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영양 주사
추석이어서 큰집에 갔다.
시어머님께서 허리가 아프다 하시며 꼼짝도 안하시고 누어만 계신다. 어쩌다가 일어나실 때에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아구구구구! 허리야! 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라고 하신다. 모시고 사는 큰 동서는 어머님이 엄살이 심하다고 하신다. 나는 안다. 나도 예전에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서 출근도 하지 못하고 119를 부른 적도 있었고, 학교 수업 중 허리가 아파서 보건 교사가 119를 불러 병원으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정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팠다. 형님의 말에 아니라고 하면 형님이 서운해 하실 것 같아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다가 딸아이 예은이에게 얘기를 하니
“할머니는 연세(88세)가 많으시니 골다공증이 심하셔서 그런 것이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 치료제와 소염 진통제를 함께 드시게 해야 할 거야. 그리고 큰 엄마도 허리가 많이 꼬부라졌는데 큰 엄마도 골다공증 치료제 드시게 해야 해. 의사 사위는 그런 것도 안 해 주고 뭐하고 있는 거야?”
라고 하며 사촌 형부를 탓하는 말을 한다. 형님이(큰 동서가) 들으면 서운해 할까봐 딸아이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였다.
아침에 남편을 시켜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게 하였다.
점심때 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머니 영양제 주사 맞고 있는데 점심 어떻게 할까? 여기서 시켜 먹을까? 집에 가서 먹고 올까?”
순간 일어나는 마음.
‘밥 잘 잡수시는 분이 영양제 주사는 무슨 영양제 주사야?’
‘골다공증 하고 영양제 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러니까 형님이 어머니보고 엄살이 심하다고 하시지.’
“어머님 식사는 잘 하시는데 무슨 영양 주사야? 골다공증하고 영양제 주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몰라. 어머니가 의사보고 영양제 주사 맞고 싶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지.”
“영양제 주사는 식사를 잘못하시는 분에게 필요한 것인데? 어머님은 허리가 아프셔서 그러지 식사는 잘 하시잖아? 의사에게 영양제 가격 얼마인지 물어 봤어? 그것도 여러 가지 일 텐데?”
“몰라. 안 물어 봤어. 그것 의료 보험 되는 것 아냐?”
“무슨 의료 보험? 입원 환자들 영양제 주사는 따로 사다 맞던데? 의사나 간호사에게 물어 봐요? 얼마짜리인지. 그리고 세희하고 용완이가 저녁 때 온다고 하여서 점심때 상가에 다녀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요.”
“그럼 어머니 주사 맞으시는 동안에 함께 상가에 다녀옵시다.”
“알았어요. 간호사에게 어머님 잘 부탁하고 오세요.”
남편을 기다리며 일어나는 마음들.
‘영양제 주사 값은 남편이 내어야 할 텐데…….’
‘영양제는 식사를 못하는 사람들이 맞아야 한다.’
‘며칠 전에 용돈 드렸는데 또 돈이 나갈 텐데…….’
‘어머님은 영양제 주사를 맞으면 아픈 허리가 안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시나 보구나. 그건 아닌데?’
‘추석 끝이니 용돈이 들어와 돈이 있으니 영양제 주사를 맞고 싶었겠다.’
‘어머니 말을 잘 들어 주는 아들에게 어리광부리고 싶었구나!’
‘다른 사람들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이 부러웠나 보구나.’
남편과 조문을 마치고 남편은 어머니를 모셔다 주러 병원으로 가고 나는 집으로 올라왔다. 남편이 내려 주면서
“여기서 내리지. 운동 삼아 걸어갈 겸 해서.”
“당연하지. 여기서 걷는 것이야 일도 아니지.”
“차 태워 줘도 돈도 안 주는데…….”
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
‘치~! 매일 밥 해줘도 자기는 밥값도 안 주면서~!’
라고 하려다가 잘 다녀오라고 하였다.
일기를 쓰면서 딸아이의 말이 생각나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다.
“아침에 큰 형수도 함께 모시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지.”
“용숙이 와 있었다면서 용숙이에게 제 엄마 모시고 가서 검사 받게 하고 골다공증 치료제 드시게 해 주라고 말해요.”
“알았어.”
“그래요. 수고 많이 해요.”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지내셨으면…….
큰 형님도 더 이상 꼬부라지지 않고 아프지 않았으면…….
첫댓글 동서가 엄살이 심하다고 하시니 ... 그 말에 반박하고 ㅜ싶은 마음이 있지요?... 그 마음을 챙겨 봐요 ... 나는 허리가 아파봐서 그 심정을 안다라고만 하시지 말고 ... 그래야 엄살이라고 하는 형님의 말도 공감할수 마음이 되어지지요 /// 무슨 영양제야 라고 일어난 마음을 보셨으니 ... 내가 잘 설명해서 보내든지 아니면 같이 가야 하는데 그리 못했구나 하고 내 공부가 되어야 하지요 /// 그 자리에서는 잘 다녀오라 하고 뒤에서 나 전달도 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