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몸치 아줌마의 SUP 도전기 / 김혜진 (해림)
SUP은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스탠드업 패들보드 ( Standup Paddleboard )의 줄임말이다.
하와이에 뿌리를 둔 현대서핑에서 탄생했다. 1940년대 와이키키에서 서핑하는 하와이 현지인에 의해 변형되어 현재는 경주, 투어, 요가, 화이트 워터, 낚시 등으로 다양해졌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SUP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상 스포츠 중 하나이다.
2022년 8월, 나의 건강한 취미생활을 위해 기꺼이 거금을 투자해서 세계 판매 1위의 공기주입식 ( inflatable ) 명품 썹 ( SUP )을 장만했다.
계기가 된 건 다름 아닌 현타. ( 현실자각타임 )
자영업을 해온 지난 4, 5년 가까이 인생 다 산 사람처럼,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학대하며 살았다. 밤마다 배고픔 보단 허한 속을 채우려 마구 먹어대고, 희망도 인생의 계획도 없이 무기력하게 될 대로 되라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인생 최악의 몸무게를 갱신하고, 당뇨의 경계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운동은 원래 잘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체질이다. 게다가 하루 13시간여의 노동에 지치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마저 밀린 집안일과 가게 회계장부 일로 메인다. 그러다 보니 마음 편하게 운동하는 시간을 우선으로 두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으로 살아갈 가까운 미래의 우리는 백수 (100년 수명) 시대를 산다고 한다. 이제 고작 절반을 넘겼는데 나의 후반기의 삶에 자신이 없다.
노후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내 손으로 밥 먹고, 내 두 다리의 힘으로 걷고, 혼자 힘으로 용변을 처리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사는 것이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 한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삶을 더 늦기전에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운동을 함으로써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나의 SUP을 가르쳐 주는 김미영씨는 밴쿠버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참으로 당찬 여성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온 자존감과 당당함. 구릿빛 그을린 피부색의 건강미가 온몸에 넘친다.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알며, 작은 거에도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그녀는 벌써 몇 년째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다. 겨울에는 쟈스퍼, 휘슬러, 그라우스 산과 싸이프레스 산에 소속되어 스키와 보드를 가르치는 강사로 산다. 여름에는 밴쿠버 워터스키 클럽과 앰블사이드의 세일링 클럽, 제리코 쎄일링 클럽 등에 소속되어 제트스키, 패들보드, 카약을 가르친다. '메뚜기도 한철' 이라며 여름과 겨울을 정말로 바쁘게 하루하루를 다부지게 보낸다.
올여름 김미영씨와 함께 배워본 SUP은 다르게 살기로 마음먹은 내게 삶의 윤활유이자 활력소였다.
7월 24일, 운좋게 Quayside Marina의 65ft 요트에서 1박 하며 시작한 첫 번째 레슨. 보드 위에서 일어서기는커녕 무릎 꿇고 앉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뻣뻣한 나무토막 같은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보드에서 물에 빠졌을 때 올라오는 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굳어질 대로 굳어진 나의 상반신을 보드 위로 충분히 올릴 수가 없으니 당연히 다리도 못 올렸다. 기진맥진한 몸을 좀 쉬었다가 철퍼덕 보드 위에 앉아 노 젓기의 맛만 봤다.
8월 18일, Deep Cove에서 두 번째 레슨. SUP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지 않아서 어렵사리 일어섰는데 쉽게 균형을 잃고 물에 빠졌다. 여전히 혼자 힘으로는 보드 위로 올라올 수 없었다. 이른 아침에 SUP을 타고 온 날은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는데, 가게는 평상시보다 바빠서 힘든 하루였다.
8월 21일, Strathcona Lookout 공원에서 혼자 SUP을 타고 바로 앞의 작은 섬을 한 바퀴 무사히 돌고 왔다. 섬 가운데쯤에서 고속요트가 지나가자 파도가 심하게 일렁거려 위기가 왔다. 아직은 앉는 것도 재빠르게 할 수가 없어 노를 보드 중앙에 놓고 지팡이처럼 의지하며 너울을 버텼다. 바닷물에 안 빠지려 안간힘을 쓰느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SUP은 고작 30여 분 탄 게 전부이지만 처음으로 물에 안 빠지고 무사히 귀가한 게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감사했다.
9월 5일, Deep Cove,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은 롱위캔드의 마지막 날이라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보트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해서 파도가 빈번하게 일렁거려 대부분 철퍼덕 앉아서 탔지만 노 젓는 맛이 일품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파도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두려움 없이 온전히 즐겼다. 막바지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이 그래도 좋았다.
9월 9일 Ambleside Hollyburn Sailing Club에서 세 번째 레슨. 김미영씨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차를 준비해 줘서 보드 위에서 맛있게 잘 마셨다. 그런데 어찌나 파도가 센지 멀미가 날 지경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곳은 Rip tide로도 유명한 곳이라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휘청거리며 겨우 일어섰는데 금방 보드에 주저앉아버렸다. 파도가 엄청 세서 물에서 나올 때도 물살에 보드가 휩쓸려버렸다. 쎄일링 클럽에서 약간의 여유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9월 18일 Deep Cove에서의 네 번째 레슨. 지난번 앰블사이드의 성난 파도를 맛보았기에 이곳에서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보드에서 일어서서 노를 젓다가 브레이크를 잡는데 어처구니없이 균형을 잃고 물에 빠졌다. 바닷물이 전보다 약간 차가웠지만 견딜 수 있었다. 어떻게든지 혼자서 보드 위로 올라오고 싶어서 시간을 지체했지만 될 듯 될 듯하다가도 보드가 뒤집어지곤 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김미영씨가 내 보드를 잡아줘서 간신히 올라올 수 있었다. 찬란한 햇살이 눈부신 날씨 덕에 바다에 비치는 윤슬이 너무 예뻤다. 무엇보다 쉬는 일요일의 레슨이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있는 다리가 여전히 후들후들 떨렸지만 조금 안정감이 생겼다. 넘실대는 파도가 밀려오면 죽기 살기로 노를 저으면 빠지지 않았다. 물개가 게딱지 속살만 쏙 파먹고 버린 게 껍데기가 둥둥 떠다녔다. 이제까지 레슨 중에 제일 좋았다. 김미영씨는 내게 “ 멋져부러! NICE! “ 을 연발했다. 오늘 상당한 진전이 있어서 속으로 뿌듯했다.
9월 25일 Jericho Sailing Club에서 다섯 번째 레슨. 석양의 붉은 노을 속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낭만을 꿈꾸며 설렜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길을 막고 진행되는 행사로 교통체증이 가중돼 해지기 직전에 겨우 바다에 보드를 띄웠다. 여유가 없이 급박하게 뛰어드니 멋진 오렌지빛 해넘이의 장관을 목격하면서도 마음이 진정으로 기쁘지 않았다. 낭만이 저만치 멀어진 해와 더불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석양빛이 깊어진 제리코 비치의 바다에서 두어 번 일어서서 잠시지만 물살을 가르며 보드를 탔다. 세일링 클럽 안에서 저녁을 김미영씨가 준비해온 건강식으로 같이 먹고 무사히 귀가했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서 지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그순간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에 알알이 새기는 것, 그게 낭만이다.
10월 2일 Deep Cove, 연습량이 너무 부족하다며 혼자 연습하겠다고 우겼다. 그동안 배운 거는 많은데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못해 많이 속상했다. 그래서 혼자서 여유를 가지고 연습하고, 보드를 잘 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혼자여도 아니 혼자라서 더욱 느끼고 잘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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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 딥코브 / 김혜진 (해림)
검푸른 바다에 내리꽂히는 이른 아침 태양의 광선
날 쫓아오는 그 후광의 빛줄기 안에 노 젓는 그림자
깊은 내면의 바다에선 어차피 다 혼자인 인생살이
언뜻 바다에 비치는 내 그림자의 또렷한 실체에 놀랐다가 이내 안도한다
외롭지 않다 이제껏 동행해준 고마운 내 그림자
10월의 딥코브, 나지막한 산들이 수묵화 병풍을 펼친 듯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
태양이 감싸 안아주는 딥코브 만을 에워싼 절경의 바위 위 집들
부럽지 않다 몸으로 직접 즐기지 않으면 이 절경도 그림의 떡인걸
바닷속에 둥둥 떠 있는 하얀 물체
주먹처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춤추듯 유영하는 하얀 해파리 떼 (moon jellyfish)
간혹 보이는 빨간 해파리
그 옆에 떠 있는 가을빛 익어가는 낙엽
저기 보이는 저 작은 섬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여도 멀기만 하다
아직은 무리라 다음을 기약한다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수 많은 고속요트들이 떠나가고 돌아올 때마다
수평선이 마구 흔들린다
넘실넘실대는 파도가 켜켜이 쳐들어온다
삼킬듯한 너울 파도 사이에 내 보드가 있으면 위험해
재빠르게 보드의 노즈를 파도와 직각이 되게 맞추고
넘실대는 파도를 정면 돌파 타고 넘어간다
아 우리네 인생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덮칠지 모르는 너울 파도를
매번 차분히 최선을 다해 넘어가는 것
다르게 살기로 마음먹은 나의 여유로운 시간 끝자락
해변가 가까이 다다랐을 때 보이는 보랏빛 불가사리들
인생은 역시 알 수 없는 불가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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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갱년기 증상을 호되게 앓고 있다. 갑자기 열이 확 치솟아오르면 온몸과 얼굴에서 식은땀이 나고 숨쉬기도 버거워진다. 밤에 자다가도 이 증상이 반복돼서 서너 번씩 깨니 온종일 피곤하다. 이렇게 지친 나의 50대를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물살을 가르며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 높은음자리의 노래 ‘바다에 누워’를 보드 위에 누워서 읊조린다.
Quayside Marina 뒤로 보이는 65ft 요트에서 1박
Strathcona Lookout Park 저만치 보이는 작은 섬
첫댓글 축하. 축하. !!! !!
올 겨울엔 휘슬러에서
스키도 도전해 보세요.
감사, 감사합니다!!!
올겨울엔 스노우슈잉에 도전해 보려구요...ㅎㅎ
아주 오래전에 해봤는데, 지루한 겨울나기에 딱이지요...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해림님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산도 좋아합니다. ㅎㅎ
지혜롭지도 인자하지도 못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크답니다.
작은 저의 도전에 보내주시는 응원의 박수, 감사합니다. 🙏 😊
얏호 ~~~
혜진씨 화이팅 !!!
옛날에 딥코브에서 3분 설명 듣고, 아들과 까약 한 적이 있는데 …
스릴 만점, 요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
조만간 쌩쌩 날기 바라오.
얏호~~~~~
신나요! ㅎㅎ
쌩쌩 날기는 날까요? 어느 세월에...ㅋㅋ 😂
아직도 보드위에 서면 후덜덜하답니다.
그래도 조만간 아니 내년 여름엔 쬐끔 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소교님. 🙏
멋지네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요?
아님 바다, 풍광이요?
둘 다 멋지지요? ㅎㅎ
쉽지 않아요, 제가 워낙 기초체력이 부실해서 더더욱...
무슨 운동이든 마찬가지 입니다.
저의 작은 도전에 보내주시는 응원과 박수, 감사합니다 샤인님.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