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선
김태인
잠든 아들의 안경을 써 보았다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은 방은
벽과 창문이 구부러지고 책장이 휘어지는 공간
세상을 똑바로 보기 위해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멀리 있는 건 잘 보이는데
가까운 건 안경을 써야 보여
아들이 돋보기를 쓴 건 네 살 무렵이었다
늘 미안한 마음속에 살았다
대학가면 안경 벗게 해줄게
어쩌면 비행기 조종도 할 수 있을 거야
불을 끄고 나오는 등 뒤로
아들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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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의 상징은 가시고기이다. 십 수년 전 몇 번이나 읽었던 추억의 소설,
가시고기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눈물 따라 내 눈물이 흐른다.
여기, 한 번만 읽어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찡한 가시고기 이야기가 있다. 한 아버지의 용광로 같은 부정(父情)의 진정성 이상 더 큰 작품성이 있으랴!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근시가 많은데 위 시는 네 살 때부터 돋보기를 써야했던 원시(遠視)의 시력을 가진 아들 이야기다. 자식에게는 휘어지고 모난 세상보다 올바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려니. 자는 아들 들여다보며 ‘대학 가면 안경 벗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아빠의 애처로운 마음에찡하다가 자는 줄 알았던 아들이 아버지의 등에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답하는 장면, 부자간 혈육의 정이 뭉클한 눈물을 솟게 한다. 하루 속히 의학이 발달해서 이런 아이들도 시력 교정이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중학교 때 나는 등창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다. 엉엉 우는 딸의 고름을 짜내면서 우시던 모습이 아버지의 유일한 눈물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잊고 살던 아버지를 가만히 불러본다. 아버지... 아버지 가시고 이십 여 년 만에 불러보는 그 이름! 자식을 위해서라면 눈인들 못주랴! 심장인들 못주랴!
바람이 점점 창문을 두드리는 날, 위 시를 이 땅의 모든 아버지와 자녀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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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 시인/
전북 남원 출생(1974)
5.18 문학상 수상(2013)
시산맥 등단(2015)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수상.(2015)
현재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