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없었던 인구 500만의 충청권에, 노태우의 공약에 의해 1997년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섰다.
대개의 지방공항이 그렇듯 정치적 입김이 강력히 작용했기에 잘 될까하는 우려가 많았다.
아직은 군사시설 비중도 높은 편이고 이용객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인천, 김포, 김해, 제주, 광주 등에 이어 흑자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는덴 성공했다.
하지만 불편한 연계교통으로 충청권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커져가자,
청주공항 인근을 지나가는 충북선에 간이역을 하나 만들어 연계교통망을 확충하였다.
2000년 9월 14일. 간단한 공사를 마치고 조용한 개통식을 치뤘다.
하지만 충북선 여객수요가 활성화되지 않은 치명적인 이유 덕분에,
청주공항역은 전 열차가 모두 정차하는 '주요역'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텅 비어있다.
공항 자체는 날로 수요가 늘어만 가는데, 어째서 청주공항역은 수요가 제자리를 걷고 있을까...
청주공항역과 공항이 거리가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충북선이라는 노선 자체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성은 높지만 그 꿈을 펼치기엔 너무나도 힘든 장벽이 많다.
1997년 개업 이래 10여년간 충청권 주민들의 발이 되어온 청주국제공항.
운항중인 항공기도 뜸할 정도로 썰렁하지만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청주공항이 국도와 멀리 떨어져있어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수요가 대부분 흡수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적지만 이상하게시리 주차된 차량들은 많다.
비행기 한 편에 실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엄청난데다
항공여행의 경우 2박3일~4박5일 정도의 여행을 하는 것은 기본이니,
공항 내부의 사람이 적다해서 단순히 수요가 적다고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청주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구 부근에 청주공항역으로 가는 길이 있다.
거리 자체로는 그리 멀진 않다 하더라도 도보로 7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 적잖은 거리다.
공항에서는 역이, 역에서는 공항이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찾아가기도 힘들 뿐더러,
짐을 싣고 가야하는 공항 이용객의 특성상 청주공항역은 애초부터 불리한 입지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윗 사진의 언덕에서 철조망 문을 넘어 S라인의 언덕을 내려가면 청주공항역이 나온다.
명색이 공항과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역인지라 광장까지 갖춰져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역 건물도 없고 대피선도 없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역무원조차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 하지만 전 열차가 모두 서는 주요역.
그래서 열차 승차권은 청주국제공항 안내소에서 발권을 해준다.
하지만 청주공항역의 실질적인 수요는 공항 방문객이 아닌 근처 마을 주민들.
게다가 공항과 거리가 꽤 떨어져 있기에 대매승차권을 끊는 경우가 더 많다.
저 구불구불 휘어지는 도로를 올라가면 저 언덕 위로 드넓은 청주공항이 나오는 것이다.
아까서도 말했다시피 역에서는 공항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연계를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연계망이 썩 잘 되어있지는 않다.
공항을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공항과의 연계역할이 무척 약하기에,
다른 기차역과는 다른 아주 묘하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한쪽으로는 야트막한 언덕이 또 한쪽으로는 드넓은 청주벌판이 펼쳐지고,
쫙 뻗은 시원한 선로와 웅장한 전차선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이 곳.
간이역이지만 간이역이 아닌, 간이역이 아니지만 간이역인 곳이다.
조치원에서 시작한 충북선은 내수역까지 높은 산 하나 보기 힘든 평야지대를 달린다.
미호천과 보강천이 어우러지는 증평 부근부터 금강 합류 지점까지 하천 주변에 드넓은 평야가 형성되어 있는데,
청주공항역은 이런 배후습지 평지대의 한 켠에 있다.
그래서 마치 호남평야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넓고 시원한 풍경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충북선은 이미 일찌감치 복선화가 완료되었다.
그래서 충주, 제천방면으로 가기 위해선 승강장을 건너야한다.
하지만 역무원도 없고 육교나 지하도조차 설치가 되어있지 않아,
아무런 안내 없이 간이건널목을 혼자 건너야한다.
철길을 밟고 지나가는 느낌은 더없이 좋지만,
열차가 무척 자주 다니는 노선이기에 상당히 우려되는 점도 많다.
청주공항역의 전 역은 충북선 3대 주요역 중 하나인 오근장역,
그리고 다음역은 사실상 폐역이 되어버린 내수역.
큰 역과 작은 역을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큰 역인지 작은 역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사실 분위기로만 보면 작은 역이 훨씬 잘 어울리긴 하다.
요금표도 붙여져 있지 않고 시간표도 종이인쇄로 붙여져 있을 정도로 안내가 소홀하지만,
충북선의 모든 여객열차가 빠짐없이 정차한다.
역무원도 없는 역 중 모든 열차가 전부 정차하는 곳은,
경의선과 경원선을 제외하고는 이 곳이 유일하다.
마침 시멘트를 한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빠르게 지나간다.
복선철도지만 마치 교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또 하나처럼 느껴지는...
한적한 여유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모든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지만 열차 하나 정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공항과 맞닿은 역이지만 공항은 전혀 없을 것만 같은 한적한 시골의 풍경.
여러모로 다양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청주공항역 뒷편에 펼쳐진 넓은 평야. 마치 호남평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호천 주변을 따라 길고 좁은 평지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청주공항역이 있는 북청주-내수 주변은 절정을 이룬다.
조치원역을 조금 지나서 나오는 평야도 이 평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좁고 긴 청주벌판은 상당히 여유롭고 안락한 느낌을 안겨준다.
조용하게 달리며 조심스럽게 청주공항역에 안착하는 열차.
모든 열차가 멈춰서는 역이지만 타는 사람은 고작해야 네 명.
청주공항역은 간이역도, 주요역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는 역이다.
청주공항과 제대로 연계되어 수요가 늘어나기를 내심 기대해보지만...
이런 한적한 풍경이 사라지는 것 또한 원하지는 않는다.
간이역 속의 주요역, 주요역 속의 간이역의 묘한 어울림이 언제까지 이어질런지...
첫댓글 처음에 청주공항역 이용할때 안내판도 없어서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몰랐었죠. 그나마 안내판 달은거 보니 낫군요. 청주공항역과 공항간 셔틀버스라도 운영하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지난 겨울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청주공항에 가보았는데 트렁크를 끌고 공항까지 가는 게 만만치는 않더군요.. 공항 바로 앞에 서는 리무진버스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지어놓은 공항이라는 인상밖에는 안드는 군요,,연계되는 교통도 없이 공항을 덩그러니 지어놓다니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청주공항은 공군 기지에 민항기를 취항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군 기지를 교통편 고려하고 짓습니까?
와....정말 정겹다. 마지막 사진 기관사님 표정까지 정말 대박 잘나왔네요!
제 단순한 머리로 [충북선 철길을 청주공항에 최대로 인접하게 이설해서 청주공항역을 개설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