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 출판사와 계약도 한 웹소설 작가이지만
내 소설의 특성 때문에 대중들에게 인기는 얻지 못하는
그런 삼류 작가이다.
내 첫 소설의 주제는 살인. 복수 였는데
다른 소설들과 달리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 하는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혹평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살인의 방법, 이유 등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진다며 실제로 겪은일을 쓴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나처럼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거나 금방 장르를 바꿔버리기 마련이었지만
내가 지금 준비중인 두번째 소설 또한 살인과 복수극이다.
이렇게 이 장르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첫 소설이 쪽박을 친 후, 두번째 소설을 아직 집필하지 못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는 닥달하기 시작하고
모아둔 돈은 떨어져 다음달 월세를 내기도 빠듯할 지경이었기에
정말 장르를 바꿔야 하는가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는데
띠링-
누군가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작가님의 애독자입니다. 살인이라는 주제를 작가님처럼 깊고, 진지하게 풀어내주시는 분은 작가님 뿐이라
한 회도 빠짐 없이 다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내게도 애독자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이 사람 하나만 보고 글을 끌고 갈수도 없고..
댓글은 늘 악플뿐이니
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누군가 문을 부술듯 두드리며 나오라 소리지르고 있다.
사실 내게는 당장 내야할 월세와 생활비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온몸에 신경이 곤두서고
손이 덜덜 떨려온다.
언제 찾아올지 몰라 늘 주변을 두리번 거려야 했고
낯선사람이 말을걸면 두려워 도망치기도 했다.
내 모든 불행의 원인.
수십번 저 남자를 죽이는 상상을 한다.
수년 전, 고등학생쯤 이었을까 내가 살던 동네는
가난하고 법을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모인 그런 후미진 동네였고, 이곳에서는 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 비명소리 중 한명이 나이기도 했고.
아빠의 폭력을 피해 신발조차 못신고 도망나와 집 앞 골목에서 서성이는데
그 곳에서 나보다 한두살 많거나 내 또래인듯 한 아이가 무표정으로
누군가를 돌로 머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버렸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얼어붙어 가만히 남자가 죽어가는 장면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내 표정은..
아이는 남자가 확실히 죽은걸 확인 한후 나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에 대고는
내게 말한다.
"쉿 비밀이야"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는 손에 뭍은 피를 옷에 닦아내더니 내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고는 지나치는데.
"왠지 너랑은 다시 만날것 같아"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너랑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지 않기를.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메일함을 열어보는데
그때 그 애독자에게서 메일이 와있었다.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하네요. 글을 이제 쓰시지 않는가싶어서]
그저 무시해도 될 메일이었지만 그날따라 답장을 하고싶었고
나는 솔직하게 월세를 낼 돈이 없어 일단은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기에
다음작품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했고
곧이어 메일 답신이 도착했다.
[제 친구가 몇년간 외국으로 가 있을거라 집이 빌것 같은데
여기서 지내시는건 어떨까요? 원룸이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으실거에요 .
부담 가지실 필요 없으니 생각이 있으시다면
A구 S동....로, 도어락 비밀번호는 ...... 입니다.
ps. 작가님의 작품만을 기다리며 ]
이게 왠 행운인가
세상에 공짜란 없다 하지만 내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내게는 당장의 월세
그리고 날 매일같이 찾아오는 저 남자를 피하고 싶어서.
메시지에 적혀있는 빌라는 생각보다 컸고 방 또한 누가 사용했던게 맞나싶을만큼 전 주인의 흔적이 없었지만
이런 의아함을 묻어버릴만큼
내게 과분한 곳이었기에
얼른 새 작품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는데
띵동-
누군가 벨을 누르기에 인터폰을 확인하는데
낯선 남자가 있었고
문을 여니
훤칠한 키에 누가봐도 멋지다 라고 생각할것 같은 남자가
떡을 내게 건낸다.
"오늘 이사 오신것 같더라구요. 저는 바로 앞에서 사는
K 라고 합니다."
"아..네 그런데 이사떡은 제가 돌려야 하는건데 왜 제게 떡을..?"
"사실 떡은 핑계고 친해지고 싶어서 드리는 거에요.
제가 친구가 없어서. 아 부담스러우시면 친구 안해주셔도.."
"아..아뇨. 저도 친구 없어서. 좋아요 친하게 지내요"
남자는 내 말에 활짝 웃고는, 필요하면 언제든 노크하라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어디서 본적이 있던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지만 뭐 인상이 워낙 좋으니 어디선가 봤겠지
그날 밤, 어디선가 덜컥 덜컥 거리는 소리와
잠깐이었지만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것 같았고
흠칫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서려 하는데..
뭔가 문을 열어선 안될것 같은 느낌에 멈춰 서있으니
나는 가만히 현관문에 귀를 기울여보는데..
그 소리가 멈췄다.
현관문의 작은 구멍으로 밖을 바라보니
앞 집 남자가
어떤 남자를 질질끌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고있었고
순간 뒤를 돌아보는데.
반사적으로 구멍에서 눈을 땠다.
너무 놀라 다리가 풀려버렸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는데
내가 미쳐버린걸까
어째서 이 상황에서 새로운 소설의 내용이 떠오르는거지.
나는 노트북을 켜고
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죽여야만 하는 이유'
살인마 K는 자기 소유의 집으로 타켓으로 삼은 사람들을 일부러 이곳에서 살게 하고,
하나씩 죽인 후 또 다른 누군가를 살게 하는..
주인공은 살인마의 첫사랑이자 어릴적 자신을 구해준 사람인데
이 살인마의 타겟이 되는 사람들은 공통점은
주인공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사람들이라는 점.
그렇게 주인공을 향한 비뚤어진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내용..
주인공의 숨겨진 비밀과 숨겨진 욕망, 살인마의 서사와 결말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글의 첫부분은 써지기 시작했다.
첫번째 장 업로드.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이 되서야 바람이나 쐴겸 현관문을 나서는데
K와 집앞에서 마주친다.
어제 그 모습을 본걸 들켜서는 안되니 최대한 태연한 척
그에게 인사하는데
그 또한 밝게 웃으며 내게 인사하고 그렇게 서로 지나치는가 싶었는데
빌라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K와 함께 그곳으로 달려가니
왠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욕설과 함께 때리고 있었다.
무슨년 무슨년... 아 듣기도 싫은 욕설과 폭력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말리려하는데
K가 나를 붙잡는다.
"잠시만요..아주 잠깐이면 돼요. 조금만 더"
K의 이상한 행동에 왜그러냐 물으니 아무 대답이 없이 아저씨을 바라만 보고 있었고
아주머니의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고나서야 나를 놓아준다.
아저씨는 쳐다보고 있던 우리를 그제야 발견한건지
근처 소주병을 주워 깨트린후
오늘 일 입이라도 뻥긋했다간 니년놈들 다 죽여버릴거라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경찰이 왔지만
아주머니는 그냥 술만 마시면 저렇다고..그냥 가시라 말하고
경찰또한 일 처리가 귀찮은건지 확인도 안하고 가버린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왜 신고를 안하냐 물었지만
되려 내게 화를 내며 왜 일을 커지게 만드냐 하는데
나는 할말이 없었다.
나같았으면.. 나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할것 같았는데
도대체 난 뭘 한건가 싶어지는 순간이었고
K는 그런 내마음을 읽은듯 내게 말한다.
"가스라이팅을 오래 당하면 저렇게 되나봐요.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자신이 잘못한것 처럼 느껴지고
내가 무언가를 하려하면 보복당할까봐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
그러니 누군가가 도와주는것보다 자신이 일어서는게 맞죠."
"그런가보네요.. 근데 전 폭력에 익숙하지 못해서요.
볼때마다 역겹네요"
"그러면 역시 눈에 안보이는게 좋겠죠"
마지막 K의 말에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누구나 그런생각을 할수 있다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K는 집으로 들어가기전
혹시 오늘 자신의 집에서 저녁 식사 같이 할수 있겠냐 묻는데
어..? 분명 어제 시체를 끌고갔으면 처리하지도 못했을텐데 어째서?
아니면 혹시 내가 꿈을 꾼건가.
그의 말에 선뜻 수락을 하지 못하자
조금은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식사요청을 수락하고 말았다.
만약.. 시체가 있다면 나는 증거를 찍어 경찰에게 보내면 된다.
살인자가 이웃이라니 이게 무슨...
그리고 혹여나 시체가 없다면 내가 잘못 본걸테니
이사람에 대한 의심을 지울수 있을테고.
그 날 저녁, 떨리는 손으로 K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잠시 후 K는 금방 씻은듯 머리카락이 젖어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어서와요"
첫댓글 존잼 헉헉
덜덜 재밋네
할 존잼
다음편 주세요
이거 다음 편 있나요...?????? 존잼...
다음편이 완결이에요!😘
@스 폰 지 밥 헉헉 선생님 너무 재미져요...♡
현기증납니다 ㅠ
아 잼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