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투자” 이건희 철학 담긴 안내견학교 30년
1993년 ‘신경영 선언’ 석달만에 설립
“사회복지 마인드 향상에 기여할것”
280마리 분양 세계 유일 기업 운영
시각장애 김예지 의원 등 축하공연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William Thornton)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복지의 핵심이고,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이 같은 철학에서 시작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19일 경기 용인시 안내견학교에서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안내견 8마리에 대한 분양식과 안내견 3마리의 은퇴식을 함께 진행했다. 훈련 기간(약 2년), 활동 기간(7∼8년), 은퇴 후 노후 돌봄 등 10년이 넘는 안내견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의 안내견학교 관련 공식 행사 참석은 처음이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파트너 3명과 2주간 연습한 축하공연을 했다. 김 의원은 피아노를 쳤다. 이 회장은 김 의원에게 감사를 표한 뒤 “조이(김 의원의 안내견)는 어디 있느냐”며 묻기도 했다. 조이는 이날 행사에 함께하지 않았다.
안내견학교는 이 선대회장이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 지 석 달 만에 설립됐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뒤 30년간 총 280마리를 분양했다. 현재 76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90∼2000년대 작성한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일부에서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뭐냐는 비난이 있었다”며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썼다.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한 사례가 없어 세계안내견협회(IGDF)에서 1999년 정관을 고쳐야 했다.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하나뿐인 기업 운영 안내견학교다. 윌리엄 손턴 세계안내견협회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은 안내견 문화를 고취시키고 세계적인 안내견 운동을 기업이 주도한다는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며 “삼성은 지난 30년간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켜 왔다”고 했다.
현재까지 안내견학교 퍼피워킹에 함께한 자원봉사자 가정도 1000여 가구에 달한다. 견사 관리, 은퇴한 안내견 입양 등도 자원봉사자가 돕는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에서 “(목표 중 하나는) 퍼피워킹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일반 시민들을 안내견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파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라고 썼다.
용인=홍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