날이다. 일찍 잠이 깨자마자 날씨를 보니 비 소식이 오전으로 당겨졌다. 10시부터 하기로 한 텃밭 일을 9시로 당길 수밖에. 텃밭이 작기도 하고 올해 김장채소 수확량이 적은데다, 학년마다 미리 일을 나눠 놓으니 텃밭 일은 금세 끝냈다. 칼을 써야 하는 6학년이 배추를 뽑고 절이는 일을 맡았고, 1학년은 가장 쉬운 무 뽑는 일, 2학년은 호미 들고 쪽파 뽑기, 3,4학년은 갓을 뽑는다. 5학년은 열리는쪽 텃밭을 맡았다. 3,4학년을 도와 갓을 뽑아 손질하는데 다른 학년은 벌써 끝내고 들어갔다. 10시부터 온다던 비가 더 일찍 내리니 어린이들은 먼저 들어가고, 마무리는 예지선생님과 함께 했다.
어린이농부들이 일하는 걸 보면 언제나 웃음이 난다. 다 뽑고 배추 겉잎이 드러누운 텃밭 풍경이 낮설다. 언제나 그랬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겨울 농사를 시작하지만, 김장채소를 뽑은 뒤 텃밭은 쓸쓸하고 황량하기까지 하다. 더불어 텃밭 농사의 역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농사 교육의 현재를 들여다보게 된다. 문득 텃밭 크기가 줄었을 뿐인데 농사 교육의 수준과 규모가 줄어든 건 아닌지, 텃밭농사 교육에 들이는 정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대안교육 현장에서 맑은샘은 나름 농사교육에 정성을 쏟아왔다. 생태전환교육의 중요한 꼭지이기도 하고, 교과통합으로 연결하는 배움터로 텃밭과 농사 교육은 충분한 몫을 해왔다. 잘 살려가고 있는지 평가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다.
모둠마다 김장채소를 다듬고, 김장 속재료를 손질하느라 부지런한 오후다. 어린이들 틈에서 마늘을 까고, 동하랑 믹서기를 돌렸다. 모둠마다 무, 배, 사과, 양파, 대파, 쪽파, 갓을 채 썰고, 생강과 마늘을 갈고, 찹쌀풀을 쒔다. 6학년은 아침나절 밖에서 배추를 절이고, 밤에는 절임배추를 씻어 물 빼는 일을 하기 위해 학교에서 자는 학교살이를 한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학교에 들어와보니 절임배추를 씩어 물 뺄 채비를 하고 있다. 절임배추의 양이 얼마되지 않아 일이 금세 끝나겠다 싶었는데, 6학년 아버지 네 분이 오셔서 도와주셨단다.
2023. 11. 17. 금(쇠날). 날씨: 흐리다 첫 눈이 날리다 그쳤다.
[어린이 김장]
학교 오자마자 어제 절인 배추 맛을 봤다. 6학년이 학교살이를 하며 잘 절여놓고, 6학년 학부모님들이 씻어서 물 빼놓은 상태다. 사실 김장은 절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달걀이 500원 동전 크기로 떠오르는 소금물을 만들어 배추를 절이는 공부는 6학년이 맡아 맛을 책임지곤 했다. 교사 아침열기 마치고 김장 속재료를 모두 큰 대야에 넣고 속을 만들었다. 밥 선생님이 맛을 잡아주셔서 더 맛있게 됐다. 텃밭 배추 양이 작아 이번에는 절임배추를 따로 더 채비했다. ‘
어린이 농부들이 요리사로 변신하는 날이라 다들 머릿수건을 두르고 앞치마를 입었다. 낮은 학년은 언제나 귀여움을 뽐낸다, 다섯 모둠으로 나뉘어 어린이농부들이 절인 배추와 따로 채비한 절임배추로 버무리기를 하니 금세 끝났다.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김장 버무리는 시간이 짧고, 어린이 농부들이 할 양이 적으니 잠깐 하고 마는 체험에 그치는 거 아니냐는 물음이 있다. 그런데 맑은샘 어린이 김장은 이틀에 걸쳐 하는 주제학습이다. 텃밭에서 김장채소를 뽑고, 다듬어 절이고 속재료 채비하는 게 하루, 버무리고 글쓰기로 정리하며 맛있게 맛보는 날이 반나절이다. 양이 작지만 어느 김장 체험과 같은 잠깐 하고 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다만 농사지을 땅이 줄어들어서도, 거두는 김장채소 양이 줄었더라도 텃밭농사에 쏟는 정성과 텃밭을 교실 교과수업으로 넘나드는 일상의 교육을 점검하는 것은 학교 교육정신과 교육과정을 살찌우기 위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