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400명 넘는 신도들을 현혹해 죽음에 이르게 한 케냐의 사이비 목사가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강변했다.
자칭 목사인 폴 맥켄지는 12일(현지시간) 해안 도시 몸바사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94명의 다른 용의자들과 함께 출두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맥켄지는 지난 4월 어린이들을 포함해 429구의 시신이 마린디 마을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를 달려 2시간 걸리는 샤카홀라 공동묘지에서 발굴된 사건과 관련해 체포됐다. 외딴 숲에 버려진 시신 대부분은 굶주림과 폭행 흔적이 있었다.
알렉산데르 자미 야미나 검사는 "케냐에서 이런 살인 사건은 전례가 없다"고 AFP 통신에 털어놓았다. 검찰은 앞으로 나흘 동안 400명 넘는 증인들이 증언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야미나 검사는 케냐에서도 이 사건은 유일하며 자살 서약을 받은 데 대해서도 따로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케냐 전역은 충격과 비탄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기꺼이 굶어 죽겠다고 서약한 점에 소스라쳐 놀랐다. 해서 이 사건은 "샤카홀라 숲의 학살"로 불렸다. 맥켄지는 먹는 것을 중단하면 천국에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신도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갈래 재판도 받고 있다. 지난달 시작한 테러 재판이며 다른 하나는 어린이에게 고문과 폭행, 잔학한 행위를 하고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은 혐의 등 어린이 인권 유린 재판도 받는다.
생존자들은 맥켄지가 작성한 소름끼치는 명령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맨먼저 굶어 죽어야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으며, 미혼, 여성, 남성 순으로 금식을 해야 하며 맨마지막으로 교회 지도자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맥켄지는 2003년 굿뉴스 인터내셔널 교회를 설립했는데 2019년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뒤 신도들에게 샤카홀라 숲으로 모이라고 하고 "예수를 만나는" 세상 종말을 준비하자고 재촉했다. 그는 그 오지 숲에 3.23km² 부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곳이다. 그 땅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성경에 등장하는 장소, 주데아, 베들레헴, 나자레스 등으로 이름붙여져 있었다.
지난 3월 당국은 몇 달 동안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일부 희생자 시신과 친척들의 유전자가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해 신원을 파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신은 34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맥켄지는 강론을 통해 정규 교육은 악마의 가르침을 용인하는 것이며 돈을 갈취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과 이듬해 그는 교육이 "성경에서 용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고 채근한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었다. 그는 또 엄마들에게 출산 중에 의료진의 진찰을 받거나 하지 말도록 했고 아이들에게 백신 주사도 맞히지 말라고 채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는 인구의 85%가 기독교인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독실한 신앙 국가다. 이전에도 사람들을 꾀어 위험하거나 통제받지 않는 교회나 컬트 세력을 키우는 사건이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429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빼앗은 이번 사건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맥켄지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강론을 영화로 제작하는 스튜디오를 불법으로 운영하고 영화 제작 라이선스 없이 영화를 배포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