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門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여기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
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
간(石壁欄干)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
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
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우는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
입니까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물을 씻으렵니
까.
두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
르러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흰 모덜미를 어루만질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줌 티
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허공중천(虛空中天)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모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
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
토록 앉아서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
습니다.
詩. 조 지 훈
렐라님이 좋아하는 시 한편 올립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시낭송으로도 듣게 된 이 시...
오늘 제 마음에도 깊이 와 닿았습니다...
렐라, 좋은 시 올려주어 고맙구요.
그대 마음이 나의 마음이 아니겠소?
천년의 사랑으로 소리 없이 열릴 그대의 돌문......
p.s. 이제야 여름 휴가를 오게 된 저...
헤매이던(?) 일상을 벗어나 대구에 내려와 있습니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반갑게 맞아준 카라님과 렐라...
그리고 다른 몇몇 분들께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런지...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오두막 편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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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석문(石門)
오두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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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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